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진천 육가공 공장 '깐깐한 햄' 전초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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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 진천 육가공 공장 '깐깐한 햄' 전초기지
  • 김은주 기자 winter@cstimes.com
  • 기사출고 2015년 03월 31일 07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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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20억 투자 '슬라이스 햄' 설비…투입 인원∙시간 제한 철저한 무균 시스템
   
▲ CJ제일제당 진천공장의 신제품 '더 건강한 브런치 슬라이스' 공정 모습. 방진복을 착용한 직원들이 클린룸에서 일하고 있다.

[컨슈머타임스 김은주 기자] 공기 맛이 달랐다. 서울에서는 느끼기 힘든 청량감이다. '생거진천(生居鎭川)'이라는 말이 피부로 느껴진다. 토지가 비옥하고 인심이 후해 살기 좋다는 충북 진천에 CJ제일제당 육가공 공장이 자리잡고 있다.

건물 곳곳에서는 가족적인 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 통로 벽면에는 야유회 사진 등이 잔뜩 붙어있다. 사내 공모전 수상자와 생일자 등의 목록도 함께 게재돼 있다.

화장실 칸에는 대학시절 종종 볼 수 있었던 화장실 통신문이 붙어 있다. '진천 소식', '동호회 활동', '생일 축하해요' 등 아기자기한 소식들에 절로 웃음이 새나온다.

위생관리는 이곳에서부터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비치된 손 세척기를 반드시 사용해야만 밖으로 통하는 문이 열리는 구조다.

◆ 전신 방진복으로 꽁꽁 싸매야 공장 진입 '위생' 관리 철저

공장 내부로 진입하기까지의 과정은 꽤나 까다롭다. 머리 전체를 감싸는 헤어캡, 두건, 모자, 안면마스크, 전신 방진복은 물론 전용 신발까지 착용해야 한다. 이후 손을 씻고 세균 세척기를 1번 거쳐 총 6개의 에어샤워를 통과해야 한다.

공장에 들어서자마자 왼쪽으로 돌아서면 파일럿실이 보인다. 신제품을 개발하는 곳이다. 내부 공정을 그대로 축소해놓은 모습이다.

▲ 파일럿실에서 햄 셀룰로이즈 케이싱 과정을 보여주는 직원.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직원이 본격적인 공장 투어에 앞서 파일럿실에서 '예고편'을 보여줬다. 원료육에 간을 하는 염지 과정부터 고기를 케이싱에 채워 넣는 충전 공정과 슬라이스해 포장까지 마치는 전체 과정을 축약해 설명했다.

파일럿실을 빠져 나와 공장 내부로 발걸음을 옮겼다.

순간 찬 공기에 정신이 번쩍 든다. 고기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온도를 낮게 유지하고 있었다. 기계 소음이 제법 크다. 옆 사람과 대화를 하려면 약간 큰 목소리를 내야 할 정도다.

가공되기 전 육류의 낯선 냄새가 물큰 풍겼다.

작업자들은 하나같이 노란색 헤드폰을 쓰고 있다. 음악감상용이 아니라 소음방지용이다. 시끄러운 공장 안에서 장시간 일하는 직원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공장 직원들은 눈만 빼놓고 전신을 위생복으로 가리고 있다. 물론 위생 장갑도 착용하고 있다.

공장은 24시간 가동되고 하루에 4번 장비 세척 시간을 가진다. 주∙야간 근무자 교대 시간에 2번, 점심∙저녁 식사 시간에 2번 세척을 진행한다. 부분적 오염은 매뉴얼에 따라 1~2시간 간격으로 확인한다.

원육선별실은 다른 공정과는 달리 자동 유리문으로 막혀 있다. 부드러운 햄의 질감을 위해 고기의 연골, 뼛조각, 힘줄 등을 선별해 제거하는 공간이다.

 ▲원육선별 작업 공정.

"고기를 뭉텅 썰어서 통째로 갈아 햄을 만들 거라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더러 있는데 까다로운 원육선별 과정을 거칩니다."

CJ제일제당 공장 관계자가 목소리를 높인다.

선별실 안은 작업자 외에 출입이 제한됐다. 이물질 혼입을 막기 위한 것. 자동문이 열리는 짧은 순간 안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선별실에서는 유수세척기를 통과해 깨끗하게 씻긴 고기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원육선별실에 들어가기 전 냉동상태의 고기는 '저온완만' 해동기술로 녹여 육즙의 손실을 막았다. 진공 상태에서 33도의 증기를 분사해 해동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물론 고기의 색상이 붉게 유지되도록 돕는다. CJ제일제당이 자랑하는 기술이다.

이후 원료육에 양념이 고르게 배도록 마사지해 밑간을 하는 염지 과정을 거쳐 고기를 5도 이하로 숙성시킨다. 숙성이 완료된 제품은 케이싱에 충전된다.

케이싱은 셀룰로이즈와 콜라겐 2종류다. 셀룰로이즈는 시중 소시지 껍질을 떠올리게 하는 비닐소재고 콜라겐은 소의 표피에서 채취한 것으로 먹을 수 있는 얇은 케이싱이다. 주로 비엔나 소시지를 충전할 때 사용된다.

충전이 끝난 제품은 훈연 및 삶기 공정을 거친다. 고기 고유의 맛과 향을 보존하는 과정이다. 스모크하우스 문을 열자마자 익숙한 햄 냄새가 코 끝을 자극한다. 뜨뜻한 열기도 가득 풍긴다.

▲신제품 '더 건강한 브런치 슬라이스'가 물결모양을 그대로 유지한 채 용기에 담기는 모습.

CJ제일제당은 신제품 '더 건강한 브런치 슬라이스' 햄을 만들기 위해 20억원을 들여 설비를 마련했다. 국내최초의 초박 쉐이빙(shaving) 기기로 고기를 자르지 않고 면도를 하는 것처럼 얇게 깎는 기술을 구현한다.

◆ 20억 투자, 물결형 슬라이스햄 생산

기존 슬라이스햄(두께 1.2~2mm)에 비해 두께 0.8mm로 훨씬 얇은 이 신제품은 부드러운 식감이특징이다. 사람이 손으로 직접 1장씩 차곡차곡 담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기계에서 슬라이스된 물결 무늬 그대로 포장용기에 담긴다. 중간중간 공기 공간을 확보해 풍성한 식감을 제공한다고 업체 측은 설명했다.

해당 설비는 무균상태의 클린룸에 설치돼있다. 이물질을 완전히 제거하고 온도 등을 최적화한 상태에서 작업이 진행된다. 위생관리에 위협이 되는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 투입 인원, 퇴실 시간 등이 철저히 제한된다.

CJ제일제당 신선마케팅총괄 곽정우 상무는 "브런치와 수제맥주 등의 트렌드가 번지면서 서구식 문화와 어우러지는 냉장 햄들이 점차 성장해나갈 것으로 본다"며 "새로운 식문화에 발맞춰 '더 건강한 햄'을 2020년까지 매출 2000억원대 스팸급 메가브랜드로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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