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자 '합병' 삼성물산에 '싸늘'…1600억 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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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투자자 '합병' 삼성물산에 '싸늘'…1600억 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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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투자자 '합병' 삼성물산에 '싸늘'…1600억 이탈

[컨슈머타임스 김수정 기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제일모직과 합병하는 삼성물산 주식을 대량 처분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계획이 발표된 26일부터 지난 28일까지 3일간 외국인은 삼성물산 주식 165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특히 27일에는 1467억원어치를 매도했다. 이는 거래소가 통계를 시작한 1999년 이후 삼성물산의 일일 순매도액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28일에도 매도세가 이어져 외국인은 246억원어치를 팔았다.

이에 따라 합병 발표일 34.01%까지 올라갔던 삼성물산의 외국인 지분율은 32%대로 떨어졌다. 외국인의 삼성물산 지분율은 연초 27.70%에서 꾸준히 높아지는 상황이었다.

국내에서 호재로 인식된 합병 계획 발표 후 외국인들이 거꾸로 대량 매도에 나선 것은 이번 합병 계획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단면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이 1대 0.35로 발표돼 주가가 낮게 형성된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하다는 점이 외국인의 삼성물산 매도 움직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일부 외신과 외국 기관 투자가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가 주목적인 것으로 평가되는 이번 합병 계획에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해 싸늘한 시선을 보내면서 합병 계획이 기업 지배 구조에 대한 우려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은 합병 수혜를 크게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제일모직에도 그다지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26∼28일 외국인은 제일모직 주식을 109억원어치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같은 시기 연기금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식을 각각 620억원어치, 596억원어치 순매수해 대조를 이뤘다. 기관투자자 전체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식을 634억원, 1446억어치 사들였다.

외국인이 삼성물산에 대한 대량 매도를 통해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고 볼 여지가 있는 만큼 이들이 이후 주주총회에서 어떤 행동에 나설 것인지도 관심이다.

제일모직과 달리 삼성물산은 자사주를 포함한 삼성그룹의 계열사 지분이 19%대에 그친다. 내달 17일 임시 주총에서 합병 계획이 승인되려면 참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삼성물산 지분 9.79%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재무적 투자자라는 점에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 합병을 무산시키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하지만 30% 이상 지분을 가진 외국인의 행보는 양사의 합병 추진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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