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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고훈 인크 대표

“리드투자자 그룹 형성하는데 중점 둘 것”

우선미 기자 wihtsm@naver.com 기사 출고: 2017년 05월 29일 오전 8시 0분
▲ 고훈 인크 대표.
▲ 고훈 인크 대표.
[컨슈머타임스 우선미 기자] ‘티끌 모아 태산’을 만든다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사람들의 마음이야 말로 티끌로 산을 만들기도 하고 산을 옮기기도 하는 힘일 것이다. 십시일반의 뜻을 자금 조달로 실천한 것이 바로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이다.

때론 소셜 펀딩이라고도 불리는 크라우드 펀딩이 놀라운 힘을 발휘했다는 사례가 종종 들려온다. 돈 때문에 빛을 보지 못하고 있던 아이디어가 크라우드 펀딩으로 세상에 나오기도 하고, 자금난을 겪던 창업기업이 기사회생했다는 이야기다. 이런 놀라운 이야기의 뒤엔 항상 크라우드 펀딩 ‘1세대’인 인크(Yinc)가 있다. 인크의 고훈 대표를 만나 아직은 우리에게 생소한 크라우드 펀딩에 대해 들어봤다.

Q. 잘 다니시던 증권사를 나와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인크’를 창업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요.

== 증권사에서 중소형기업(스몰캡) 및 게임업종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로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비상장기업, 창업기업들에 대한 소식을 많이 접하게 됐습니다. 그때 창업한지 얼마 안 된 모바일 게임사들이 스마트폰 기반 모바일게임 시장의 급성장세에 힘입어 상장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창업 및 창업투자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전업에 대한 결심을 굳히게 된 시점도 비슷합니다. 퇴보하고 있는 증권업과 대비됐기에 저는 미련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창업을 위해 증권사를 떠나려고 할 때, 선배들은 많이 말리고 붙잡았지만 동기들과 후배들은 오히려 부러워하거나 응원을 해줬습니다. 증권업의 호시절을 경험했느냐 여부가 다른 반응을 보인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이후 핀테크 벤처연합을 결성했는데 우연한 기회로 이 연합이 옐로금융그룹(現 데일리금융그룹)에 합류하게 됐고, 사내 사업 제안을 통해 인크를 설립·운영하게 됐습니다.

Q. 인크는 그동안 어떤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고,그 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는 무엇인지요.

그동안 문화, 교육 등 다양한 업종의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의 펀딩을 중개했습니다. 현시점은 투자자들이 수익을 거둔 사례가 나오기에는 시기상조이기 때문에 벤처캐피탈의 후속투자를 유치한 모션블루와 아우름플래닛 펀딩이 인크 포트폴리오 중 성공적인 사례였다고 판단합니다.

모션블루는 사물인터넷을 적용한 스마트 블록 ‘모블로’를 제작·판매하는 기업입니다. 지난해 3월, 총 7000만원을 목표로 한 이 프로젝트에서 모션블루는 총 23명의 투자자로부터 7070만원을 모집했습니다. 이 자금은 B2C 시장 진출을 위한 마케팅 비용으로 활용됐습니다.

지난해 4월에 인크에 등록한 형광펜 제조업체 아우름플래닛은 같은 해 6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6000만원 규모의 투자금을 모집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마젤란기술투자는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했을뿐 아니라 추가투자까지 진행하며 총 1억 2000만원을 아우름플래닛에 투자했습니다. 최근에는 케이크라우드베타투자조합(개인투자조합) 결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Q. 케이크라우드베타투자조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신다면요.

== 케이크라우드베타투자조합은 국내법이 허용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만들 수 있는 엔젤투자를 위한 사모펀드입니다. 비록 사모펀드이지만, 다수의 투자자가 소액을 모아 엔젤투자에 나서면 엔젤 매칭투자를 신청할 수 있고 피투자기업이 벤처기업 인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투자자들은 엔젤투자에 따른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케이크라우드베타투자조합은 좋은 기업과 창업가를 발굴해 크라우드 펀딩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조합이 리드투자자로 나서는 형태로 투자를 집행할 계획입니다. 현재 조합원 모집 마무리 단계에 있습니다.

Q.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어떤 부분에 집중해 펀딩을 진행할 예정인지요.

== 한국에는 원래 엔젤투자 문화 자체가 거의 없습니다. 아주 소수의 엔젤 투자자들만이 자기들만의 리그를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들이 소액이지만 다수가 참여해 이러한 엔젤투자의 공백을 메워야 합니다. 이를 위한 가장 적합한 금융수단이 크라우드 펀딩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대중 투자자들은 엔젤투자 경험이 없기 때문에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성공 사례도 매우 부족하고, 그나마 존재하는 사례가 널리 알려져 있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향후에는 대중투자자들의 투자를 선도할 수 있는 리드투자자 그룹을 형성하는데 중점을 둘 계획입니다. 대중들이 엔젤투자에 대해 공부하고, 서로 투자에 대한 의견을 활발하게 나눌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며, 리드투자자로 나설 수 있는 투자자들끼리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리드투자자가 주도하는 형태의 펀딩을 다수 진행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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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크라우드 펀딩이 본격적으로 시작된지 1년이 지났는데, 한국 크라우드 펀딩 시장 상황은요. 

== 지난해 초 인크, 와디즈, 유캔스타트, 오픈트레이드, 신화웰스펀딩 등 5개 사업자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사업 인가를 받았지만, 현재는 증권사와 종금사를 비롯한 6개 겸업사와 8개 전업사, 총 14개 플랫폼이 라이선스를 받아 영업 중입니다. 지난해 시장 전체 펀딩 규모가 200억에도 못 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은 포화상태입니다.

너무 많은 플레이어가 존재합니다. 크라우드 펀딩 사업이 본업이 아닌 겸업사를 제외한 전업사들 대부분은 존폐기로에 서있습니다. ‘창업기업의 자금 조달’이라는 목적성에도 불구하고 제도 자체가 너무 무겁고, 플랫폼의 고정비용이 커서 다수의 플랫폼들이 구조조정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크라우드 펀딩 시장이 수익성을 확보할 정도로 성장하는 것은 3~5년 후라고 판단되기 때문에 시장 자체는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Q. 정부가 ‘규제의 벽’을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요.

== 크라우드 펀딩은 (일반인) 투자한도가 연간 500만원, 업체당 200만원이라는 제한선에 묶여있습니다. 이보다는 많은 금액을 투자할 수 있게 해야 자금조달이 필요한 스타트업들을 도울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광고 규제와 투자자 요건을 완화하고 스타트업에 대한 코넥스 특례 상장을 허용하는 내용 등을 담은 활성화 방안을 내놨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에 성공한 기업이 별다른 조건 없이 등록해 주식을 사고팔수 있는 스타트업 전용시장(KSM)도 연장선상에서 마련됐습니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 때문에 관심의 범위에서 벗어난 채 국회에서 표류 중입니다.

Q. 새 정부에서 크라우드 펀딩 시장을 활성화 시킬까요.

== 단기에 시장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현 규제로는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규제를 일시에 풀어줄 가능성도 낮아 보입니다. 따라서 향후 수년간은 플랫폼들이 각자 생존을 위해 노력하면서도 규제를 합리적으로 바꿔 나가기 위한 노력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기업들이 보다 쉽게 크라우드 펀딩에 도전하고,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전반적인 인프라를 개선해야 합니다. 현재 모습 그대로는 아무리 새 정부가 정책적 수단을 써도 시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합니다.

Q. 기업이나 투자자에게 건네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 한국에서는 크라우드 펀딩 제도의 규제의 벽이 높습니다. 법과 제도를 잘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증권을 발행하거나 투자한다면 펀딩기업과 투자자 모두 원치 않는 나쁜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도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기반으로 투자유치 및 투자에 나서야 합니다. 특히 투자자들은 크라우드 펀딩 투자가 상당히 높은 수준의 위험을 수반하는 투자이며, 투자의 결과는 오로지 투자자 본인의 손실로 귀속된다는 점을 명확히 이해하고 투자에 나서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투자자들이 향후 고성장 가능성이 있는 유망 스타트업에 소액으로 분산투자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점에서 많은 현명한 대중투자자들이 고위험 투자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스타트업을 성장을 적극적으로 돕는 모험가가 꼭 되어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창업을 간접체험해 볼 수 있다는 것도 또 다른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 고훈 대표는?

고려대학교 영어영문과를 졸업하고 대신증권,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했다. 이후 옐로금융그룹 전략본부에서 재직했다. 2015년부터 인크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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