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너스-비비안 60년 '속옷왕좌' 구멍 '숭숭' 세월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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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너스-비비안 60년 '속옷왕좌' 구멍 '숭숭' 세월탓?
  • 한행우 기자 hnsh21@cstimes.com
  • 기사출고 2014년 03월 28일 0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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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SPA 협공 인기∙실적 동반추락…"상품력으로 승부"
   
▲ 비너스 제품을 착용한 모델(왼쪽)과 비비안의 봄시즌 신상품을 착용한 모델의 모습. (사진=각사 홈페이지)

[컨슈머타임스 한행우 기자] 국내 속옷업계 전통강자인 신영와코루 '비너스'와 남영비비안 '비비안'이 60년간 함께 누려온 '속옷왕좌'에 구멍이 뚫리고 있다.

패션∙유통업계의 '슈퍼 갑(甲)'으로 통하는 홈쇼핑과 국내·외 제조유통일괄화브랜드(SPA)가 해당시장을 빠르게 장악, 양사의 명성과 실적을 크게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 홈쇼핑-SPA속옷 승승장구 하는데…

28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신영와코루와 남영비비안의 실적이 곤두박질 치고 있다.

신영와코루의 지난해(2012년10월~2013년9월 기준) 매출액은 1987억원, 영업이익은 9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각각 3%, 30% 줄어든 수치다.

남영비비안은 지난해 영업손실 58억원으로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4% 줄어든 2326억원, 당기순손실은 52억1404만원이었다.

60년 전통의 속옷 대표주자인 이들의 발목을 잡은 건 신(新)유통강자 '홈쇼핑'과 패션시장을 잠식한 'SPA'다.

전체 약 1억7000만원 규모의 언더웨어 시장에서 5000억원 상당의 거래가 홈쇼핑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CJ오쇼핑, GS홈쇼핑이 보유한 속옷브랜드만도 각각 20개에 육박할 정도다.

CJ오쇼핑의 자체브랜드(PB) '피델리아'나 GS홈쇼핑이 수입∙전개하는 글로벌 브랜드 '원더브라'는 젊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론칭 이후 누적 매출액 5000억원, 20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 GS홈쇼핑의 언더웨어 취급고는 1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6% 급성장했으며 CJ오쇼핑 역시 언더웨어 부문에서만 1480억원을 벌어들였다.

속옷과 패션의 경계를 무너뜨린 글로벌 SPA의 기세도 매섭다.

유니클로의 대표 아이템 '히트텍'은 '발열내의'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겨울 시즌 속옷시장을 석권했다. 내의를 패션 수준으로 끌어올리면서 죽어가던 내복 시장에 불을 지폈다는 평가다.

'원더웨어 강자'라 자부하던 대표업체들이 체면을 구긴 대목이다.

이어 H&M, 에잇세컨즈가 줄줄이 속옷시장에 뛰어들었고 이랜드 역시 SPA속옷 브랜드 '미쏘시크릿'으로 경쟁에 가세했다.

다양한 유통채널과 젊은 감각으로 소비자들을 빠르게 끌어안은 홈쇼핑과 SPA는 속옷전문브랜드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비너스와 비비안이 넘어야 할 큰 산인 셈이다.

가두점을 통한 판매 위축과 '엄마 속옷'이라는 노후한 브랜드 이미지도 숙제로 남아있다.

업체들은 장기적인 시각에서 제품력으로 승부하겠다는 입장이다. 20대 소비자와의 친숙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블로그, 페이스북을 통한 SNS마케팅도 펼치고 있다.

◆ "유행 따르기 보다 제품력으로 롱런"

남영비비안 관계자는 "홈쇼핑이나 SPA속옷을 선호하는 소비자 층과 우리의 주 고객층이 크게 겹치지 않아 직접적인 영향이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최근 패션시장은 아웃도어와 SPA를 제외하고선 모두 부진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영와코루 관계자는 "올해 60주년이 되는 오래된 회사다 보니 '엄마 속옷'이라는 이미지가 있다"면서도 "결국 지금의 젊은 여성소비자들도 나이가 들면 빠르게 바뀌는 트렌드를 쫓기보다 편안한 착용감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행에 따라 브랜드가 쉴 새 없이 생겼다 사라지는 홈쇼핑 방식을 넘보기 보다 제품력을 내세워 진득하게 롱런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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