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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메이커의 편의장치 극대화가 중소기업의 먹거리를 잠식한다

김필수 교수 autoculture7@naver.com 기사 출고: 2019년 03월 17일 오후 2시 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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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에 포함되는 각종 옵션은 자동차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충성고객을 유지하는 등 효과를 창출하는 요소다. 특히 요즈음과 같이 소비자가 자동차를 종합적이고 감각적으로 평가하는 상황에서 제조사가 제품에 가성비 높은 이미지를 부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해졌다.

소비자들은 자동차 디자인이나 연비, 가격, 내구성 등 유지비, 각종 옵션 등을 전부 고려해 평가하는 추세를 최근 보이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제품에 고연비 특성과 같은 환경 요소를 가미하고 소비자 목소리까지 반영해야함에 따라 차량을 제작하는 어려움이 더욱 커졌다.

자동차 가성비를 높이는 촉매 역할을 하는 요소는 자동차 용품, 특히 편의장치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최근 이 같은 자동차 용품을 제품에 많이 내장시키고 있다. 수입차의 경우 국가별 옵션이나 특성이 달라 공통 옵션만 탑재하고 국가별 옵션은 특별히 큰 시장이 아니면 배제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 고급 수입차 시장이 워낙 큰데다 고객들이 차량 구매 시 풀옵션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 고급 옵션이 탑재된 수입차들이 많이 돌아다닌다.

국산차 업체들도 각종 옵션으로 소비자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고 최근에는 자동차 용품 성격이 강한 옵션을 탑재하는 사례도 늘리고 있다.

대표적인 사양으로 하이패스 기능이 있다. 하이패스 기능은 대부분 자동차 애프터마켓에서 중소기업 주도로 상당수 보급되고 있다. 그러나 국산차 업체들이 어느 시점부턴가 하이패스를 백미러에 내장시켜 기본 품목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국내 자동차시장 점유율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현대·기아차 제품에 모두 이 기능이 탑재됨에 따라 중소기업 판매 실적이 급감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하이패스 제품을 별도로 구입해 탑재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어 좋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일자리를 없애야하는 아픔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내비게이션도 마찬가지다. 다만 내비게이션의 경우 하이패스와 다르게 완성차업체가 선택 옵션으로 탑재하더라도 고객이 직접 업그레이드하기 불편하고 해상도에도 한계가 있어 아직 중소기업 제품이 위력을 떨치고 있다. 최근 휴대폰으로 내비게이션 기능을 실시간 이용할 수 있게 된 점이 변수가 되고 있기는 하다.

세 번째 사례는 영상 블랙박스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모든 차종에 영상 블랙박스를 기본적으로 향후 내놓을 신차에 내장시키겠다고 밝혔다. 내장형 영상 블랙박스는 휴대폰과의 연동성은 기본이고 커넥티드카와 스마트카의 특성도 갖췄다.

소비자에게는 더욱 첨단화된 시스템을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등 취지는 좋고 완성도도 당연히 좋다. 반면 중소기업에게는 앞선 사양의 사례와 같은 아픔이 반복되는 셈이다.

우리 중소기업의 영상 블랙박스 기술과 품질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해외에도 왕성하게 수출되고 있다. 이 같은 성과에는 시장이 생성된 시기부터 고생하고 매진한 중소·중견 기업의 공로가 담겼다.

현대·기아차가 이번에 내장형 영상 블랙박스 탑재를 결정함에 따라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어쩔 수 없는 흐름이겠지만 결국 중소 중견기업의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앞서 하이패스 사례와 같이 중소기업들이 열심히 시장을 개척하고 다양한 연구개발을 실시해 시장 활성화에 기여했지만 대기업이 중소기업 먹거리에 숟가락을 얹은 꼴이다.

현대·기아차 같은 대기업이 초기부터 시장을 개척하고 중소기업에 상생 측면에서 먹거리를 함께 제공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소비자 편익성을 이유로 시장이 무르익으니 대기업이 개입해 결국 또 한번 중소기업 시장을 잠식하는 점은 시장에 있어 악재다. 중소기업과의 상생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이 진행되고 있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됐다.

그 동안 영상 블랙박스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돼 대기업이 진출할 수 없는 업종이었다. 하지만 지난 2014년 적합업종에서 제외되면서 대기업 진출은 시간문제가 됐다. 정부가 지정하기 전에 메이커의 입장에서 기존 전문 중소기업과의 상생방법을 고민하였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지 않아도 현대·기아차는 인터넷 상에서 아직 ‘흉기차’로 불린다. 소비자나 중소·중견기업을 고려하지 않고 문어발식 경영을 이어가는 행보를 조롱하는 소비자 목소리가 담긴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차가 신형 쏘나타에 영상 블랙박스를 내장하기로 한 결정은 어쩔 수 없는 과정이다. 그럼에도 현대·기아차가 관련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중소기업이 초기부터 힘써 온 점을 더욱 고려했으면 한다. 진정한 글로벌 강소기업을 육성해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한 독일의 상생 시스템을 참조하길 바란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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