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오해 받을까 연말모임-안부전화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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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 오해 받을까 연말모임-안부전화 못해요"
  • 최미혜 기자 choimh@cstimes.com
  • 기사출고 2013년 12월 26일 0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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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식품업계, 문자메시지· 이메일도 조심…"묵시적 합의도 담합"
   
▲ 자료사진

[컨슈머타임스 최미혜 기자] "업계 모임이요? (경쟁사에) 안부 물어 보기도 조심스러워요…담합으로 걸려요." (식품업체 A사 관계자) 

국내 주류·식품업계에서 따뜻한 정이 담긴 '연말 인사'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동종업계 실무자들간의 연락이나 만남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뜻하지 않은 '담합' 의심을 살 수 있다는 불안감이 원인으로 파악됐다.

공정위 적발 시스템에 대한 회의론도 업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 연말 안부도 못 나누는 식품업계, 왜?

26일 주류∙식품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제재가 강화되면서 기업 관계자들의 연말 인사 풍토도 변화하고 있다.

경쟁업체 관계자를 만나거나 문자메시지, 이메일을 주고 받을 때 담합의 '작은 불씨'라도 만들지 않기 위해 제품이나 회사 정보 등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농심, 오뚜기, 한국야쿠르트가 라면 값 담합으로 과징금을 부과 받은 뒤 공정위와 소송전을 벌이고 있어 더욱 숨소리를 죽이고 있는 상황.

이들 업체는 2001년 5월부터 2010년 2월까지 총 6차례 정보교환을 통해 라면 값을 순차적으로 올려 공정위에 적발됐다. 공정위는 경쟁사가 덩달아 값을 올리도록 시장 1위 업체인 농심이 가격 인상안을 흘렸다고 지적했다.

농심이 가격 인상안을 만들어 경쟁사에 메일을 보내면 다른 회사들이 값을 올렸고 경쟁사끼리 서로 가격과 관련한 정보를 교환했다는 설명이다.

공정위는 농심과 오뚜기에 각 1080억원과 9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담합·정보교환 금지명령을 내렸다. 농심, 오뚜기, 한국야쿠르트는 담합 사실이 없다며 소송을 냈지만 잇따라 패소했다.

이러한 가운데 식품업체를 겨냥한 공정위의 조사가 이어지면서 업계 관계자들은 고충 아닌 고충을 털어놨다.

식품업체 관계자는 "경쟁업체 사람이지만 비슷한 업무를 하다 보면 서로 애환을 잘 알기 때문에 근황을 물어볼 수도 있는데 혹시나 내용 중 일부라도 나중에 (담합과 관련된) 문제가 될까 먼저 연락하기 꺼려지는 경우가 있다"며 "개인적인 인연으로 친분이 두터운 사람들끼리도 업무 이야기가 나오면 분위기가 괜히 어색해진다"고 말했다.

◆ "의심 살만한 행동은 안 하는게…"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어떤 얘기까지 담합의 정황으로 해석해야 하나를 두고 말이 많을 수 밖에 없다"며 "물론 판단은 공정위가 하겠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때로 억울한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국내 맥주시장에서 2강 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오비맥주, 하이트진로도 경쟁사가 정해져 있는 상황이라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 담당자들의 통화내역까지 보는 경우는 흔하지 않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는 본인 동의 하에 보기도 한다"며 "담합 관련 자료로는 주로 이메일이나 문서자료를 조사하는데 직접 적인 표현이 없더라도 (은연중에 뜻을 내비치는) 묵시적 합의가 있으면 담합으로 인정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부메일이야 문제가 되겠냐 만은 의심 살만한 행동은 아예 안 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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