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60Wh' 배터리 기내반입 안돼? 소비자 혼란시키는 국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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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160Wh' 배터리 기내반입 안돼? 소비자 혼란시키는 국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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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서순현 기자] "'밀리암페어시(mAh)' 곱하기 '볼트(V)' 나누기 1000은 '와트시(Wh)'"

해외로 여행이나 출장을 준비 중인 사람이라면 이제는 외워둬야 하는 필수 공식이다. 이 공식에 따라 160Wh가 초과되는 보조배터리는 이제 외국으로 가지고 나갈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국토교통부는 새로 개정된 '항공위험물 안전관리 강화계획'을 발표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국제기준을 변경함에 따라 여객기화물칸을 통한 리튬배터리 운송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리튬배터리 중에서도 스마트폰 보조배터리 탑승기준을 제한하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160Wh를 넘는 보조배터리는 휴대와 화물칸 적재가 모두 불가능하고 그 이하 제품들에 대해서는 1인당 2개까지 휴대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공중을 비행하는 항공기 내에서 대용량 배터리의 폭발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바뀐 안전관리 기준을 여행객들에게 적극 홍보하겠다는 국토부의 일 처리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생소한 에너지 단위인 'Wh'로 인해 혼란을 겪어야만 했다는 점이다.

전자 제품시장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보조배터리 용량 단위는 mAh다. 사용하는 기기 전압에 상관없이 실질적으로 배터리가 공급 가능한 전류량을 나타내는 단위다.

mAh 단위는 모든 보조배터리 측면에 표기돼 있는 반면 Wh는 그렇지 않은 제품이 상당 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리튬배터리의 경우 안전∙성능기준에 따라 제품 용량을 mAh 혹은 Ah로 표기하도록 하고 있으나 전압 등 그 이외의 내용은 필수적으로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mAh를 Wh로 변환하기 위해서는 계산을 거쳐야 한다. 보조배터리 용량에 스마트폰의 전압을 곱하고 그 값을 1000으로 나누면 Wh를 도출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1만mAh 용량 보조배터리를 5V 전압을 가진 스마트폰에 사용한다면 그 보조배터리는 50Wh가 되는 것이다.

복잡한 계산은 아니지만 Wh의 정의조차 모르는 애꿎은 소비자들은 전기공학을 전공한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인터넷의 도움을 구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혹여 자신의 배터리가 운송법에 저촉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계산기를 두들겨봐야 했다.

국토부 측은 ICAO의 기준을 명확히 따르기 위해 리튬배터리 용량에 대한 기준도 ICAO에서 제시한 부분을 인용해 발표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심지어 해당 자료를 보도한 언론들조차도 생소한 에너지 단위가 불러올 혼란을 간과하고 지나갔다. 160Wh이라는 기준에 대해서 소비자들이 가지고 있는 배터리와 비교해 이를 계산해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매체는 1곳도 찾을 수 없었다.

결론적으로 누구 하나 이 주제에 관해 실질적인 승객들의 입장에서 고민해 본 이가 없다는 의미다.

물론 공무원∙언론인으로서 자신의 직무를 처리하는데 매우 바쁠 것이다. 그러나 보도자료 혹은 기사에 1문장이라도 할애해 계산식을 넣어 부연해줬다면 이러한 혼란이 현저히 줄었을 것이라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난해 해외로 여행을 떠난 우리나라 국민은 전년보다 20.1% 늘어난 1931만430명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라는 게 한국관광공사의 설명이다.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은 해외를 오고 가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편의와 안전을 증진시키기 위해 구성된 조직이다. 국내∙외 여행객들이 늘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진 만큼 더욱 국민들의 입장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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