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스미는 인연'은 본격적인 여행기록이다. 들어보기만 했지 가본 사람은 별로 없는 2003년 투르크메니스탄과 2012년의 우즈베키스탄 여행기다. 저자가 여행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사람이다. 그곳에 사는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자신과 함께 동반하는 사람도. 투르크메니스탄 여행기인 '샤를륵'과 책의 제목이기도 한 '빠샤 아저씨'는 모두 여행가이드의 호칭이다. 저자의 여행의 중심엔 이처럼 늘 사람이 중심이다. 무엇을 보고 어디에 가본 일들도 중요하지만 누구를 만나서 어떤 대화를 나누었으며 어떻게 살아가는 사람들과 무슨 재미난 일이 있었는지가 저자에겐 가장 중요하다. 그것이 저자가 172개국을 여행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추동력이다. 그런데 그런 전문여행가로 불려도 어색하지 않은 저자에겐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가이드와 헤어지는 순간이다. 저자는 매번 헤어지기에 앞서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소년 같은 낭만으로 이별을 크게 아쉬워한다. 이는 저자가 사람을 '하늘'이라고 생각하는 성품의 발현일지도 모른다.
3부 '아마존-메모'는 독특한 형식의 기록이다. 저자가 건강상의 위기를 겪고 오지탐험과 음악을 비롯한 인생 공부를 하기 시작했을 때 그것을 뒷받침했던 것은 '메모'였다. 생각나는 대로 적고 느끼는 대로 적은 메모들이 오늘날 그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고 회고했다. 2011년의 아마존 기록은 날것의 메모를 비교적 가감 없이 수록해 거칠지만 살아있는 저자의 느낌 그대로 드러내 보이려고 했다. 그것들은 때로는 격정적이고 때로는 시적이기도 하다. 짧은 두 줄 사이에 있었을 감정과 육체의 고단함을 읽을 수 있으며 오지여행의 노정을 가늠케 한다. 때로는 저자도 쉬운 여행을 생각하며 이런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다음 코스는 중앙아프리카인데 정말 위험한 곳이라 고민 중이다. 조금 쉬운 여행으로 바꾸고 싶을 때가있다. 그러나 큰 도시를 다녀보니 너무 재미가 없고, 흥미 또한 느낄 수가 없다. 오늘은 몰라도 내일은 미지를 향해 가는 여행이 더 그리울 것이다." 특별히 이 책에는 아름다운 수채화들이 가는 길목마다 펼쳐져있다.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정수하의 그림은 독자들에게 사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감정을 맛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