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천국 호주를 아십니까?
상태바
골프 천국 호주를 아십니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골프 천국 호주를 아십니까?

 


호주에서는 골프 한 번 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정말로 싸다. 그것도 내가 처음 이곳 브리스베인에 왔을 때(1989)보다 많이 비싸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한국에 비하면 아직도 엄청나게 저렴하다는 것을 실감한다.

 

특히 이곳은 한국과 같이 골프장 멤버쉽을 사고 파는 것이 아니라 멤버로 가입하면 첫해에 가입비와 연(年)회비를 납부하면 회원 자격을 얻고 이듬해부터는 연회비만 내면 된다.

 

우리부부가 1990년부터 2000년까지 10년동안 회원으로 있었던 한 골프장은 부부 가입비 400달러(이하 호주달러)에 연회비가 2명 합해 고작 300달러였. 브리스베인으로 이주 하기 전 한국에서 그 비싼 골프를 쳐 본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1년에 300달러 (당시 환율로 환산하면 한화 약 20만) 만 내면 부부가 별도의 그린피 없이 언제라도 맘껏 운동을 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골퍼들의 천국이 아닐수 없다.

 

그런데 지난 10년간 (2001~2009년) 퀸스랜드 주(州)정부 대표로 서울에 주재하다가 얼마전에 브리스베인으로 다시 돌아와 보니 그동안 급속한 인구증가와 함께 물가도 많이 올라 있었다.

 

당연히 골프비용도 올라 평균 가입비가 1200달러(한화 100만원 정도)에 연회비가 1인당 1200달러 정도이다. 한국에서는 회원이라도 운동할 때마다 그린피를 내야하고 비회원이면 곱절이상을 부담해야하지만 여기서는 일단 가입비를 내고 회원 자격을 얻고 연회비를 내고 나면 별도의 그린피를 낼 필요가 없다.

 

한국에서 골프 한 번 나가려면 왕복 시간만 최소 3~4시간이 소요 될 뿐 아니라 비회원의 경우 그린피에다 캐디피 그리고 카터피까지 30만원에 가까운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것도 18홀 한번 도는데 30만원이라니, 거기에다 '그늘 집'에서 먹고 마시고 하면 1인당 40만원 이상 들어간다. 이런 얘기를 이곳 호주 사람들에게 해주면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이다.

 

어떻게 운동 한 번 하는데 그 좁은 땅에서 3~4시간씩 길에서 허비해야 하며 300달러가 넘는 돈을 써가며 왜 그토록 비싼 골프를 치는지를…. 거기에다 멤버 쉽 가격이 10억원이 넘는 골프장도 여러 곳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은 면적 대비 인구가 어떻고, 골프인구 대비 태부족인 골프장 수가 어떻고, 교통사정이 어떠하고 등 한참동안 설명 하고 나면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인다. 물론 요즘은 한국과 호주의 교류가 옛날에 비하면 괄목상대하게 늘어났고 많은 호주 사람들이 한국을 다녀왔고 한국에 대해 많이  알고 있지만 골프에 대해서만은 아직까지 이해를 못한다.

       

인구 150 만명 정도인 이곳 브리스베인에만 대략 50개 이상의 골프장이 있고 브리스베인에서 자동차로 대략 1시간 내외 거리에 있는 관광 도시들인 Gold Coast Sunshine Coast를 포함하면 인구 250만에 골프장은 100개가 넘는다.

 

워낙 넓은 대지에 지어진 도시인데다 도시나 농촌을 막론하고 처음부터 골프가 하나의 생활이 되다 보니 동네마다 골프장이 있고 자연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 있는 그대로 살려 페어웨이(Fairway) 그린을 만들었기 때문에 한국 골프장같이 세련되게 가꾸어 져 있진 않지만 아주 자연스럽다.

 

그래서 더욱 재미가 있다. 어떤 골프장은 평평한 곳에 자리잡아 코스의 길이가 길고 creek(작은 개천)들이 중간중간에 자리잡고 있어 거리를 잘못 예측하면 잘 맞고도 creek에 빠진다.

 

또 어떤 골프장은 산 속의 숲을 타고 만들어져 코스의 길이는 짧지만 전 홀이 도그 레그(dog leg)로 핀(pin) 티 그라운드(Tee Ground)에서 보이는 홀이 par 3 (쇼트 홀) 홀을 제외하고는 한곳도 없다. 이곳에서는 장타가 필요 없고 아주 정교한 샷과 어프로치, 그리고 코스 메니지먼트(management)가 승부를 좌우한다.

 

물론 관광지인 Gold Coast Sunshine Coast에 있는 골프장들은 일본 자본들이 이곳을 개발하면서 아주 예쁘게 만들어져 있으며 잔디관리도 한국의 유명 골프장들 이상으로 잘 되어 있다. 하지만 진짜 골프를 잘 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골프장들은 좀 싱겁게 느껴진다. 이런 곳들은 관광객들을 주고객으로 하다 보니 이들의 입맛에 맞게 비교적 쉽게 설계 되어있기 때문이다.

 

호주는 연평균으로 따져서 유럽이나 한국에 비해 햇빛을 보는 날이 훨씬 더 많고 공해가 없으니 햇살이 뜨거워 잔디도 참 잘 자란다. 

 

브리스베인의 경우 평균 Suburb(동네) 3~4개 마다 골프장이 한 곳 정도 있고 대부분이 집에서 멀어야 자동차로 10~20분 거리에 있다. 나도 한국 주재를 마치고 이곳으로 돌아와서 작년 8월 집에서 딱 5분 거리에 있는 Ashgrove Country Club이라는 골프장에 부부가 함께 회원 가입을 했다.

 

마침 회원 가입을 할 때는 이 골프장이 있는 동네가 2008 11 월 브리스베인을 강타한 100년만의 최악의 Storm(폭풍우)에 집중타를 맞아 많은 집들이 부서지고 지붕이 날라가고 산사태를 겪는 와중에 이 골프장도 100년 이상 묵은 나무들이 쓰러지고 산사태로 6개월간 휴장 할 수 밖에 없었다.

 

아직도 복구가 덜 된 상태여서 2009 6월~8월 사이에 회원가입을 하면 가입비를 면제해 주는 특별 프로모션(Promotion)기간이라 운 좋게(?)도 가입비 2000달러를 절약 할 수 있었고 연회비만 각각 1000달러씩 내고 다시 골프를 시작하게 되었다.

 

서울에 주재하는 10년 동안 골프를 친 것이 아마도 통틀어 20번을 넘지 않았던 것 같았다. 곰곰히 이유를 생각해보니 첫째, 호주공무원으로 한국 주재근무를 하면서 그 비싼 회원권을 살 수도 없고 멤버쉽이 없으니 부킹(Booking) 할 수가 없었다.

 

둘째, 또 어찌 시간이 나서 주중에 비회원이라도 칠 수 있는 곳에 친구와 한번 간다 하더라도 너무 비싸 자주 나갈 수 없었다. 셋째, 가끔 지인들이 주말에 초대해 줘서 라운딩(rounding)을 하게 되면 신세를 지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해 자주 응하기도 뭣하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골프에 흥미를 잃게 됐다.

 

그러다가 작년 8월 이곳에 회원등록을 하고 나니 그 동안 못 쳤던 것이 한이라도 맺힌듯 틈나는데로 나갔다. 우선 집에서 5분밖에 걸리지 않아 아침 이른 시간이든 오후 늦은 시간이든 (특히 해가 길어지기 시작하는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오후 3~4시에 시작해도 충분히 18홀을 돌 수가 있다)

 

언제라도 부킹없이 혼자서나 부부 둘만이 라운딩을 할 수 있어 좋고 또 이곳의 골프장은 좀 기복(hilly)이 심하면서도 산속의 숲을 그대로 살려 설계를 했기 때문에 경관이 수려하고 아기자기하다.

 

언덕을 오르내리다 보면 다리가 튼튼해져서 좋고 (여기서는 대부분이 골퍼가 직접 골프가방을 운반차(Buggy)에 얹어 끌고 다닌다) 한번 연회비를 냈으니 전혀 돈이 안 들어서 좋다. 처음에 멤버가 되면 이 클럽의 핸디를 받아야 클럽에서 주관하는 주중, 주말 경기에 참가(join) 할 수가 있다.

 

핸디를 받으려면 이 클럽의 핸디가 있는 사람이 Marker(스코어를 확인 해 주는 사람)가 되어서 스코어(score)를 기록해 주는데 스코어 카드(score card) 5장 제출하면 그 스코어를 평균해서 클럽의 핸디캡 담당자가 핸디를 정해 준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 진 나의 핸디가 24였다.

 

10여년을 골프를 잊고 살았으니 2009 8월부터 시작해서 2009 년 말까지는 핸디를 만들 생각을 안하고 집사람과 계속 연습 라운딩만 했다. 그러다 보니 다시 골프에 취미가 붙고 또 같은 클럽 멤버들과(대부분이 같은 suburb 나 이웃 동네 사는 사람들이다) 친하게 지낼 필요도 있고 또 시합에도 나가고 싶어 올해 초에 앞에 언급한 방식대로 핸디를 만들었다.

 

일단 나의 핸디가 클럽에 등록이 되면 클럽 핸디캡 카드가 나오는데 이 카드는 호주 PGA가 인정하는 Golflink number 도 동시에 등록이 되어있어 호주내 어느 클럽에 가도 이 카드만 제시하면 나의 핸디를 증명 하는 기능을 할 뿐 아니라 클럽과 RECIPROCAL(상호 호혜적)를 맺은 골프장에서는 무료로 라운딩 할 수 있다. Golflink number가 없으면 내가 소속되지 않은 골프클럽에서 주관하는 시합에는 출전이 어렵다. 내 핸디캡을 증명 할 수가 없으니까.

<?XML:NAMESPACE PREFIX = O /> 

핸디를 받고 나니 공교롭게도 달포 이상 비가 내려 골프를 못 치다가 지난달부터 코스가 젖은 상태였지만 우리 클럽의 정규 member competition이 시작됐다. 내가 속한 클럽은 화요일에는 여자 멤버들의 시합이, 목요일에는 남자 멤버들 시합, 그리고 토요일은 남자들 시합 중간에 직장여성을 위해 1시간을 여성 전용 티-오프시간으로 할애해주며, 일요일은 남녀 구분 없이 함께 참여하는 시합이 있다. 일요일 시합에는 주로 부부조가 많이 출전한다.

 

아무리 10여년간 서울에서 골프를 안 쳤다고는 하나 작년에 이곳 멤버로 가입후 꽤나 연습을 했으니 옛날에 치던 핸디(9) 에 비하면 많이 높은 편이라 3주에 걸쳐 우승 했다. 지난 토요일은 이 클럽의 Autumn Cup (계절마다 이루어지는 클럽 챔피언 쉽의 하나) 선발전인 Monthly Medal Race(매월 한번씩 이루어지는 챔피언쉽 경기)에서도 우승해 3월의 챔피언이 되었다.

 

이 클럽에서는 우리 부부가 유일한 동양인 멤버인데다 연속 3주 우승을 했으니 이 사람들이 발음하기도 어려운 내 영문자 이름인 Myung이 모든 멤버들에게 '미융'으로  알려져 이제 이 클럽에서 꽤 유명인사가 되었다. 핸디도 3번 경기만에 24에서 19로 떨어졌다. 여기서는 매번 경기마다 결과에 따라 클럽 핸디캡 담당자가 핸디를 조정한다. 그러나 핸디가 내려가기는 쉬워도 한번 내려가면 아무리 못 쳐도 좀처럼 다시 올라 가지 않는다.

 

서울은 회사에 부킹 담당자가 별도로 있을 정도로 원하는 날짜에 부킹 하기 어렵고 또 대부분의 골프장들은 3~4명으로 조를 짜서 가야만 골프를 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곳의 부킹(booking)방법은 아주 합리적이고 편리하다. 멤버들이 주중이나 주말 정기 시합(competition)에 참여하려면 우선 클럽의 웹사이트(website)로 접속해 online booking을 클릭하고 멤버 number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competition sheet( 티 오프 시간표)가 나온다. 그 중에서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멤버number만 넣으면 자동 부킹이 된다. 조를 따로 짤 필요가 없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등록을 하면 같은 시간대에 골프를 치고 싶은 멤버가 나와 같은 시간에 자기 멤버number를 입력하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조가 짜여지고 그래서 매주 다른 멤버와 조를 이루어 골프를 하게 되고 많은 사람들을 운동하면서 사귈 수가 있다. 4~5시간을 rounding을 같이하니 금방 친해진다. . 물론 여기서도 자주 같이 rounding 해 본 사람들 끼리 같은 시간대에 예약해서 늘 같은 사람끼리 치기도 한다

 

또 Online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은 pro-shop에 전화 한 통이면 부킹이 된다. 경기시간이 아닌 때 골프를 치고 싶으면 그냥 가면 된다. 보통 주중에 경기가 없는 월, , 금요일엔 '대통령 골프'를 즐길 수 있다. 골프장이 거의 동네마다 있고 주중에는 일하는 사람이 많으니 자유업에 종사하거나 은퇴한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골프 천국이다. 앞뒤로 사람이 없으니 혼자 갔을 경우 볼을 2~3개씩 칠 수가 있다. 그러니 따로 indoor에 가서 연습을 할 필요도 없다.

 

지난 몇 개월은 여름이라 무더운 한낮에 골프 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주로 오전이나 늦은 오후 시간대에 많이 라운딩했으나 지금부터는 가을로 접어들어 평균 기온이 19~27도 정도라 골프에는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건강도 돌보고 내려간 핸디 캡을 좀 더 내려서 한국인 '미융'을 보다 많이 알리기 위해 이 좋은 게절에 이전보다 더 자주 필드를 찾아야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