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 기술금융, 절반은 기존 거래업체에 지원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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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도 기술금융, 절반은 기존 거래업체에 지원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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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조선혜 기자]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기술금융이 현장에선 기존 거래업체에 지원이 집중돼 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은행들이 '보신주의'라는 질타에 못 이겨 기술금융 조직·상품을 만들고 나섰지만 부실 우려 때문에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지난달부터 기술신용평가기관(TCB)의 평가서가 반영된 대출을 시행했다. 은행마다 평균 50~60개 기업에 약 250억원씩 빌려줬다.

기업 1곳당 기술보증기금의 보증서나 정책자금의 온렌딩을 바탕으로 4억~5억원을 대출하면서 TCB의 평가서를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기술금융의 일환으로 TCB 대출을 받은 기업 약 절반은 기존에 은행과 거래 관계를 유지해 온 기업이다.

179개 중소기업에 TCB 대출을 한 기업은행 관계자는 "상당수 대출이 기존 거래 기업"이라며 "담보가 부족해 기술평가를 바탕으로 추가 대출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A 은행 관계자는 "TCB 대출 기업 46곳 중 19곳이 기존 거래 기업"이라고 밝혔다. B 은행에 대해서도 "14곳 중 9곳이 기존 거래 기업에 대한 대출"이라고 설명했다. 

담보나 보증 없이 TCB가 제공한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벤처기업이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한 제도지만 이에 의존해 대출해주겠다는 은행은 현재로선 거의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자체 평가 등급보다 TCB가 평가한 등급이 높으면 대출 심사 때 높은 등급을 반영해주는 정도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TCB 기반 대출은 은행으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대출 방식으로 한계를 보이고 있다.

담보·보증이나 기존의 거래 이력조차 없는 기업에 기술력과 잠재력만 보고 대출하는 게 은행의 본령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

이보다 먼저 도입된 지식재산권(IP·Intellectual Property) 담보 대출도 은행들의 도입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일반 시중은행 가운데 IP 담보 대출을 시행하는 은행은 현재까지 1곳도 없다. 국민, 우리, 신한 등 일부 시중은행이 도입을 검토 중인 단계다.

TCB 대출이나 IP 담보 대출이 여태껏 제자리를 잡지 못하게 된 데는 정부가 우격다짐하듯 은행에 기술금융을 요구한 탓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국민 예금을 재원으로 채권 회수 가능성을 따져야 하는 은행이 자본시장에서 찾아야 할 기술금융의 역할을 맡는 게 애초 무리라는 것이다.

임형준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이 현금흐름 변동성이 높은 초기 기술기업에 대출하는 유인이 제약된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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