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퍼페츠'에게 내린 '마스터'의 은혜, 메탈리카 내한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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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퍼페츠'에게 내린 '마스터'의 은혜, 메탈리카 내한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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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리카 내한공연(액세스인터내셔널매니지먼트 제공)

[컨슈머타임스 김종효 기자] 메탈리카는 건재했다. 4번째 내한 공연이지만 여전히 처음처럼 한국 팬들은 열광했고 메탈리카는 이에 심장까지 울리는 드럼과 몸을 타고 오르는 듯한 기타로 응답했다.

이젠 '살아있는 전설'이라 불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헤비메탈의 정상, 메탈리카(Metallica)가 한국을 찾았다. 메탈리카는 1월 11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을 후끈 달궜다.

이번 공연은 메탈리카의 4번째 내한 공연으로, 10번째 스튜디오 앨범인 '하드와이어드...투 셀프 디스트럭트(Hardwired...To Self-Destruct)' 발매기념 아시아 투어의 첫 일정이다.

최근 이어진 약간 포근한 날씨가 매섭게 찬 공기로 바뀌었음에도 공연 시작 훨씬 전부터 고척스카이돔 앞은 메탈리카 머천다이즈를 구매하려는 팬들로 북적였다. 오후 7시께는 메탈리카의 원조 팬이라고 할 수 있는 30~40대 직장인들이 퇴근 후 넥타이를 맨 채 한 곳에 집결했다.

공연 분위기 고조를 위한 오프닝 밴드로는 일본의 메탈 아이돌 그룹 베이비메탈이 올랐다. 수메탈(나카모토 스즈카), 유이메탈(미즈노 유이), 모아메탈(기쿠치 모아) 등 베이비메탈 멤버 3인방은 메탈리카를 보기 위해 추위 속에서 오랜 시간 기다린 '아저씨'들의 마음을 메탈 사운드로 녹였다.

메탈과 아이돌 안무의 결합은 아직도 메탈 팬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리지만 베이비메탈의 관객을 휘어잡는 능력은 이날 제대로 발휘됐다. 여기에 메탈리카를 '영접'하기 위해 한참 고무된 팬들의 분위기도 더해져 베이비메탈 공연인지 메탈리카 공연인지 모를만큼 큰 환호가 쏟아진 진풍경이 벌어졌다.

▲메탈리카 내한공연(액세스인터내셔널매니지먼트 제공)

예정시간보다 공연이 늦어져 나이가 든 팬들이 여기저기서 한숨을 내쉴 때쯤 메탈리카가 등장했다. 예정보다 약 30분 늦은 오후 9시께 터진 오프닝곡 '하드와이어드(Hardwired)'는 다시 고척스카이돔을 뒤흔들었다. 팬들은 기다림의 지루함이 언제 있었냐는듯 미친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제임스 헷필드(보컬·기타), 커크 해밋(기타), 로버트 트루히요(베이스), 라스 울리히(드럼)는 1998년, 2006년, 2013년에 이어 3년 6개월만에 찾은 한국에서 더 탄탄해진 그들의 음악을 선사했다. 돔 구장과 결합한 메탈 사운드는 경이로울 정도였고 팬들의 함성은 메탈리카의 음악과 하나의 곡처럼 어우러졌다.

메탈리카는 정상에 있는 메탈그룹답게 빈틈없이 꽉 찬 메탈 사운드로 팬들을 들었다 놓았다 했다. 기교는 과하지 않되 더 능숙해졌고 대충 보내는 듯한 신호에도 호흡은 척척 맞았다. 그러면서도 이제 갓 발을 들인 젊은 밴드 이상의 맹렬함과 패기는 여전했다. 2시간 10분여에 달하는 공연 시간 동안 '메탈리카도 늙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한 요소는 멤버들의 찰랑이는 흰머리 뿐이었다.

▲메탈리카 내한공연(액세스인터내셔널매니지먼트 제공)

공연의 정점은 단연 '마스터 오브 퍼페츠(Master of Puppets)'였다. 일각에선 한국의 현재 정치상황 때문에 금지곡이 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였지만 말 그대로 우스갯소리일뿐, 이 곡은 이번까지 포함해 메탈리카 내한공연 4번 내내 최고의 하이라이트 순간을 만드는 역할을 했다. 고척스카이돔을 빼곡히 채운 1만8,000여명의 관객들은 마치 무엇엔가 홀린 것처럼 기타 리프를 따라 불렀고 힘껏 '마스터'를 외쳤다. 이어지는 '포 훔 더 벨 톨즈(For Whom the Bell Tolls)'는 그 분위기를 이어 한겨울 밤의 추위를 날렸다.

웅장한 오페라 사운드와 결합한 '식 앤 디스트로이(Seek and Destroy)'가 끝났지만 팬들의 함성은 끝나지 않았다. 아직도 열기가 식지 않은 팬들을 위해 앙코르 무대에 오른 메탈리카는 '배터리(Battery)', '낫싱 엘즈 매터스(Nothing Else Matters)'를 부른 뒤 '엔터 샌드맨(Enter Sandman)'으로 들뜬 열기를 아예 폭발시키며 공연을 마무리했다. 사실 분위기는 다시 공연을 시작해도 될 정도였다.

메탈리카는 4번의 내한공연 동안 단 한 번도 실망을 안겨준 적이 없다. 최고의 아티스트치곤 잦은 내한이긴 하나 여기엔 메탈리카가 "세계 최고의 팬"이라고 극찬한 한국 팬들의 뜨거운 환호가 자리잡고 있다. 메탈리카는 이런 팬들에게 이번 역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메탈의 신'이 내리는 축복을 선사하고 갔다.

누가 메탈리카를 늙었다고 했던가. 메탈리카는 여전히 쩌렁쩌렁한 기세로 메탈 신을 호령하고 있었다. 그런 메탈리카의 건재는 이날 함께 열광한 한국팬 1만8,000여명과 오고 싶어도 평일이라 오지 못했을 전국 각지의 직장인 팬들 수만명의 -마치 그들의 음악처럼-든든하고 탄탄한 뒷받침도 분명 한 몫 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는 '메탈 마스터'의 '퍼페츠'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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