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금리·햇살론도 광고규제? 유연성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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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중금리·햇살론도 광고규제? 유연성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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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조선혜 기자] 4살 꼬마 아이가 엄마 앞에서 노래를 부른다. "○○~ ○○~ ○○머니 우~ 걱정 마세요. 대출은 든든한 ○○머니!"

"어디서 배웠니" 물어보니 TV에서 들었다고 한다. 대략 10년쯤 된 얘기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 단순한 가사로 이른바 '국민CM송'이라 불렸던 대부업체 광고 음악에 대한 웃지 못할 에피소드다.

당시 연 50%에 육박하는 상당한 고금리로 대출상품을 판매했던 대부업체들이 국민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가기 위해 이 같은 전략을 이용한 것이다. 대출 받는 것을 쉽게 생각하게 만든다는 비판을 받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후 저축은행들마저 '쉽고 빠른 대출' 등 문구를 이용한 광고를 앞세워 고금리 대출 판매에 뛰어들었다. 소비자들은 물론 금융당국까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규제가 필요하다고 느낀 것이다.

결국 지난해 9월부터 대부업계, 저축은행에 대한 TV광고 시간 규제가 시행됐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시청 가능한 시간대의 방송을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최근 저축은행들은 중금리 대출상품을 연이어 출시했다. 비슷한 중금리 상품 수요자를 타깃으로 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대비하고, 이미 유사 금리대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시중은행 등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저축은행들의 전략은 통했다. 해당 상품들이 돌풍을 일으키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SBI저축은행의 중금리 대출상품 '사이다'는 출시 10영업일 만에 48억원의 대출실적을 올렸다. 시중은행의 해당 실적보다 3배는 넘는 수준이라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금융위원회는 아예 중금리 대출 활성화에 팔 걷고 나섰다. 서울보증보험과 연계해 저축은행들의 리스크 관리에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기존 2금융권의 30%대 고금리 대출을 해당 중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환경을 조성, 12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를 줄이고자 하는 의도이기도 했다.

소비자들의 호응이 좋은 것은 물론, 금융당국도 적극 지지하는 중금리 대출.

그러나 해당 상품의 광고만이라도 규제를 풀어달라 읍소했던 저축은행의 건의는 거절됐다. 특정 상품을 시간 규제에서 제외하는 예외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 서민금융상품인 '햇살론'이나 브랜드 이미지 광고 역시 같은 적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저축은행이기 때문에 안 된다'라는 암묵적인 메시지가 깔려있는 것이다. 비슷한 금리대의 대출을 취급하는 카드·캐피탈사 등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불만이 나오는 배경이다.

덮어놓고 규제를 완화하는 것도 문제지만, 시장 흐름이 변하고 소비자와 정부가 호응하고 있는 부분까지 목줄을 단단히 죄고 있는 것 또한 문제다.

가계 빚을 눈덩이처럼 불릴 수도 있는 고금리 대출이 아닌, 이를 해소할만한 중금리 대출 상품에까지 규제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과도한 처사다.

무작정 광고 시간대를 규제하기 보다는, 광고 내용에 대해 더욱 엄격한 심사를 거친 후 부분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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