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잊을만 하면 터지는 지점장 비리 '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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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잊을만 하면 터지는 지점장 비리 '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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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대출∙대출사기∙채권횡령 "모두 과거 문제들, 깨끗한 변화 중"
   
 

[컨슈머타임스 양대규 기자] KB국민은행(행장 윤종규)이 지점장들의 잇단 비리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최근 국민은행 전 지점장이 부실회사에서 수십억원의 불법대출을 하고 뒷돈을 챙긴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았다.

국민은행은 지난해에도 지점장이 170억원 대출사기에 연루됐다. 2014년에는 동경지점장의 천억원대의 불법대출과 국민주택채권 횡령 사건 등이 발생해 은행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 지점장 불법대출 징역 6년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부실회사에 47억원의 불법대출을 하고 그 대가로 수억원을 챙긴 혐의로 전 국민은행 박모(56) 지점장이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최의호)는 전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지점장에게 징역 6년과 벌금 2억원, 추징금 2억7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모 지점장이 대출을 실행해주는 대가로 거액을 수수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며 "그럼에도 박모씨는 자신의 범행을 모두 부인하는 등 진지한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중형을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박 지점장은 2015년 1월부터 6월까지 지점장으로 재직하며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47억원의 대출을 해주고 그 대가로 2억7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박 지점장은 이 과정에서 부정 거래를 숨기기 위해 부동산 매매 계약, 채무관계 등을 맺는 듯 치밀하게 '돈세탁' 과정을 진행했다.

하지만 문제는 국민은행에서 비리를 저지른 지점장이 박 지점장이 다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해 7월에는 페이퍼컴퍼니를 끼고 국민은행 지점장 A씨와 우리은행 지점장 등이 속한 그룹이 170억원대의 대출 사기를 일으킨 혐의로 검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폐업 상태인 페이퍼컴퍼니 10여 개를 인수해 재무서류를 조작, 세무서에 가짜 매출 신고 등을 하며 조직적으로 8개의 은행에서 170억원을 대출받아 가로챘다.

국민은행 지점장 A씨는 페이퍼컴퍼니에 대출을 한 뒤 대출금이 연체되자 인사상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다른 페이퍼컴퍼니에 대출을 주며 '돌려막기 대출'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7월 KB국민은행 동경지점장이 2010~2013년 일본 회사에 천억원대 불법대출을 하고 그 대가로 금품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 결과 금감원은 국민은행은 물론 다른 시중은행 동경지점에 대해 현지 검사를 실시했다.

또한 같은 해 8월 국민은행 주택기금부 직원이 영업점 직원들과 공모해 2010년 3월18일부터 2013년 11월14일까지 영업점에서 국민주택채권 2451매(111억8600만원)를 현금화한 후, 이 가운데 88억400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밝혀져 큰 물의를 일으켰다.

금감원은 이 두 사건에 대해 국민은행에 '기관경고' 조치를 했다.

당시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다음부터 비리발생 지점장은 무조건 퇴출한다"며 강도 높은 제재를 선언했다.

이 전 행장은 특정 지점에 비리가 1건만 발생해도 해당 지점장은 '보직해임'을 하는 등 강력한 인사조치를 했다. 또 지역 본부장과 본부 본부장 등 임원에 대해서는 1번의 경고 후 퇴출하는 '투 스트라이크 아웃제'도 적용했다.

하지만 이러한 제재에도 국민은행 내부에 지속적으로 비리가 발생하고 있어 은행권 관계자들은 국민은행 내부 감사 시스템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은행권 전문가는 "시중은행 지점장들이 가지는 권한이 많기 때문에 마음먹고 빼돌리면 은행은 어떻게 손을 쓸 수 없다"며 "감사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지점장급 임원의 도덕성을 평가하는 '인사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최근 2년간 국민은행은 내부 감사를 철저히 진행해 깨끗한 은행으로 거듭나고 있다"며 "과거 발생한 사건들이 지금 처리되는 과정"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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