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후디스 '나방 분유'글 일방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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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동후디스 '나방 분유'글 일방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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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른다" 오리발에 막가파 응대…소비자 "법적대응"


[컨슈머타임스 최미혜 기자]일동후디스의 '막가파식' 위기대처능력이 도마에 올랐다.

 

자사 분유제품에서 '나방'으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발견됐다는 소비자 피해사례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되자 '명예훼손'을 이유로 이를 일방적으로 삭제,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일동후디스 측은 '모르쇠'로 일관하다 직접적 개입증거가 나오자 돌연 연락을 끊는 '비상식적' 행태를 보여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피해 소비자는 이물질 발견 제반사건과 관련해 법적 대응을 불사한다는 입장이어서 일동후디스의 추후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물질이 나온 제품, 다시 아이에게 어떻게 먹이냐"

 

제보에 따르면 이모(경기도 안산시)씨는 최근 아이에게 먹일 분유를 타다 소스라치게 놀랐다. 분유 속에서 '나방'으로 의심되는 이물질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는 즉시 업체 측에 항의했다. 이씨의 집을 방문한 일동후디스 직원 A씨는 "뉴질랜드에서 생산돼 완제품 형태로 국내에 들어오는 제품이라 현지에서 유입된 나방인지 알아봐야 한다""(나방의) 알이 분유에 섞여 있을지 모르니 제품을 회수해 검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업체 측이 증거물을 조작 또는 훼손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 거부의사를 밝혔다. A씨는 이렇다 할 언급 없이 사과의 의미로 들고 온 동일제품을 둔 채 자리를 떴다.

 

이씨는 "일동후디스 측은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나를 보상이나 바라고 불만을 제기한 사람으로 취급했다""사과의 의미라고 하더라도 이물질이 나온 제품을 아이에게 어떻게 다시 먹이냐"고 불쾌해 했다.  

 

이씨는 이 같은 내용을 임산부들이 주축 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하기도 했다. 주의를 당부한다는 의도에서였다.

 

일동후디스 측은 제조공정 중 이물이 혼입됐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관계 당국의 조사결과 추이를 지켜본 뒤 대응한다는 복안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물질이 발견된 분유를 제조하는) 뉴질랜드 현지 공장은 제조공정이 무인자동화 시스템으로 이뤄져 있을 뿐만 아니라 몇 차례에 걸쳐 이물을 걸러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제품은 진공포장 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씨가 주장한 이물의 날개와 다리 등이 선명한 형체로 확인됐다""산소가 없고 질소로만 채워진 캔 속에 (이물이) 밀봉돼 있었다면 바짝 말라 부스러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이씨가 당국(국립수의과학연구원)에 이물질 발견 신고를 마친 상태"라며 "단백질변성실험 등을 통해 이물의 혼입경로가 밝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품업계에서 그간 불거진 바 있는 여타 이물질 사고와 유사한 방향으로 전개되는 듯 했으나, 파열음은 엉뚱한 곳에서 일었다.

 

커뮤니티에 게재된 이씨의 글, 즉 이씨의 피해사례가 갑자기 자취를 감췄던 것. 일동후디스에 대한 본보의 취재가 시작된 직후다.

 


◆ 피해자 이씨 "법적 대응 불사" 전의

 

이에 대해 일동후디스 관계자는 "확인해 봐야 알겠지만 우리 쪽의 요청으로 인해 이씨의 글이 삭제된 것은 아닌 것 같다""우리 홈페이지에 게시된 글도 아닌데 (게시 중단을 요청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과 달랐다. 일동후디스 측이 해당 커뮤니티가 속해있는 포털사이트 측에 이씨가 작성한 글의 게시 중단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 됐다. (사진 참조) 기업의 명예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논리였다.

 

확인되지 않은 허위사실을 일동후디스 관계자가 전달한 셈이다. 해명을 듣기 위해 본보는 일동후디스 측에 수 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끝내 연락이 닿질 않았다.

 

'입맛'이 개운할 리 없는 이씨는 진노했다.

 

이씨는 "엄연한 사실을 적은 글인데 자신들의 이미지 손상을 이유로 게시 중단을 요청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업체 측에 바라고 있는 것은 전체 제조공정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문제가 없다는 객관적 자료"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업체 측이 이렇게 (게시글을 일방적으로 삭제하기) 까지 나오니 오기가 생긴다""일동후디스를 상대로 법적 싸움도 불사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칼자루는 관계 당국의 손으로 넘어갔다. 다만 최종 조사결과 발표 이전까지 '나방 분유'와 관련한 업체 측과 이씨 사이의 불협화음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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