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광원의 볼록렌즈] 소신·비전 없는 경제팀으론 경제 못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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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원의 볼록렌즈] 소신·비전 없는 경제팀으론 경제 못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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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 경제 뒷걸음질 계속, 인사스타일을 바꿔라
   
 

[컨슈머타임스 윤광원 기자] 유일호 경제팀이 13일 공식 출범했다. 그러나 '무색무취하다'는 평을 듣고 있는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에 대해 세간에선 여전히 의구심을 품고 있다.

유 부총리는 처음 내정 발표 당일부터 친정부 유력 보수신문 사설에서 "이런 인사로 과연 경제를 살릴 수 있겠느냐"는 치욕적인 말을 들어야 했다.

그래도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미더움을 주지 못했다. "추경 없이도 올해 3.1% 성장이 가능하다"고 장담했지만 해법도 비전도 없었다. 취임식에선 '순둥이'란 별명을 의식한 듯 "백병전 불사" 등 강경발언을 했지만, 알맹이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14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마찬가지다. 경기대책이라는 게 기껏 '단골 메뉴'인 재정 조기집행이다.

그가 외치는 구조개혁은 그의 정책이 아니다. 대통령 대신 읽은 것 뿐이다.

박근혜 정부 경제는 임기 5년중 3년을 뒷걸음질만 거듭했다. 성장률은 곤두박질하고 작년 청년실업률은 사상 최고를 찍었다.

2차례나 추경을 하고 한국은행에 은근히 금리인하를 압박하는 등 돈을 풀어댔지만, 아직 아무 효과도 없다. 고용률 70% 목표는 이미 물건너 갔고, 청년일자리를 외치며 2조원 넘게 '국민혈세'를 쓰고 '청년희망펀드'를 모아놓았지만 청년실업률은 사상 최고치다. 

이 정부 경제정책의 상징인 '창조경제'는 아직도 실체가 전혀 없다. 대기업들 '팔을 비틀어' 지방 몇 곳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들었을 뿐…

이런 경제정책의 실패는 상당부분 경제수장들의 리더십과 통찰력, 비전, 소신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현오석 전 부총리는 리더십 부재에 시달렸다. 전체 경제부처 통솔은 커녕 기재부 내부도 제대로 장악하지 못했다. 청와대 조원동 전 경제수석에 눌렸고 여당 의원들도 걸핏하면 "부총리가 보이지 않는다"고 놀려대곤 했다.

특히 최경환 전 부총리를 믿는 게 아니었다. 그는 '공갈포'였다. "지도에 없는 길을 가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그가 키를 잡은 한국 경제는 길만 잃어버렸다.

취임 초 중산층을 살려야 한다면서 기업 내부 유보에 과세하고 배당소득증대세제를 도입할 때만 해도 좀 신선했지만, 곧 밑천이 드러났다.

최경환은 추경을 하고 한은에는 금리인하를 요구, 재정과 통화 동시확대 정책을 폈지만 경기 살리기에 실패했다. 거기에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인 부동산 규제완화 카드를 또 쓰다보니 푼 돈은 부동산으로만 몰려 우리 경제의 '암덩어리'인 가계부채는 폭증하고, 아파트도 공급과잉으로 거품 붕괴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전문가들은 정책의 순서가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구조개혁을 먼저 하고나서 돈을 풀었어야 하는데 반대로 하니까 풀린 돈이 부동산으로 밖에 갈 데가 없다는 것. 

여기서 '구조개혁'이란 박근혜 정부가 앵무새처럼 되뇌는 4대 개혁이 아니라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가계 및 기업부채 축소, 그리고 새 먹거리 창출이다. 그 전에 돈을 풀면 기업들은 새 먹거리가 없으니 투자를 안하고 좀비기업이 계속 은행 돈을 먹어치우고, 부동산 버블만 키우게 된다.

이 정도 판단력이 최경환에겐 없었다.

따지고보면 최경환은 여권내 '경제통'이 아니다. 그의 경제 경력은 옛 기획예산처에서 '초임 사무관'으로 몇 년 근무한 것과 한국경제신문에서 2년반 동안 논설위원을 지낸 게 전부다.

이명박(MB)정부에서 지식경제부장관을 지낸 것은 '친박계' 몫으로 자리 하나 내 준 정치적 결정일 뿐이고, 실제 그가 한 것도 MB정부의 원전수출과 자원외교를 서포트했을 뿐 미래 먹거리 관련 새로운 것은 없었다.

그 말고 진정한 여권내 경제통이 없을까. 전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으로 간 김종인 전 의원을 거론치 않더라도 이한구 의원이나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등 과거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교사'이자 대선 공신이었던 사람들이 있지만, 박 대통령은 이들을 써보려 하지 않는다.

이들이 대통령에게 소신 있게 직언을 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란 게 필자의 생각이다.

직언을 하려면 자신의 판단력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 소신과 비전이 있어야 한다. 그런 게 없는 '예스맨'들만 쓴대서야 어떻게 경제를 살릴 수 있겠는가. 

과거 역대 정부에서 경제가 살아났을 때는 대통령이 경제수장들에게 전권을 맡겼을 때였다. 전두환 정권때의 김재익, 김대중 정부의 이헌재 같은 경우가 전형적인 케이스다.

대통령 말만 옮겨 뱉고 눈치만 살피는 장관들 가지고는 경제를 살릴 수 없다. 박 대통령이 스타일을 바꿔야 한국 경제에 희망이 있다.

박 대통령은 신년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도 경제를 걱정하며 눈물까지 보였다. 그러나 그 뿐이다.

오죽하면 MB정부 마지막 경제수장이었던 박재완 전 기재부장관은 또 다른 친정부 보수신문에서 이렇게 평했다. "행정부의 '반성' 없이 국내 정치의 한계에만 집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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