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정수남 기자] 삼성그룹이 갑작스레 이건희 회장 카드를 꺼냈다.
11일 늦은 밤 일부 국내 언론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직 전격 사퇴를 보도했다.
이는 이 회장이 2014년 4월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3년여만이다.
이들 언론사는 IOC가 10일 이 회장 가족으로부터 IOC 위원 재선임 대상으로 고려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회장의 임기는 80세까지로 아직 5년 남았다.
이 회장이 와병으로 정상적인 활동이 어렵다고 판단해 가족이 이 같은 결정을 했다는 게 언론사와 재계 분석이다.
다만 발표 시점이 애매하다.
검찰이 뇌물공여 혐의 등을 적용해 이재용 부회장에 7일 12년형을 구형했고, 법원이 25일 1심 선고 공판을 앞두고 있어 서다.
이번 IOC 위원 사퇴가 이 회장 신변에 대한 숨은 뜻을 재판부가 헤아려 선고를 내려달라는 무언의 압력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 회장이 쓰러진 이후 3개월 간은 국내 언론사들이 이 회장 신변에 대한 기사를 매일 쏟아냈다. 그러다 어느날 갑자기 이 같은 보도가 일제히 사라졌고, 이어 이 부회장으로 경영 승계가 빨라지는 등 그룹 내에서 이 부회장, 부진, 서현 남매의 역할 구도가 확정됐다.
그 동안 이 회장에 대해서는 그룹 고위 관계자 발(發)로 '의사 소통은 어렵지만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는 언론 보도가 드물게 나왔다.
이 회장에 대한 면회가 가족을 제외하고 최지성 삼성그룹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만 가능했기 때문이다. 다만 미전실이 지난해 해체되고, 최 부회장이 이 부회장과 함께 재판을 받고있어 현재 이 회장의 병세에 대해 아는 직원은 그룹 내에 없다.
현재 삼성서울병원은 이 회장이 입원하고 있는 20층 VIP 병동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이번 이 회장의 사임이 액면 그대로 인지, 숨은 뜻이 있는 지는 이제 재판부의 손에 달렸다.
한편 이 회장은 1996년 7월 IOC 위원으로 선출된 이후 세계 스포츠 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참석했으며, 2011년 남아공 더반 IOC 총회 참석 등 11차례에 걸쳐 170일 간 해외 출장을 갖는 강행군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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