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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응의 펜촉] 최저임금에 주휴수당 산입, 누구를 위한 개정인가

박준응 기자 pje@cstimes.com 기사 출고: 2018년 12월 28일 오후 4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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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박준응 기자] 근로자 입장에서 임금이 오르는 건 늘 행복한 일이다. 지난 3년간 최저임금이 매년 두자릿수 이상 오르는 걸 보면서 많은 근로자들은 ‘행복감’을 느껴왔다. 

하지만 또 다시 최저임금 이슈로 정치권과 재계, 노동계가 한창 시끄러운 요즘 취재 현장에서 들리는 각계각층의 목소리에 다시 한 번 귀기울여보면 어째 최저임금이 오르는 것이 근로자 입장에서도 마냥 반가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일단 반갑긴 한데 정말 나한테 좋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는 애매한 반응이 대부분이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 ‘숫자’보다는 실질적으로 체감하는 ‘이익’일 텐데, 최저임금 인상률이라는 명확한 숫자는 있는데 정작 이익은 크게 체감되지 않는다. 

최근 외식물가는 가히 살인적이다. 치킨 한 마리 값이 2만원을 넘은지 오래고 집에서 편하게 먹으려면 ‘배달비’도 내야 한다. 생필품 가격도 많이 올랐다. 많은 기업들이 ‘원가인상’을 이유로 가격인상 행렬에 하나둘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가에서 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인건비다. 최저임금 인상이 가파른 물가상승의 주 요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용지표도 좋지 않다. 우리 경제의 허리를 담당하는 많은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인건비 부담으로 허리띠를 졸라맨 영향이다. 

근로자는 동시에 소비자다. 들어오는 수입이 늘어나는 만큼 지출이 늘어나서는 이익이라고 할 수 없다. 임금수준은 높아지는데 일자리가 줄어든다. 구직자 중 소수는 웃을 수 있겠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나머지 구직자들은 더 힘겨워진다는 의미다. 

일부 노조가 강한 대기업들을 제외하고는 최저임금 인상률을 연봉협상에 반영하기도 쉽지 않다.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이 부담할 수 있는 인건비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 부담이 기존 숙련 근로자들의 임금인상에 악영향을 미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에 최저임금 인상률을 높이는 것만큼 그로 인한 여파를 완화할 수 있는 다른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하지만 정부는 숫자로 보여줄 수 있는 인상률에만 매달리는 모습이다.

최근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근로기준법 시행령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이 개정안은 최저임금 산정기준에 ‘주휴수당’을 포함하는 것이 골자다. 주휴수당은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하면 하루치 유급휴가 즉 1일분의 임금을 더 보장하는 제도다. 최저임금이 3년 연속 큰 폭으로 오르면서 내년에는 8350원까지 인상된 가운데 산정기준에 주휴수당까지 산입되면 사실상 ‘시급 1만원’을 넘어서게 된다. 

가뜩이나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이 부담스러운 경영자 입장에서는 크게 반발할 수밖에 없다. 이들은 실제 일하지 않는 시간에 대해서도 최저임금을 책정하겠다는 것은 과중한 부담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인건비 부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은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고 있다. 각 단체별로 기자회견과 토론회를 연이어 열며 비용부담으로 폐업위기에 몰린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에는 조직적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나서고 있다. 정부가 시행령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를 강행할 경우 헌법재판소에 위헌명령심사에도 나설 방침이다. 

실제 소상공인들의 부담은 매년 크게 늘고 있다. 최근 소상공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올해만 소상공인의 인건비 부담이 월 36만7000원 늘었다. 인건비 부담에 고용인원을 줄이고 본인 또는 가족의 노동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버티는 사업장도 크게 늘었다. 

최근에는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주 15시간 미만의 파트타임 근로자만 채용하는 일명 ‘쪼개기 알바’까지 등장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아르바이트 구직자 입장에서는 주휴수당 조금 더 받으려다가 그나마 남아 있던 양질의 일자리도 잃게 되는 셈이다. 고용인은 물론 피고용인에게까지 부정적인 여파가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러하지만 정부는 31일 예정대로 국무회의에 상정해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뜻을 꺾지 않고 있다. 주휴수당이 빠지면 실질 최저임금이 20% 줄어든다는 게 주된 이유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인상률이라는 숫자에만 매몰되는 건 위험하다.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 정책을 입안하고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부작용을 미리 예상하고 대응책을 마련해 사회적인 파장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게 먼저다. 귀를 닫고 무조건 속도를 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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