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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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 한행우 기자 hnsh21@cstimes.com
  • 기사출고 2014년 06월 05일 07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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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 / 최세희 역 / 다산책방 / 208쪽 / 1만2800원
   
 

[컨슈머타임스 한행우 기자] 이것은 상실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상실의 고통을 견디며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 그 아픔을 넘어선 영원에 대해 말하고 있다. 

2008년 10월의 어느 아침, 영국 유수 매체들에 한 여성의 부고가 실렸다. '런던 문단의 별이 지다'라는 제호와 함께. 그녀는 '전설적인 문학 에이전트' 팻 캐바나였다.

그녀는 탁월한 문학적 감식안으로 수많은 문인들을 발굴하거나 후원했다. 그리고 그 자신이 한 작가의 아내로서 전천후 뮤즈이자 문단의 호스티스로 사랑받았다.

그녀의 남편은 영국의 대표 작가 '줄리언 반스'다.

캐바나의 죽음은 급작스러웠다. 거리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진 뒤 뇌종양 판정을 받았고, 겨우 37일 만에 사망했다. 반스는 침묵했다. 모든 인터뷰를 거절했다.

그리고 5년 만에 마침내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를 세상에 내놨다. 그가 자신과 아내에 관해 쓴 유일무이한 회고록이자 내면을 열어 보인 에세이다. 

또 동시에 가슴 아픈 러브스토리를 담은 소설이자 19세기 기구 개척자들의 모험담을 담은 짧은 역사서다.

이 책은 성격과 장르가 각각 다른 세 가지 글로 이뤄졌다. 각 장의 제목이 암시하듯, 그 내용은 3가지 수직적 층위를 띠고 있다. 원제 'Levels of Life'는 직역하면 '인생의 층위들'이다.

1부 '비상의 죄'는 하늘이 배경이다. 19세기 후반, 기구를 타고 하늘에 올랐던 세 실존인물 영국인 '프레드 버나비'와 프랑스인 사진가 '나다르', 그리고 여배우 '사라 베르나르'의 비행에 관한 일종의 르포르타주다.

2부인 '평지에서'는 땅의 얘기다. 프레드 버나비와 사라 베르나르의 사랑을 그린 허구적 러브스토리, 소설이다.

3부 '깊이의 상실'에 와서야, 반스는 비로소 자신과 아내 이야기를 시작한다. 나다르의 창공의 연대기, 버나비의 평지의 로맨스에 이어 층위상 '지하'이며 사별의 아픔에 대한 이야기다.

반스는 애처가였다. 그의 모든 책은 '팻에게 바친다'라는 헌사로 시작한다. 그런 아내가 부재하는 세상에서 그의 삶에는 새로운 패턴이 들어선다. 죽은 아내에게 말을 걸고, 죽은 아내를 꿈에서 만난다. 

오르페우스가 아내를 찾기 위해 저승으로 내려간 것처럼 내려갈 수 없는, 상상의 지하세계로 내려갈 수 없게 된 현대인의 운명이 얼마나 삭막한지를 지적한다. 

고통과 상실의 부조리를 받아들이면서 오르페우스는 사랑에 미친 자를 넘어서서 사랑과 삶의 진실에 늘 깨어 있는 자가 된다. 

줄리언 반스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사랑을 잃은 상실의 고통, 그리고 이를 견디며 살아가게 하는 삶의 영원함을 속삭인다. 지금의 우리에게 더없이 필요한 책이다.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 줄리언 반스 / 최세희 역 / 다산책방 / 208쪽 / 1만2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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