한국지엠 사태 이후 재조명 받는 르노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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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사태 이후 재조명 받는 르노삼성
  • 박준응 기자 pje@cstimes.com
  • 기사출고 2018년 03월 07일 0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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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경영위기 적극적인 자구노력으로 극복…이후 5년째 흑자지속

▲ 도미니크 시뇨라 르노삼성 대표이사는 올초 CEO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도미니크 시뇨라 르노삼성 대표이사는 올초 CEO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컨슈머타임스 박준응 기자] 한국지엠 사태 이후 르노-닛산얼라이언스의 한국시장에서의 경영전략이 재조명받는 분위기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내수시장에서는 완성차 업체 중 가장 적은 판매량을 기록하며 고전하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수출비중을 늘려오며 수익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내수 3위 한국지엠과 4위 쌍용자동차가 최근 나란히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과는 대비된다. 

이는 지금 한국지엠이 처한 상황과 비견할 만한 심각한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더 크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극에 달한 2011년 당시 부품의 수입의존도가 높았던 르노삼성은 초엔고 현상과 유럽 재정위기 심화로 인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으며 막대한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여기에 회사 매각설 등 악재가 겹치며 창립 이래 가장 큰 위기에 직면했다. 

2010년 총 27만1479대(내수 15만5695대, 수출 11만5783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하며 34억의 영업이익을 냈던 르노삼성은 2011년 24만6959대(내수 10만9221대, 수출 13만7738대)의 양호한 판매실적을 기록하고도 215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2년에는 내수판매량이 5만9926대로 절반 가까이 줄어든 상황에서 총 판매실적 또한 15만4309대까지 떨어지며 총체적인 난국에 빠졌다. 영업손실 또한 172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르노의 대처는 구체적인 경영정상화 방안 없이 정부 지원만 바라보고 있는 지금의 GM과는 전혀 달랐다. 르노는 위기가 가시화된 2011년 9월 곧바로 프랑수아 프로보 대표이사를 '소방수'로 투입했다. 프로보 대표이사는 취임 직후 바로 문제 파악과 근본적인 대책마련에 나서 '리바이벌 플랜'을 구상하고 실행했다. 

◆ 공장 문닫은 한국지엠 vs 공장 강화한 르노삼성

GM은 방만한 경영으로 위기를 맞이하자 가장 먼저 생산공장 폐쇄를 결정했다. 지난 13일 일방적으로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한데 이어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을 볼모 삼아 신차배정과 철수라는 당근과 채찍을 양손에 들고 정부 압박에만 골몰하고 있다.

반면 르노는 위기에 빠지자 가장 먼저 생산성 확보를 위해 부산공장 경쟁력을 강화했다. 생산성이 개선된 부산공장에 북미수출용 전략모델 '닛산 로그(Rogue)' 후속모델을 투입했다. 

부산공장은 2014년 닛산 로그 투입 이후 2015년 11만7560대, 2016년 13만6309대, 2017년 12만3202대로 매년 목표물량을 웃도는 생산성을 보여주며 르노삼성 수출확대를 이끌고 있다. 

부산공장은 2016년 기준 르노 생산공장 중 생산성 부문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닛산 로그는 르노삼성 전체 수출물량의 70%에 달하는 비중을 차지하는 주력모델로 자리매김했다. 

◆ 적극적인 신차배정과 부품 국산화도 '회생비결'

한국지엠이 3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쌓아올릴 때까지 수년 째 경쟁력 있는 신차를 투입하지 못한 것과 달리 당시 르노는 신차 배정에 있어서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2011년 취임한 프로보 대표이사는 2012년 SM5 Platinum, 2013년 SM5 TCE, SM3 Z.E., QM3 등 신제품을 빠르게 확보하며 시장경쟁력을 강화했다. 

르노삼성 수출제품의 높은 국산부품 사용비중 또한 주목받고 있다. 한국지엠 부실의 주요 원인으로 GM본사로부터 부품을 비싸게 들여오면서 생산제품을 판매할 때는 싼값에 판매하는 '이전가격'이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르노는 2011년 당시 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수입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지목하고 이후 이를 협력업체들과의 부품국산화로 보완했다. 

르노삼성은 2011년 60%에 불과했던 부품국산화율을 2013년말 기준 75%까지 단기간에 끌어올려 닛산 로그의 충분한 마진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로그 수출에 참여하는 국내 87개 부품 협력업체에 5년간 3조원을 넘는 매출 증대를 가져왔다. 협력업체들에게는 전 세계 분포된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망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 한국지엠·르노삼성 노조도 '같은 위기, 다른 대처' 

한국지엠 노조는 회사가 적자에 빠진 이후에도 꾸준히 임금과 성과급을 늘려왔다. 2013년 이후 2016년까지 기본급 인상률은 매해 3~5% 범위를 유지했고 성과급 또한 1000만원 이상 인상됐다. 

그럼에도 생산성은 떨어졌다. 심각한 재정난에 빠진 2016년과 2017년에도 노사갈등 속에 임(단)협 협상타결은 공전했고 이로 인한 파업이 계속됐다. 한국지엠의 막대한 적자규모가 드러난 지금도 한국지엠 노조는 현실성 없는 요구와 양보 없는 투쟁 기조로 일관하고 있다.

반면 르노삼성 임직원들과 노조는 당시 고통분담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노조는 임금동결과 복리후생 유보에 합의했고 회사는 이에 화답해 고용보장을 약속했다. 르노삼성 노조는 지금까지도 매년 임단협을 무분규로 타결하고 있다. 

배리 앵글 GM 사장은 지난 21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노조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시종일관 강압적인 태도를 견지했다. 노조에 임단협 교섭을 독촉하며 '3월 임금 지급불가'라는 협박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신년기자간담회에 나선 도미니크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부침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르노삼성 생산팀은 아주 높은 탄력성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상호 협력하는 좋은 노사관계가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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