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삼성동 본사 '18.5층'에 숨은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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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삼성동 본사 '18.5층'에 숨은 비밀
  • 김재훈 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4년 02월 12일 00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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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본사 18.5층에 마련된 직원 휴게공간. 해질 무렵 쿠팡 직원들이 인조잔디 바닥에 앉아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다.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오셨어요 기자님?"

가지런한 치아를 활짝 '만개'하며 웃는 모습이 매력적인 쿠팡 홍보실 ㅈ과장. 소셜커머스 업계가 본격적으로 전열을 갖추기 시작한 2011년 가을 쿠팡에 합류했다. 막힘 없는 언변과 지치지 않는 술자리매너로 출입기자들 사이에선 유명인사다.

그런 그가 이내 주의 아닌 주의를 단단히 준다.

"기자님 혼자서는 못 다니세요. 부탁인건 아시죠?"

앞서 방문한 위메프 신사옥에서 '옥의 티'를 발견해 기사화한 전력 탓이다. (1월15일자 '위메프 삼성동 신사옥 내부 들여다 보니…'참조) 혹시나 발생될 수 있는 해명사안, 즉 '일거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이다.

기자의 자유로운 견학 의지는 뜻하지 않은 곳에서 꺾인다. 단 3대뿐인 엘리베이터.

   
 
   
   쿠팡 본사 18층에 마련된 새파란 색상의 미끄럼틀과 인공암벽등반 시설(사진 위). 간이 농구대와 미니 하키게임기가 카페테리아 한켠을 차지하고 있다.

쿠팡은 포스코사거리 인근 경암빌딩 지하 1~2층과 7층부터 18.5층까지 총 15개층을 사용하고 있다. 직원 1200여명 중 지방 브랜치 인원 200여명을 제외하고 모두 입주해 있다. 출퇴근 시간 길게 늘어선 줄이 눈앞에 선하다.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할 것으로 짐작된다.

"출퇴근 시간에는 엘리베이터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1호기 짝수층 운행, 2호기 홀수층 운행, 3호기 전층 운행해요. 모두가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구요. (출퇴근시간) 이후에는 3대 모두 전층 운행합니다."

눈치 빠른 ㅈ과장의 설명이지만 원하는 층으로 이동하는데 시간이 지체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뉴스를 위한 호기심이 '귀차니즘'에 간단히 제압될 수 있었던 이유다.

그렇게 첫 발을 들인 18층 휴게실. 시작점이 보이지 않는 새파란 색상의 미끄럼틀과 인공암벽등반 시설이 손님을 맞는다. 다른 층에 비해 천장이 낮은 '18.5층' 일부를 개조해 꾸몄다. 극복하고 이겨내자는 쿠팡의 조직문화를 암벽등반에 담아내고 싶었는지 모를 일이다.

   

   
   좌우 통로로 크게 나뉘어져 있는 2층 교육장. 굳게 닫힌 원색의 출입문과 원목재질의 벽면이 접근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김범석 대표가 주인공인 사내 캠페인 포스터가 이채롭다.

안쪽에 자리한 카페는 가격마저 소셜커머스업체 답다. 음료는 종류를 막론하고 800원이다. 가장 비싼 메뉴는 '○○목장' 제품과 견줄만한 맛의 소프트아이스크림. 그마저도 시중 카페가격에 턱없이 못 미치는 1200원에 책정돼 있다. 오후 5시 까지만 판매한다는 설명이다. 시침과 분침이 4시4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서둘러 2개를 주문한 뒤 주변을 살핀다.

농구가 취미인 김범석 쿠팡 대표의 영향이었을까. 간이 농구대가 눈길을 끈다. 미니 하키게임기도 아기자기하게 배치돼 있다.

압권은 18.5층. 해 질 무렵 강남일대풍경이 한눈에 쏟아져 들어온다. 고층빌딩들 사이로 저무는 태양이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다. 탄성이 절로 나온다. 스러져가는 빛을 온몸으로 맞으며 쿠팡 직원들은 의자 또는 인조잔디 바닥에 앉아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다. 한 폭의 그림이다.

좌우 통로로 크게 나뉘어져 있는 2층 교육장은 굳게 닫힌 원색의 출입문과 원목재질의 벽면이 접근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불법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말자는 내용의 사내 캠페인 포스터가 투명한 유리벽에 부착돼 있다. 하정우와 공효진이 주연을 맡은 영화 '577 프로젝트'를 패러디했다. 김범석 대표가 주인공으로 '망가짐'을 자처했다. 이내 폭소가 터진다.

   

   
    쿠팡 본사 지하 구내식당(사진 위)과 사무공간. 

지하1층으로 이동했다. 구내식당은 동시에 300명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작지도 크지도 않아 적당하다는 느낌이다. 리모델링 완료 시점이 최근이라는 것을 과시라도 하듯 청결하다.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던 듯 갓 지은 밥냄새가 식욕을 자극한다.

직원들이 사용하는 사무실은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그런 모습이다. 과하거나 덜함도 없는 평범한 사무실 딱 그 자체다. '노출콘크리트' 기법을 적용해 콘크리트의 거친 느낌을 여과 없이 드러낸 위메프 사무실과 비교하면 정갈하다는 느낌이다.

엘리베이터를 포함한 쿠팡 사옥 곳곳에서는 배우 전지현과 송중기가 환한 미소를 지은 채 보는 이에게 말을 건넨다. "소비자 입장에서 받고 싶은 서비스를 스스로 실천해봐요. 쿠팡 직원이기 이전에 우리 모두가 소비자니까…"

경쟁사들이 출혈성 할인경쟁에 매몰돼 있을 때 쿠팡은 내부적으로 단단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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