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뱅크 카카오뱅크 난항...금산분리법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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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뱅크 카카오뱅크 난항...금산분리법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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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전문은행 영업환경 만들어야" vs "금융질서 중요"
   
 

[컨슈머타임스 양대규 기자] K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들이 '금산분리법' 등 은행법 때문에 앞으로 운영에 차질이 예상된다.

금융권 전문가들 사이에는 은행법을 개정해 인터넷 전문은행이 제대로 영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친기업적'인 법개정에 좋은 시선은 아니다. 서민들은 법을 지키는 데, 일부 기업을 위해 법이 바뀌는 상황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치권과 금융권 안팎에서도 새 은행 때문에 법개정을 함부로 바꾸는 것은 '본말전도'라는 지적이다. 기존의 규제를 통해 지켜지는 금융질서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 금산분리법으로 인터넷전문은행 난항?…"저축은행으로 중금리 대출 가능"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초의 인터넷 전문은행인 K뱅크가 본격적인 영업 개시를 앞두고 은행법 규정 때문에 운영 차질이 예상된다.

카카오뱅크 역시 본인가를 앞두고 은행법에 발목을 잡힌 상황이다.

두 은행의 앞길을 막는 가장 큰 허들이 바로 금산분리법이다.

금산분리법은 산업자본(대기업)이 은행을 소유하거나 지배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이다. 이를 통해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의 10%밖에 보유할 수 없다. 은행 경영에 참석할 수 있는 의결권이 있는 지분은 4%에 불과하다.

금산분리법 때문에 KT가 K뱅크에 투자할 수 있는 금액에 한계가 있다.

아직 영업을 시작도 안한 K뱅크가 한동안 흑자를 내기 어렵기 때문에 올해 안에 증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규제에 따라 제대로된 영업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 비용은 초기 전산망 구축 등 기반작업에 사용됐기 때문이다.

이는 카카오뱅크도 비슷한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금산분리법 등 은행법을 완화해 두 은행의 영업에 숨통을 터주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규제 완화'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새로운 은행이 왜 생겨야 하냐며, 이를 위해 법이 바뀌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직장인 윤모씨(34)는 "KT나 카카오 등 일부 기업들을 위해 은행법을 바꾸는 것이 마냥 좋게만 보이지는 않는다"며 "대부분의 서민은 법을 지키며 살아가는 데, 기업들은 자신이 유리한 방향으로 법을 바꾸는 것을 보면 상대적 박탈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학영·전해철 국회의원이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 문제 진단 토론회'에서도 이에 대해 깊은 토론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저축은행은 산업자본이 수신과 여신을 수행하는 금융기관을 소유한 사례인데, 저축은행이 대주주의 사금고로 활용됐던 불행한 추억이 많다"며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하면 총수의 지배권 구축이나 계열사 부도 시 불법적으로 계열사를 지원하는 등에 은행이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09년 이명박 정부 당시 금산분리법이 완화됐으나 이는 결국 2013년 7월 이른바 동양사태로 번지게 됐다. 2006년부터 자금난을 겪던 동양그룹이 2013년 2월부터 9월까지 동양증권을 통해 기업어음(CP)을 무더기로 발행해 채권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줬다.

결국 2013년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에 따라 금산분리법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

전 교수는 또 "인터넷 은행이 중금리 대출 시장 형성이나 핀테크로 새로운 것을 하겠다는 건데 이 경우 굳이 은행업을 할 필요가 없다"며 "저축은행으로도 이런 것들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동원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이날 "대주주 기업이 부실하게 되면 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해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으려는 유혹이 존재한다"며 "엄격한 차단벽을 설정하고 감독을 철저히 한다고 해도 차단 장치가 작동이 잘 안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규제를 완화하면 그를 악용하는 세력이 생기게 마련이고, 새로운 장치는 제구실을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현재 국회에 발의된 인터넷 은행 특례법은 은행법보다 강력한 규제조항을 병행하고 있어, 대기업의 사금고화 우려는 지나치다"라며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인터넷 은행은 본래의 취지를 상실한 또 하나의 은행에 그치게 된다"고 반박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는 20일부터 법안심사소위회를 열고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심사에 들어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다수 의원의 반대로 소위원회 통과도 힘들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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