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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

“항공산업 진입장벽 낮춰야…앞으로 FSC·LCC 구분 흐려질 것”

최동훈 기자 cdhz@cstimes.com 기사 출고: 2018년 09월 03일 오전 8시 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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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최동훈 기자] 글로벌 항공시장 성장이 가속화됨에 따라 항공사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욜로(YOLO),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중시) 등 문화가 점차 보편화함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항공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 속에서 항공사들은 고객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항공기 제조사 보잉에 따르면 올해부터 오는 2037년까지 19년간 전세계에서 4만2730대의 항공기가 인도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향후 20년 간 상용 조종사가 24만명 가량 고용되고 같은 기간객실 승무원도 31만8000명 가량 충원되는 등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 항공 시장에서도 항공사 간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대형항공사(FSC) 2곳과 저비용항공사(LCC) 6곳은 각 사만의 차별화한 서비스를 앞세워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 정부도 관광 사업 활성화, 국가 이미지 제고 등 국익 증진 차원에서 관련 제도를 마련하고 업계 질서를 유지하는데 힘을 쏟는다.

하지만 국적 항공사를 둘러싼 오너 리스크, 기내식 대란, 불법 행위 등 다양한 위협 요소들이 국내 항공 사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항공 관련 법이나 규정도 업계의 발전을 저해하는 걸림돌로 여겨진다. 다양한 요소들이 복잡하게 얽힘에 따라 국내 항공업계는 바야흐로 변화의 소용돌이에 놓였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를 만나 현 항공업계에 대한 분석과 향후 전망을 들었다.

Q. 국내 항공업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규 사업자의 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는데 이유는 뭔가요.

==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사례로 미국이 있습니다. 전세계 항공산업을 주도하는 최상위 항공사 4곳이 모두 미국 회사입니다. 미국이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요인으로 현지 정부가 항공산업 관련 규제를 철폐한 점이 꼽힙니다.

미국은 지난 1980년대부터 각종 규제를 없애 누구나 자유롭게 항공사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정부는 항공 서비스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관련 기준을 강화하는 역할에만 치중했습니다. 이에 따른 결과로 1990년대 미국 항공 시장에는 강한 기업만 남았습니다.

Q. 정부가 항공사업 면허 심사기준을 완화해야한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인가요.

== 어떤 기업이 시장에 존속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사업주와 소비자입니다. 경쟁이 나날이 심화하는 현재 업황 속에서 살아남을 기업은 살아남고 도태될 기업은 도태됩니다.

정부가 할 일은 시장에 진입해도 될 사업자를 가려내는 게 아닙니다. 시장, 기술 등 두 가지 분야에 대해 규제하는 데 충실해야 합니다. 시장 규제는 자유롭고 공정하게 경쟁하며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규제입니다. 기술 규제는 항공 서비스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규제를 뜻합니다.

Q. 정부 당국이나 일부 항공사들은 이미 시장이 포화돼 신규 사업자 진입이 비효율적이라는 입장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업계에서 현재 비수기에 비는 좌석이 너무 많다는 등 이유를 들어 국내 항공 시장이 포화됐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이는 엄살입니다. 항공사들의 수익성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공급 또한 확대되고 있습니다. 공급이 늘어나는 이유는 항공 서비스 수요가 1차 함수 그래프 형태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항공 소비자들은 오히려 성수기에 비행기 좌석을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졌습니다. 일본의 경우 LCC 11곳이 다양한 노선을 운영하고 있어 소비자의 선택폭이 넓습니다. 국내 시장이 포화됐다거나 과당경쟁이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Q. 업황이 좋다고 보셨는데 그럼 신규 사업자가 시장에 진입하면 무리없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보시나요.

== 시장에 새로 진입하려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환상이 있습니다. 최근 LCC들이 일제히 흑자를 기록하는 것을 보고는 ‘항공사업이 돈이 되겠다’고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업계 내 경쟁이 너무나 치열해 사업 면허를 따내 항공기만 띄운다고 해서 시장에서의 생존을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신규 사업자는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하기 전부터 사활을 걸어야 합니다.

Q. 새 사업자가 항공업계에서 사업을 이어갈 수 있으려면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합니까.

== 신규 사업자들은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혁신적인 것을 들여와야 합니다.

이중 하나가 가격 파괴입니다. 신규사업자는 지금 책정된 것보다 더 낮은 소비자 가격을 책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본집약적인 산업인 항공업계에서 신규 사업자가 이 같은 전략을 펼치기는 사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또 하나는 차별화한 서비스입니다. LCC가 기존 주력 사업인 국내선 운항이 아닌 중장거리 노선만 운항하거나 관광, 면세점, 레저 등 항공 관련 부대사업에 더욱 집중하는 등 전략들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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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 일부 국적 항공사들이 오너 리스크로 홍역을 앓고 있습니다.

== 일부 항공사 경영진들의 갑질은 이미 과거부터 암암리에 알려진 사실이었습니다. 다만 이번에 불거진 오너 리스크를 해당 개인에 대한 패널티를 적용하는 차원으로 해소해나가야지 기업 때리기로 가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현재 업황 속에서 조금이라도 기업 이미지나 브랜드 가치에 손상이 가면 경쟁 구도에서 밀려나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FSC 종사자 수만 해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2만여명, 1만2000여명에 달합니다. 기업의 흥망성쇠에는 이들 임직원의 운명이 달려있기도 합니다.

다만 이번 일련의 사태들은 그간 잘못 이어져온 항공업계 기업 문화가 개선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Q. 국적 항공사들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 세계적인 트렌드를 잘 읽고 혁신을 서둘러야 합니다. 혁신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국적 항공사들은 최근 10년 간 잘해왔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성과를 낼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이를 위한 주요 전략으로 조인트벤처(JV)와 항공동맹체제(얼라이언스) 구축이 있겠습니다. 이 두 전략은 쉽게 ‘적과의 동침’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 그간 경쟁해온 항공사들끼리 협력하는 방안입니다.

JV는 이미 전세계적으로 활성화했는데 우리나라 항공사들은 이미 많이 늦었습니다. 대한항공의 경우 미국 델타항공과 JV를 맺기까지 기존 예상기간보다 6개월이나 지연됐습니다. 이외 항공사의 JV 사례는 전무합니다. 국적 항공사들은 현재 국내 항공산업에서 입지를 확대해나가고 있는 외항사들과 얼라이언스를 맺는데도 적극 나서야 합니다.

Q.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나요.

==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변화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입니다. 구체적인 변화 양상 중 하나로 항공 시장을 FSC와 LCC로 구분하는 게 무의미해지고 있다는 점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최근 나타난 개념이 하이브리드 항공사입니다. 하이브리드 항공사는 FSC와 LCC 각각의 고유 서비스를 융합해 제공합니다. 단적인 예로 국내선을 운항하면서 기내식을 제공하거나 LCC 수준의 규모를 갖춘 사업력으로 중장거리 노선을 운영하는 항공사를 들 수 있습니다.

이외에 비즈니스급 이상 좌석만 갖춘 항공기를 운항하는 프리미엄 서비스나 해외 출장이 많은 고객을 위한 전용기를 운행하는 비즈니스 항공사업 등 니치(niche) 마켓이 확산될 것입니다.

◆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항공경영학회 초대회장과 한국·몽골경상학회장 등을 지냈고, 한국항공대 CEO 아카데미 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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