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드는 은행 창구…소비자 불편은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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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드는 은행 창구…소비자 불편은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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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기업∙환전 등은 창구를 이용할 수밖에 없어"
   
 

[컨슈머타임스 양대규 기자] #. 공무원 이씨(세종시, 33)는 얼마전 아파트 전세값이 올라서 전세자금대출을 갱신하기 위해 점심시간을 쪼개서 주변의 시중은행에 들렸다. 관사와 가까워 공무원들이 많이 이용하는 은행이지만 4개의 대출 창구 중 3개만 운영하고 있었다. 3곳의 창구에 대출과 기업 민원을 처리하려는 사람이 많아서 이씨는 계속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50여분을 기다렸지만 결국 허탕치고 돌아섰다.

시중은행들이 창구가 점점 줄이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 불만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을 그만둔 임직원은 3000여명에 달한다. 또한 지난해 5대 시중은행 영업점 4919곳 중 177곳이 문을 닫았다.

은행들이 줄인 것은 점포가 다는 아니다. 창구 직원이 줄어들면서 점포 내 창구 수도 줄었다. 대면 창구가 줄어들면서 은행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불만은 가중되고 있다.

전세자금대출 등 서류가 필요한 대출은 은행 방문이 필수다. 최근 은행들이 일부 비대면 대출 상품에 우대 금리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고 하지만 실제 신용 대출에서도 비대면 채널로는 다양한 서류를 구비할 수 없어 창구보다 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은행들이 소비자의 불편을 외면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직장인 김씨(서울, 27)는 "최근 주거래은행의 기업창구가 2개에서 1개로 줄었다"며 "기업은 처리하는 시간이 일반업무보다 많이 걸리는데, 창구까지 줄어서 시간이 배로 늘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직장인 박씨(서울, 35) 역시 "여행 때문에 환전하러 점심시간에 은행을 찾았는데 창구 두 군데가 비어 있어서 40여분 가까이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은행들은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영업점을 없애거나 통폐합했다. 이로 인해 국내 시중은행 지점 숫자는 지난 3년 사이 500여개 넘게 줄었다.

은행은 모바일 뱅킹 인구가 늘면서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점포와 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은행이 소비자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이 만만치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수익성 향상이라는 이유로 인력과 점포를 줄인 결과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이 떠안고 있다"며 "핀테크 등 새로운 시스템에 접근성이 낮은 노년층과 직접 은행에 방문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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