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거수기 노릇은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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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거수기 노릇은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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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국민연금 외압 수사 나서...국회도 독립성 강화 법안 준비중
   
 

[컨슈머타임스 김동호 기자] 국민연금 문형표 이사장이 지난 28일 긴급체포됨에 따라 향후 국민연금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 이사장은 지난해 보건복지부 장관 재직 시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하라는 압력을 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국민연금은 두 기업의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하지만 시장에선 두 기업의 합병비율이 불공평하게 산정됐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국민연금이 합병에 반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국내 주요 상장사들의 민감한 이슈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올해도 국민연금은 기업 주주총회에 상정된 안건 10건 중 1건에 대해서만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 노후를 위한 최후의 보루인 국민연금이 특정 집단의 이익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상황을 막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국민연금 운용의 독립성과 투명성,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 국민연금의 이상한 결정? 특검이 밝힌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 28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장관을 긴급체포했다. 문 전 장관은 지난해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시 찬성표를 던지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의혹은 당시 국민연금의 불투명한 의결권 행사 과정이 발단이 됐다. 과거 삼성물산의 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은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민간자문기구인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기금운용본부 소속 투자위원회 결정을 통해 합병에 찬성했다. 매우 이례적인 행보다.

이로 인해 시장에선 외부의 알 수 없는 힘이 국민연금에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에 힘입어 삼성그룹은 두 회사의 합병을 성사시키며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큰 걸림돌을 넘었다.

특검은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의 진술을 계기로 문 전 장관을 긴급체포했다. 그동안 국민연금 차원에서 합병 찬성을 의결했다고 주장했던 홍 전 본부장은 지난 27일 조사에서 복지부로부터 합병에 찬성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이 외압에 의해 가입자인 국민이 아닌 특정 집단을 위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국민연금 기금 운용의 독립성과 투명성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 국민연금, 올해도 거수기 역할에만 충실?...열에 하나만 반대

국민연금은 올해도 주요 상장사의 민감한 이슈에 대해 찬성표만을 던지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국민연금은 올해 기업 주주총회에 상정된 안건 10건 중 1건에 대해서만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조사됐다.

뿐만 아니라 반대표를 던진 안건 중 부결된 것은 100건 중 1건꼴이었다. 전체 안건 대비로는 부결이 1000건 중 1건에 그쳤다. 반대표 역시 의결과정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기업경영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민연금의 2016년 주총 의결권 행사 내역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해 586개사 3344건의 의안 중 2994건(89.5%)에 대해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 의견을 낸 안건은 320건으로 겨우 9.6%에 불과했다. 의결권 미행사는 20건(0.6%), 기권 9건(0.3%), 중립 1건으로 조사됐다.

국민연금이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안건은 배당 관련 이슈였다. 이어 정관변경과 임원 선임·해임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을 냈다. 연금의 수익률에 직결되는 배당 이슈에 가장 민감한 모습을 보였다.

10대 그룹의 주총 안건에 대해서는 반대표 행사 비율이 더욱 낮았다. 국민연금이 주총 안건에 반대한 경우는 겨우 7.5%였다. 기업별로 국민연금이 반대 의견을 표명한 비중은 한화, 롯데, 현대차, 한진 등의 순이었다. 삼성, 현대중공업 주총에서는 단 한 건의 반대표도 던지지 않았다.

◆ 국민연금 독립성 보장하자, 개선방안 쏟아져

이 같은 국민연금의 이상한 행보를 막기 위해 국민연금 운용의 독립성과 투명성,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국회에선 다양한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 기금운용체계의 대수술을 계획하고 있다.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추진할 개혁입법 중 하나로 국민연금 기금운용체계 개편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기회에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 공개성, 투명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방침을 본격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원들의 관심도 높다. 의원 각자가 국민연금 관련 법안을 발의하고 있는 상황.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제윤경 민주당 의원은 최근 국민연금 이사장과 기금운용본부장을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에 포함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기금운용 핵심주체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개정안은 이 외에도 기금운용본부장과 실무평가위원회 위원들의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 등 자문기구를 법정화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각 위원회의 회의록을 공개하도록 하는 등 투명성 강화 방안도 포함됐다.

제 의원은 "기금운용본부장 한 사람의 결정에 따라 국민 노후자금이 운용·관리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승희 새누리당 의원도 지난 22일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주주권행사전문위원회'란 법정기구로 개편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개정안은 또 기업합병 등 중요한 사안은 반드시 이 위원회에서 심의·승인하고, 그 세부내용을 외부에 공개토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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