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프랑스는 선진국인가?

오마리 admin@cstimes.com 기사 출고: 2019년 11월 26일 오전 11시 18분

두 해 동안 다리와 엉덩이를 마음대로 쓸 수 없어 매우 고통스러웠습니다. 서 있거나 앉아 있기가 힘들어 누워 있는 시간이 더 많았었는데 금년 8월에 응급 처치를 한 후 무작정 여행을 떠난 것은 미래의 내 다리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프랑스 파리는 업무로 많이 다녔고 북부 남부 동남부는 여러 차례 다녔기에 어쩌면 이번 여행이 프랑스로의 마지막 여정이 될지도 몰라 전부터 가고 싶었던 서남부 보르도로 떠났습니다. 보르도는 근교를 포함 인구가 100만이 넘는, 프랑스 서남부에 있는 와인 산지로 유명한 곳이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시여서 관광객이 많은 곳입니다.

개인적으로 보르도를 꼭 가고 싶었던 이유는 와인을 좋아한 지도 오래되었고, 보르도가 좋은 와인을 생산하는 곳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메독(Medoc)과 특히 좋아하는 마고(Margaux), 그리고 생떼밀리옹(Saint-Emilion)의 산지를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던 것도 이유였지요. 보르도 동쪽 1시간 반 거리에 위치한 생떼밀리옹 마을은 와인 생산 농장들(생떼밀리옹 브랜드를 사용하는 샤토) 사이에 위치한 오래된 작은 마을입니다. 중세적인 분위기인 이 마을은 매우 아름다워 관광객들이 많이 찾습니다. 보르도 서북부 지역(메독과 마고 샤토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대략 70개의 샤토를 가지고 있는 마고 지역은 수천 개의 샤토를 가지고 있는 메독에 비하여 가격이 높은데 그중 한 마고 샤토에서 와인 생산과정과 테스트를 한 것은 즐거웠던 일입니다.

▲ 보르도 마고 샤토의 포도원.
▲ 보르도 마고 샤토의 포도원.

그러나 토론토에서 비엔나를 경유하여 도착한 보르도의 첫날부터 빌린 자동차로 도로 표지판과의 전쟁이 시작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자동차 운전 경력 47년인 데다 해외 운전 경험도 많고 프랑스 단어를 읽지 못해서도 아니고 프랑스 다른 지역에서도 차를 몰았던 경험이 있어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어쨌든 자동차를 호텔이 있는 근교에 주차한 후 세계문화유산인 보르도 시내는 트램을 타고 다녔으며, 생떼밀리옹은 길을 잘못 들기는 했으나 자가운전으로 무사히 다녀왔습니다. 메독과 마고 역시 소그룹 관광단에 끼여 걱정 없이 다녀왔지만, 문제는 새벽에 공항으로 돌아갈 때였습니다. 처음 공항에 도착한 날도 호텔까지 몇 시간을 헤매며 혼쭐이 났는데 떠나던 새벽은 더욱 황당했습니다.

내비게이션이 없었냐고요? 차 종류가 전혀 달라 쓸 수가 없었고 내가 가지고 간 휴대폰 내비게이션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것도 믿을 수가 없는 상황인 것이 그들에게는 쉬운 방법일지 몰라도 그곳에 길들여진 시민 아니고는 쉽게 이용할 수 없는 비근대적인 도로였습니다. 고속도로입구와 출구, 갈라지는 차선들이 쉽고 빠르게 구별할 수 없는 형태여서 잘못 들어서면 영 돌아오기도 힘들어 뱅뱅 알 수 없는 길을 헤매기 마련입니다.

▲ 중세 분위기가 그대로 살아 있는 생떼밀리옹 마을.
▲ 중세 분위기가 그대로 살아 있는 생떼밀리옹 마을.

거기에다 떠나던 날은 최악이었습니다. 이른 새벽 공항 가는 고속도로의 이정표가 쉽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공항이라는 사인도 운전 시간 50분 내내 두 번 보았던 것 같고 작은 글씨로 쓰인 사인은 고속도 정면 운전자 시야 앞에 있는 게 아니라 갓길 옆에 조그맣게 붙어 있었으니까요. 고속도를 빠져나와 일반도로에서 공항 들어가는 길조차도 사인이 없고 매우 이상해서 몇 번 돌고 돌며 심히 불안한 상태에서 헤매다 그곳을 지나가던 한 주민의 도움으로 간신히 공항에 도착했으니 운이 좋았다고도 생각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더 믿을 수 없는 일은 공항 안에서 또 벌어집니다. 항공사가 스페인 국적이어서 비행기 티켓을 구입할 때 확인 안 한 것이 내 불찰이지만, 저가 티켓인 탓인지 수하물 운송료를 지불하지 않았다며 체크인 카운터가 아닌 멀리 떨어진 카운터에 가서 지불하고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곳에 가서 내 앞에 있던 두 명의 대기자를 포함해서 3명의 운송료를 정산하는 데 걸린 시간은 1시간 30분, 훈련이 안 된 직원이 정산을 못해 헤매는데 뒤편에 앉아 있는 상사같이 보이는 여성 직원이 왔다갔다 합니다. 그를 돕지도 않고요. 그러다 우리가 불평을 시작하자 그 여성이 나서서 그의 일을 시작하자마자 금세 끝내 버렸습니다. 그럴 것을 우린 그 오랜 시간 기다린 것이지요. 새벽에 출발하여 가장 빨리 카운터에 도착했던 나는 결국 꼴찌로 체크인을 하고 허둥지둥 탑승을 했습니다.

내 경험에 의하면 유럽 여행 중 저가 항공사더라도 수하물 오버차지를 할 때는 체크인 카운터에서 바로 해왔는데 이 보르도 공항에서 벌어진 일이 너무 황당하여 카운터 직원에게 항의를 했더니 자기들도 보르도 공항이 문제가 많다며 사과를 하였습니다.

마드리드로 가는 동안 내내 기분이 언짢아 이제부터 보르도 산 와인을 아예 마시지도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프랑스의 문제점이 심각하다는 것을 내 눈으로 확인한 것이지요. 또한 현재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이 노조, 노란리본 데모부대와 어려운 싸움을 하면서까지 예전의 프랑스를 찾으려고 하는 그 고통이 마음에 깊게 닿았습니다. 40여 년 전 처음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의 아름답고 자유로우며 관용이 넘치던 프랑스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10년 전 마지막 파리를 방문했을 때만도 못합니다. 자유 평등 박애를 부르짖던 프랑스 혁명과 그 의미는 퇴색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프랑스가 과연 선진국인가, 마드리드에 도착할 때까지 그 생각에 빠져 있었습니다./오마리 패션디자이너

ⓒ 컨슈머타임스(http://www.cstime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