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총수 부재 속 성장동력 상실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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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총수 부재 속 성장동력 상실 위기?
  • 박준응 기자 pje@cstimes.com
  • 기사출고 2018년 08월 22일 0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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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현상유지 급급…대규모 투자, 인수합병 소식도 잠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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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박준응 기자] 신동빈 회장 부재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롯데가 대규모 투자, 인수합병(M&A), 지주사 설립에 따른 후속 계열사 개편 등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롯데는 신 회장 구속수감 이후 황각규 부회장 체제 하에 비상경영을 이어가고 있지만 성장세는 둔화된 모습이다. 유통·식품 부문은 올해 상반기 현상유지에만 급급했고 적극적인 투자기조 하에 성장세를 이어오던 화학부문도 실적 상승세가 꺾였다. 

특히 최근 다른 10대 그룹이 정부 기조에 발맞춰 연이어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고 있는 가운데 롯데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답답한 상황에 처해있다. 

이처럼 신 회장의 장기부재로 인한 부정적인 여파가 가시화되면서 그룹 안팎서 위기감도 고조되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가 구속 상황에서 투자계획을 내놓기도 어렵고 내놓는다고 해도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조심스러울 것"이라며 "비상경영위원회 또한 현상유지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책임이 수반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결정하는 것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어 신 회장 재판 결과에 따라 위기론이 고조될 수 있다"고 봤다.  

◆ 롯데마트 부진 속 유통·식품 부문 간신히 현상유지

올해 상반기 롯데 주요 계열사들은 대부분 전년 대비 현상유지에 그치거나 실적이 뒷걸음질 쳤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올해 상반기 199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사드 여파가 심각했던 전년 동기 대비 1.6% 회복하는 수준에 그쳤다. 

사업별로는 백화점과 하이마트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0%, 10.9% 늘었으나 지속되고 있는 롯데마트의 영업손실이 발목을 잡았다. 롯데마트는 올해 상반기 12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960억원보다 손실규모가 확대됐다. 롯데슈퍼 또한 240억원의 영업적자를 봤다.

특히 롯데마트는 사드 해빙무드 속에서도 중국사업에서 활로를 찾지 못하고 철수를 결정하며 매출과 수익성 모든 측면에서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포스트 차이나'로 낙점한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도 신 회장 부재 여파로 적극적인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으며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신규투자도 원활히 진행되지 않고 있다. 올해부터 2020년까지 계획된 총 투자금액 1조928억원 중 올해 상반기 진행된 신규투자는 백화점 604억원, 할인점 167억원 등 총 771억원(이하 반기보고서 기준)에 불과하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할인점 실적이 전반적으로 주춤한 상황"이라면서도 "동남아 사업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 향후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 부문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롯데푸드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5.1% 증가한 388억원을 기록했지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한 9011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상반기 매출액 1조1164억원, 영업이익 314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7%, 38.7% 줄었다. 

◆ '차세대 주력사업' 화학부문도 상승세도 꺾여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신바람을 냈던 롯데케미칼도 올해 상반기엔 주춤했다. 

롯데케미칼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8조45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8% 감소한 1조3633억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시황부진, 판가하락, 유가·환율 등 변수로 인해 업황이 약화된 영향이다. 하반기에도 여수공장 정기보수, 대내외적인 변동성 증대로 수익이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롯데케미칼은 앞서 2016년엔 2조5478억원, 2017년엔 2조9276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기록하며 2년 연속 사상 최대실적 기록을 다시 썼다.  

이 같은 상승세는 유통 부문에서 화학 부문으로 그룹 무게중심을 옮기고자 화학 부문에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해왔던 신 회장의 뚝심이 빛을 발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롯데는 그간 신 회장 진두지휘 하에 수년간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동남아시아 지역에 대규모 현지 생산설비 투자를 진행해왔다. 지난해에도 롯데케미칼타이탄 상장, 인도네시아 합성수지 생산업체 PT ABS 인더스트리 M&A 등을 통해 현지 인프라를 확충했다.  

하지만 올해 초 신 회장 구속수감 이후 롯데케미칼타이탄의 인도네시아 4조원 규모 유화단지 건설 프로젝트가 지지부진해지는 등 신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추가적인 M&A 소식도 잠잠하다.   

롯데 관계자는 "유화단지 건설 프로젝트는 현재 부지 확보 이후 구체적인 협상과정에서 진척이 없는 답보 상태"라며 "언제 결정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비상경영 한계점 뚜렷…신 회장 재판결과에 촉각

가장 심각한 문제는 그룹 방향성을 결정할 컨트롤타워가 부재하다는 점이다. 

롯데는 지난해 10월 롯데지주 출범을 기점으로 '뉴롯데' 출범을 공식화했다. 이후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화학계열사 분할합병, 호텔롯데 상장 등 후속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숙제로 남겨져 있다. 

특히 한국 롯데 상당부분이 호텔롯데를 통해 일본 롯데홀딩스에 종속돼 있는 부분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롯데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해왔으나 신 회장 구속 이후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다. 

최근 10대그룹이 앞다퉈 대규모 투자·고용 계획을 내놓고 있는 것도 큰 부담이다. 얼마 전 162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한 삼성을 비롯해 LG, SK, 신세계, 한화 등 주요 그룹이 정부 기조에 발맞춰 대규모 투자계획을 확정지었다. 

반면 롯데는 투자계획 확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아직 올해 투자와 고용계획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총수 부재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계획을 결정하긴 어려운 만큼 고민이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신동빈 롯데 회장
▲ 신동빈 롯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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