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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한 표현과 저작권

김준환 폴라리스 대표변호사 admin@cstimes.com 기사 출고: 2018년 10월 18일 오후 3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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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의 대상이 되는 저작물은 어떤 사상 또는 감정, 아이디어를 독자적으로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 저작물은 특별한 등록절차 없어도 그 권리가 보호된다는 점에서 반드시 일정한 등록 절차가 필요한 특허나 상표와 구별된다. 명확한 등록 절차가 없기 때문에 저작권의 침해냐 아니냐의 논쟁이 종종 벌어지곤 한다. 

여러 요건이 있겠지만 이를 보호할 만한 ‘표현’이 되려면 어느정도 길이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 판례나 학설을 통해 정립돼지고 있다. 예를 들면 노래가 표절이 되려면 몇 마디 이상이어야 한다던가, 영화의 제목이나 책 제목 등은 저작권에서 보호하는 표현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몇 가지 재미있는 사례를 소개해 보겠다. 

수년 전 모 아이돌 그룹의 노래가 히트를 친 적이 있는데 노래 제목이 ‘내가 제일 잘나가’였다. 상당히 임팩트 있게 제목을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 하얀 국물을 가진 짬뽕이 유행하던 시기였는데, 모 식품회사에서 '나가사키 짬뽕'이라는 상호로 출시를 해서 팔고 있었다. 문제는 이 식품회사의 신문 지면 광고였다. 광고문구로 ‘내가 제일 잘 나가사키 짬뽕’을 쓴 것이다. 

발끈한 아이돌 기획사 측에서 저작권 침해로 식품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결과는 앞서 설명한대로 보호할 저작물이 되기에는 너무 짧기 때문에 식품회사의 승리였다. 

최근 또 하나의 사례가 생겼다. 2009년 모 인디밴드가 앨범을 냈는데 앨범 재킷에 ‘난 우리가 좀 더 청춘에 집중했으면 좋겠어’라는 문구를 넣었다. 문제는 작년에 모 대기업이 운영하는 백화점에서 이 문구를 사용한 것이다. 이에 원 저작자는 대기업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많은 학자들이 원저작자의 도전을 비관적으로 보았다. 그간 노래제목처럼 (당해 문구는 노래 제목은 아니다) 짧은 문장은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결과는 비록 1심이기는 하지만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였다. 필자는 1심 결정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비록 짧은 문구이지만 창작성이 인정될 수준에 이르렀다고 생각된다. 

일본에는 ‘단가’라는 형식의 짧은 시 장르가 있다. 타와라 마치의 ‘사라다기념일’이 가장 유명하다. 단가는 두 문장으로 되어 있지만 최근에는 뒷문장인 ‘하이쿠’만으로도 독자적인 문학 장르로 발전하고 있다. ‘7월 6일은 사라다기념일’ 이라는 문장 하나로 대 히트를 친 일본의 예로 볼 때 이제 아무리 짧은 문장이라도 저작권을 인정해 줘야 한다고 본다. 

요즘은 트위터 등 SNS의 발달로 인해서 간결한 표현이 더욱 대세가 되고 있다. 앞으로는 독창적인 해시태그도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가수 닥터피쉬의 노래제목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니가 남겨둔 티셔츠가 우리집 행거에 걸려있어 걷어가 이사람아’ 이정도면 아무리 노래제목이라도 저작권을 인정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까? /김준환 폴라리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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