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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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 민경갑 기자 mingg@cstimes.com
  • 기사출고 2013년 06월 24일 0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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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정부 눈치 보지않고 쓴소리…자동차 관련법규 제작사·생산자 중심이 문제"
   
 

[컨슈머타임스 민경갑 기자] 도로 위에 정차된 차가 갑자기 움직인다. 100km가 넘는 속도로 달리더니 근처에 있던 차 7대와 충돌한다.

급발진 의심사고 차량의 블랙박스에 녹화된 한 장면이다. 자동차 제조사와 조사당국은 이를 급발진 '추정'사고라고 마무리 지었다. 뚜렷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최근 오랫동안 이어진 진실공방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급발진 사고 원인을 잡아낸 것. '판도라의 상자' 열겠다는 그를 만나 급발진 현상과 자동차시장의 소비자 지위에 대해 얘기를 들어봤다.

◆ 급발진, 실존하는 자동차 결함

Q. 수십년 동안 실체조차 파악되지 않던 급발진 문제에 한발 다가섰습니다.

== 자동차 급발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지 10년이 넘었습니다. 전자제어를 전공했던 덕분에 기계 작동방식뿐 아니라 전자회로까지 넓은 시야를 갖고 살펴봤죠. 자동차 급발진으로 의심되는 현상은 1970년대부터 포착돼왔지만 여전히 "실존하는 현상이다" "아니다"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단언컨대 급발진은 실제로 일어나는 자동차 결함입니다.

Q.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진공배력장치의 압력 이상이 급발진 사고의 원인이라고 발표하셨죠. 사실 자동차를 잘 모르는 일반 소비자들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 세부적으로 접근한 탓에 전문용어가 나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2톤짜리 트럭을 세울 때도 운전자는 브레이크를 밟죠. 그때마다 자동차가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유압만으론 무거운 차체를 정지시키기 어렵습니다. 다른 곳에서 힘을 빌려온다는 뜻이죠. 진공배력장치는 힘을 5~6배 증폭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다가 발을 떼면 진공배력장치에 의해 흡기다기관(공기나 혼합가스를 실린더에 섞어 넣는 파이프)의 공기압이 낮아지죠. 보통 자연스럽게 기압이 균형을 찾습니다.

하지만 흡기다기관의 공기압을 낮추는 여러 현상이 중층적·복합적으로 발생하면 순간적으로 압력서지 현상이 일어나게 되죠.

Q. 압력서지 현상이 급발진으로 이어진다는 얘기군요.

== 급발진이 생길 때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아요. 처음에는 작동하지만 2,3번째부터는 아무런 힘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이미 진공배력장치 무너져버린 상태니까요. 물론 이 모든 게 아직까지는 가설 단계고 시뮬레이션 실험 등을 통해 검증해 나갈 계획입니다.

  ▲ 지난 2월 KTX울산역 급발진 의심 사고 현장 모습

Q. 하나의 가설이지만 업계·학계 반응이 심상치 않습니다.

== 급발진 의심사고를 분석한 실험은 자주 있었습니다. 대부분 소수의 사례에서 취합된 불안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뤄졌어요. 이번 자동차급발진연구회의 가설이 나오기까지 그간 발생했던 급발진 의심사고 자료를 최대한 끌어모아 차종별, 시스템별, 연식별 등으로 분류하는 단계를 거쳤습니다. 그 다음 사고 차량에서 공통분모로 찾아낸 게 진공배력장치입니다. 기존의 사건결과를 참고해 프로파일링한 만큼 공식력 있는 가설이죠.

Q. 연구회의 급발진 원인 기자회견 이후 정부, 제조사 등 표정이 좋지 않습니다.

== 정부가 직접 급발진 의심사고를 파헤쳐봤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언론과 소비자로부터 볼멘소리를 들었던 만큼 관심을 내비치고 있어요.

이번 연구는 결과에 따라 국내외 제조사들이 대규모 소송전에 휘말릴 수도 있습니다. 문제의 부품을 장착한 브랜드가 있는 반면 우연찮게 다른 장치로 교체한 브랜드도 있는 상황입니다. 제조사들 입장에선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프로파일 데이터가 살생부로 보일만하죠.

◆ 학계 이단아와 잔소리꾼

Q.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고 했습니다. 급발진에 대해 학계에서도 의견이 나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주위에 적이 늘어나는 게 두렵지 않습니까.

== 원래 저는 학계 이단아입니다. 논문을 위한 논문은 절대 쓰지 않습니다. 이곳 저곳 눈치를 보며 흔들리면 발전하기 어렵습니다. 중도의 입장에서 시장이나 정부에 듣기 싫은 잔소리를 하는 게 학계의 역할 아닐까요.

그렇다고 제조업체나 정부단체와 불편한 사이라고 판단했다면 오해입니다. 일종의 애증관계죠.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들을 단단하게 무장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으니까요. 정부부처 기술자문위원, 제조사 협력 실험도 여러 차례 해왔습니다.

   
 

Q. 수년동안 풀지 못한 난제인 까닭에 급발진 문제에 집중하고 있는 건가요.

==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중고차, 튜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외적으로 활동하다 보니 많은 사고 사례를 접하게 됩니다. 그 중 급발진 사고를 경험했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아요. 한 분은 고령의 어머니가 운전 중 급발진 현상을 겪었다며 상담을 요청해왔습니다. 결국 경찰이나 조사관들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운전자 실수라고 결론 지어버렸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급발진 의심 사고 중 75~80%가 운전자 실수로 일어났다고 설명했습니다. 나머지 20~25%의 사고는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사건이지만 당사자 입장에선 억울할 수 밖에 없습니다. 

Q. 다른 소비재에 비해 유독 자동차는 하자가 발생해도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습니다.

== 자동차 관련 법들이 소비자가 아닌 제작사·생산자를 중심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입니다. 70~80년대 경제개발 시기, 시장성장에 초점을 맞춰 놓은 법 패러다임이 아직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선진국일수록 규범이 소비자를 중심으로 구성돼있죠. 우리나라 역시 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또 앞으로 그렇게 달라질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 김필수 교수는?

6월 현재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지난 2006년 세계 3대 인명사전 중 하나인 '마르퀴즈 후즈 후 인 더 월드'에 등재됐다. 2009년에는 서울오토살롱 조직위원회 위원장, 2010년에는 서울오토서비스 서울오토살롱 조직위원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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