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노 파타고니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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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노 파타고니아 대표
  • 한행우 기자 hnsh21@cstimes.com
  • 기사출고 2014년 03월 03일 0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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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패션 시장 역동성 세계 1위…진정성 소비자들이 알아줄 것"
   
 

[컨슈머타임스 한행우 기자] "느리지만 진정성 있게 가겠습니다."

소비자들의 니즈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 도태되기 십상인 패션시장에서 조용노 대표의 가치관은 단연 독특하다. '느림'에 승수부를 던졌다. 하루만 지나도 유행이 바뀌는 '패스트 패션' 시대에 파타고니아의 우직함은 오히려 도발적이다.

넘쳐나는 아웃도어 브랜드 중 파타고니아를 선택한 이유도 환경에 대한 브랜드의 철학에 매료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각종 스포츠 브랜드를 들여와 국내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조용노 대표의 뚝심이 얼마나 뒷심을 발휘할 지 기대가 되는 대목이다. 

평소 생각이 얼굴에 나타나는 까닭일까. 한없이 느긋한 미소가 인상적인 조용노 대표를 직접 만났다.

Q. 뉴발란스, 스프리스 등을 성공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좋은 브랜드'를 고르는 기준이 있다면.

== 일단 직관이 제일 중요합니다. 브랜드의 첫 느낌. 물론 직관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건 아닙니다. 타고난 감각과 그간의 경험이 축적돼 만들어지죠. 다음으로는 그 브랜드가 국내에 있느냐 없느냐, 주요국가에서 어떻게 사업을 하고 있느냐 등을 보고 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많이 듣고 참고합니다. 국내에서 그 시장이 업이냐 다운이냐, 앞으로 변해나갈 시장과 잘 맞느냐 맞지 않느냐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합니다. 좋은 브랜드란 장사가 잘 되는 브랜드죠. 하지만 장사가 잘 되기 위해서는 그 브랜드만의 특색, 칼라가 살아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만의 철학이 확고한 브랜드가 오래간다는 확신이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파타고니아는 제가 만나본 브랜드 중에 가장 철학 있는 브랜드였습니다.

Q.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접어들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 아웃도어 브랜드를 출범하게 된 계기는.

== 저 역시도 향후 시장이 좋지만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기존 시장, 우리 소비자들이 알고 있는 고어텍스로 대표되는 기능성 아웃도어 시장은 성장한계에 부딪혀 큰 폭의 성장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아웃도어'란 산에 갈 때만 해당되는 건 아닙니다. 문밖을 나서면 모두 아웃도어가 아닙니까. 국내에서 아웃도어는 클라이밍, 트래킹 정도로만 인식돼있는데 그게 다는 아닙니다. 낚시도 서핑도 캠핑도 아웃도어죠. 광의의 의미로 본다면 아웃도어는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파타고니아는 '라이프 스타일' 아웃도어에 강합니다. 카테고리가 다양하고 분화돼있습니다. 기능성 아웃도어보다 향후 성장 가능성이 더 클 것으로 봅니다.

Q. 사실상 상위 5개 브랜드가 아웃도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등 인기 쏠림현상이 심하다. 파타고니아의 생존전략은.

== 속도는 좀 늦을지언정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주자는 것입니다. 앞서도 브랜드의 철학에 대해서 말했지만 결국 철학이 있는 회사가 오래갑니다. 가장 중요한 건 파타고니아 본사의 뜻처럼 환경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환경보호를 하겠다는 기업은 많지만 기업의 사명선언서에 환경이 들어가 있는 회사는 드뭅니다. 궁극적으로 회사가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이유에 환경이 들어가 있습니다. 가장 좋은 전략은 브랜드 철학에 충실한 것입니다. 거기에 맞게 홍보를 해나갈 생각입니다. 유명 연예인을 기용하고 텔레비전에 광고를 하는 것보다 속도는 늦겠지만 그 안에 담긴 진정 어린 메시지를 소비자들도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그게 통하는 시점이 되면 반응이 폭발적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친환경 아웃도어'를 위해 어떤 활동을 하는가.

== 많은 회사들이 기부를 하지만 매출이나 수익에 따라 기부액수가 달라집니다. 우리의 원칙은 회사가 좋든 나쁘든 지속성있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회환원은 꾸준히 해야 할 일 중의 하나입니다. 설령 적자가 나더라도 매출액의 1%를 기금으로 적립하고 본사에서 그러하듯 유명하진 않지만 영향력 있는 활동을 하는 풀뿌리 환경단체들을 발굴, 지원하려고 합니다. 또 얼마 전에는 '나눠입기'행사를 통해 오래돼 잘 입지 않는 파타고니아 옷들을 기부 받았습니다. 헌 옷을 들고 온 소비자 분들께는 새 옷을 40% 가량 할인해주는 혜택을 제공했습니다. 또 수거된 헌 옷을 일일이 세탁하고 수선해 필요한 사람들에게 아주 저렴하게 재판매 했는데 빈티지를 선호하는 분들이 많아 반응이 아주 좋았습니다. 판매대금 3000만원은 모두 기부할 예정입니다. 이처럼 옷장안에 잠자고 있는 옷을 필요한 이들에게 돌려드리는 이벤트 등을 꾸준히 진행할 생각입니다.

Q. 국내 아웃도어의 가격 거품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파타고니아의 가격 정책이 궁금하다.

== 한마디로 '정당한 값을 치르고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소재로 만들기 때문에 일반적인 제품보다 다소 비싸다고 할 수 있습니다. 파타고니아의 가격은 중∙고가에 속합니다 하지만 원가에서 소비자가의 배수는 국내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합리적인 가격대라고 자부합니다. 가격대가 중고가인 이유는 환경에 대한 우리의 철학에 그 근본이유가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가 원한다면 옷은 얼마든지 싸게 만들 수 있습니다. 싼 소재를 가지고 제 3국 노동자들을 저렴하게 고용하고 화학약품 처리를 하고. 싼 걸 추구한다면 어렵지 않습니다. 당장은 그게 기업과 소비자에게 좋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패스트 패션은 결국 환경에 해롭습니다. 손쉽게 사서 손쉽게 버리게 되죠. 가령 우린 면을 이용한 옷을 만들기 위해서는 재배 단계에서부터 신경을 씁니다.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아 아토피나 발암물질의 우려가 없도록 말입니다. 또 제대로 된 값을 치르고 환경오염을 시키지 않는 공장에서 제조합니다. 그러다 보니 원가가 높을 수 밖에 없는 부분이죠. 하지만 마진은 국내 어느 업체와 비교해도 낮을 것입니다. 공개할 용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필요한 것만 구입해서 오래 입으시라고 권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새 옷으로 바꿔 드리기도 합니다. 충성고객이 많은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Q. 필요 없는 제품은 사지 말라는 '자신감 마케팅'으로 유명하다. 국내에서도 효력이 있을까.

== 신선하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사실 미국만큼 통할지는 의문이지만 '파타고니아답다'라는 격려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기업이 하는 얘기들은 돈을 벌기 위한 얘기이고 더러는 소비자를 기만하기 위한 얘기도 있습니다. 그래서 '보여주기'식보다 진심이 담긴 메시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필요 없는 것을 많이 사서 낭비하지 말라고 소비자에게 얘기하는 것입니다. 또 구입한 옷이 필요치 않으면 회사가 시시때때로 걷어가 주는 거고요. 이제 매장이 들어선지 4개월 남짓이지만 매장에 있는 분들도 이 같은 회사의 생각을 함께 공유하고 있습니다. 현명한 소비자들은 우리의 메시지를 알아 줄 것입니다.

Q. 유행에 편승한 아웃도어 소비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 내가 가야 하는 곳은 뒷동산인데 6000미터의 산에나 적합할 법한 제품을 입기도 합니다. 그건 과소비입니다. TPO에 맞는 소비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 아웃도어 제품들은 과도하게 고기능성이 많습니다. 소비자들이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지나친 고기능성 제품을 원하고 또 회사들이 이를 부추기는 측면도 있습니다. 이런 방식의 소비를 제자리로 돌려 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내게 필요한 게 어떤 것인지 먼저 생각하고 그 다음에 가능한 좋은 제품, 오래 입을 수 있는 제품을 사면 됩니다. 아웃도어 의류에 불필요한 절개가 많이 들어가는 게 요즘 추세입니다. 하지만 하나의 공정을 더 거치려면 그만큼의 환경 오염은 불가피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딱 있어야 할 곳에 있을 것만 있는, 그런 제품을 지향합니다. 주머니의 위치, 각도까지 고려해 생산합니다.

   
 

Q. 파타고니아 1호점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은.

== 매장에 들어서면 우리 회사의 미션 스테이트(사명서)가 걸려 있습니다. 신선하다는 반응이 많고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 매장 이전에 그 자리는 커피숍이었습니다. 보통 업종을 변경하면 실내를 모두 뜯어내고 새롭게 인테리어를 하는데 파타고니아는 가능한 남길 수 있고 살릴 수 있는 부자재는 모두 유지한다는 게 원칙입니다. 국내 매장 1호 역시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오염과 낭비를 최소화하겠다는 의지죠.

Q. 패션사업자로서 국내 패션시장의 특징을 꼽는다면.

== 국내에서 패션업을 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전세계에서 가장 다이나믹한 시장이라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자체가 대단히 역동적인 나라인데 특히 패션은 타 사업보다 특히 그렇습니다. 유행의 회전 속도라던가 그런 것들이 어느 때보다 빨라졌습니다. 과거의 역동성이 선진국을 카피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동아시아 시장에 일본이나 미국보다 더 많은 영향을 미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향후 미국이나 유럽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시간도 머지않았다고 봅니다. 물론 이런 역동성은 어려움과 동시에 즐거움도 줍니다. 변화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기회가 많다는 얘기이기도 하니까요. 방향성이 다양하고 빠르기 때문에 그 속도와 같거나 더 빠르고, 유연해야 합니다. 방향을 잘못 잡으면 망하기도 쉬우니 힘이 들기도 합니다.

또 한가지 즐거움이라면 십여년 전만 해도 외국에 나가 패션관계자들을 만나면 우리를 아래로 봤습니다. 한국시장은 따라오는 시장이라고 여긴 것이죠. 하지만 이제 "너희 나라의 트렌드는 어떠냐. 우리가 무엇을 해주면 좋겠냐"고 물어옵니다. 리딩하는 시장이 됐다는 게 즐거움입니다. 제가 25년전 코오롱 스포츠에 다닐때만 해도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1000억원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 됐습니다. 역동적이지 않을 수가 없고 우리 역시 역동적이지 않으면 도태되겠죠. 시장이 팔딱팔딱 뛰고 있으니 우리도 그만큼 열심히 뛰어야 한다는 원동력이 돼줍니다.

◆ 조용노 대표는?

25년간 패션업에 종사했다. 1990~1995년 코오롱 스포츠 해외사업부에서 활동했으며 1995년부터 2000년까지 스프리스 마케팅을 총괄했다. 2000년, The Athlete's Foot Korea 한국지사의 대표를 역임했으며 2007년까지는 글로벌 스포츠(뉴발란스 코리아)대표이사를 맡았다. 2009년부터 네오미오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지난해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를 국내에 들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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