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조직문화 혁신 가속…신바람 날까
상태바
현대차그룹, 조직문화 혁신 가속…신바람 날까
  • 최동훈 기자 cdhz@cstimes.com
  • 기사출고 2019년 03월 23일 09시 00분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율 복장 도입, 직급 체계 통폐합 추진…업계 "창의성 시대 맞아 바람직한 행보"
▲ 현대자동차그룹 직원들이 조직문화 개선 캠페인 영상을 제작하는 모습.
▲ 현대자동차그룹 직원들이 조직문화 개선 캠페인 영상을 제작하는 모습.
[컨슈머타임스 최동훈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성장을 명목으로 굳건히 지켜온 구시대적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나섰다. 산업 간 융합이 활발히 일어나고 시장 트렌드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가운데 기성 문화로는 이 같은 업계 흐름에 대응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행보다.

시장에서는 최근 성장세가 더딘 현대차그룹이 이번 혁신을 통해 발전을 향한 새로운 초석을 닦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달 4일부터 정의선 총괄수석부회장의 주도로 임직원들의 복장 자율화 정책을 도입했다. 시간, 장소, 상황(TPO)에 맞춰 임직원 스스로 복장을 자유롭게 선택하게 해 트레이닝복, 반바지까지도 착용할 수 있게 했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복장 정책은 그간 미미한 수준으로 시도해왔던 비슷한 정책에 비해 적잖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그간 그룹에서 시행됐거나 예상할 수 없었던 변화이기 때문이다.

이번 제도에 비해 정도는 덜하지만 비슷한 제도를 그간 시행해왔다. 그룹은 지난 2012년 양재동 본사 근무 직원을 대상으로 '캐쥬얼 데이'라는 자율 복장 정책을 도입했다. 격주 금요일마다 캐쥬얼 정장을 입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어 2017년에는 정책명을 '캠퍼스 데이'로 개명해 캐쥬얼 정장을 매주 금요일마다 착용하는 것을 허용하며 제도폭을 확장했다. 하지만 오랜 기간 근무해온 기성 임직원들이 정책에 적응하지 못해 기존대로 정장을 갖춰입었고 부하 직원들은 눈치를 보느라 기존 복장 규율을 지키기도 했다. 자율복장 제도가 유명무실했던 셈이다.

현대차그룹 경영진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 새 제도를 도입하는 과정부터 변화를 추구했다. 장재훈 현대차 경영지원본부장(부사장)은 지난 4일 현대차그룹 양재동 사옥 1층 로비에서 임직원 200여명이 모인 가운데 '타운홀 미팅' 식으로 제도를 소개했다. 청자들이 넓은 공간에서 발표자를 앞에 두고 아치형으로 둘러 모여 설명을 듣고 건의하거나 질문하는 등 소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장재훈 부사장은 "단어 그대로 상황에 맞게 복장을 자율적으로 판단하면 되는 것으로 조직별 가이드라인도 두지 않는다"며 "이번에 시도한 타운홀 미팅에서도 임직원들이 많이 소통하고 공감해준다면 정의선 수석부회장까지도 이 자리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은 이외에도 조직문화를 탈바꿈하기 위해 사내 방송을 통해 조직문화 혁신 영상 캠페인을 직접 제작해 방영하거나 조직문화 진단 인력을 채용하는 등 노력을 전사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연내 사원, 대리, 과장 등 5단계로 나뉜 일반직 직급을 통·폐합시키는 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다. 현재 그룹 내에서 세가지 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급을 사원·대리와 과장 이상 급 등 둘로 나누고 각각 '주니어·시니어' 또는 '책임·수석'으로 부르는 안과 아예 직급을 없애고 서로 이름을 부르는 안 등이 거론된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이 각종 혁신을 꾀하고 있는 것은 최근 자동차 시장을 비롯한 글로벌 제조업계가 다소 침체돼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현대차, 현대제철, 현대건설 등 주력 계열사의 영업이익률이 전년 대비 일제히 감소한 점도 그룹 내 위기의식을 부추겼다. 주요 계열사별 영업이익률과 전년 대비 감소폭은 △현대차 2.5%(2.2%p) △현대제철 4.9%(2.2%p) △현대건설 5.0%(0.8%p) 등 수준을 보였다. 그룹은 이 같은 업황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기존 경영방식에서 탈피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앞으로 더욱 오래 가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 이 시점에서 반드시 조직문화를 되돌아보고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경직된 기업 문화가 빠르게 바뀌지는 않지만 시간을 두고 꾸준히 실행한다면 조금씩 성과가 나타나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현대차그룹의 조직문화 개선 행보를 바람직하게 보는 경향이 주를 이룬다. 과거 경영효율을 최우선 가치로 앞세우며 유지해왔던 상명하복 문화와 통제성 짙은 체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룹이 이번 조직문화 혁신을 통해 성장 원동력이 될 임직원 창의성을 기르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자동차 산업에서 생산성이 중요시돼왔고 표준화한 시스템에서 일만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었지만 이젠 시대가 달라졌다"며 "창조성 시대에 이른 자동차업체 임직원들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수평적인 문화가 구축되고 임직원의 몸과 마음이 즐거워야 하는 때"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그룹이 그간 관료화, 모방, 도전정신으로 성공을 이룩해왔지만 최근 5년 간 실패를 거듭해온 게 사실"이라면서도 "독일 기업 등 선진화한 기업에서 조직 문화 혁신으로 성과를 만들어냈듯 현대차그룹도 이번 시도를 통해 그간 위축돼온 성장성을 회복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