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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

“은행, 기업 부실대출 ‘충당금폭탄’ 위기…가계에 손실 전가”

김수정 기자 crystal@cstimes.com 기사 출고: 2016년 05월 30일 오전 7시 39분
   
 

[컨슈머타임스 김수정 기자]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 가서 눈 흘긴다”는 말이 있다. 부당한 일을 당한 이가 애먼 대상에 화풀이하는 상황을 풍자하는 말이다.

한편으론 요즘 은행권 돌아가는 모습을 참 적절히 표현한 말이기도 하다.

은행들은 부실한 기업 대출로 충당금 폭탄을 맞을 위기에 처하자, 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수수료와 가계 대출 이자율을 높이고 정기예금 이자율을 낮추면서 가계를 옥죄고 있다.

왜 이런 상황에 처한 것인지, 해결책은 없는지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은행, 기업대출 ‘충당금폭탄’ 위기 오자 가계에 손실 전가

Q. 큰 기업들이 줄줄이 구조조정 위기에 직면하면서 이들 기업에 돈을 빌려준 은행들이 부실 위험에 처했다. 이에 따른 고통은 국민들의 몫인 것 같다.

== 그렇습니다. 조선∙해운업에 대한 구조조정, 법정관리 등이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국책은행 부실을 지원하기 위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습니다. 양적완화라든지 출자, 보증, 재정투입 등 이야기가 자주 나오고 있습니다.

시중은행들은 지금 이런 조선∙해운회사에 부실 대출을 해줬습니다. 은행은 이런 대출을 실행하려면 충당금을 쌓아야 합니다. 쉽게 말해 10조원을 빌려주면서 ‘2조원 정도는 못 받을지도 모르겠다’고 판단될 경우 못 받을 지도 모르는 2조원을 충당금으로 쌓아놔야 합니다.

당연히 그에 상당한 돈을 어딘가에서 조달해 이익을 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지금 은행 수수료를 높인다든지 예금 이자율을 낮춘다든지, 대출 이율을 높인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드러내놓고 하진 않지만 가계에서 수익을 많이 내서 이런 손실을 메우려고 하는 게 문제인 것입니다.

기업 대출로 인한 손실을 가계에서 만회하려고 한다는 겁니다.

Q. 가계 대출금액이 사상 최고치인 1220조원에 달했다.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은행들은 우대 조건으로 기업에 대출을 제공해왔다.

== 가계 대출이 증가하고 있지만 금리는 낮아지다 보니 가계의 상환능력은 유지되거나 오히려 높아졌습니다. 현재 가계 연체율은 최저 수준입니다. 국민들은 성실히 이자를 납부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개인들이 기업의 대출 부실을 메워주고 있는 꼴이죠.

기업들은 위기에도 불구하고 은행 거래에 있어서 제약을 매우 적게 받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기업 편향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부실 기업은 단호히 정리해야 하는데, 이러한 부분에 대한 인식이 조금 잘못 형성돼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Q. 만약 이들이 기업이 아니라 개인이었다면 은행의 대처도 달랐을지.

== 기업이 아니라 개인이라면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단호히 대응했을 것입니다. 만기 즉시 유예기간도 주지 않고 모든 금액을 갚으라고 압박하면서 탈출구를 막아버렸을 겁니다. 자산을 압류하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하면서 고통을 줬을 겁니다.

기업에 대해서는 너무 관대하게 대응해 온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앞으로 새 국회가 열리면 이 문제가 부각될 것으로 보입니다.

Q. 은행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기업과 개인을 불공평하게 대하는지 보여주는 수치 자료가 있나.

== 연체율을 통해 파악할 수 있습니다.

가계 연체율은 0.2~0.5% 사이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대기업 연체율은 1%가 넘어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기업이 개인보다 2~5배 높은 연체율을 기록하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은행들의 관리가 너무 부실합니다. 투명하게 공개되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조선∙해운업 부실이 이렇게 오랫동안 은폐된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등급이 떨어지면 10조원 정도의 충당금을 쌓습니다. 그럼 10조원의 이익을 내든지 아니면 그 부실을 메워야 합니다. 은행들은 수수료를 높이거나 없던 수수료 항목을 새로 만들어 수수료를 부과하는 식으로, 그 다음에는 개인 대출 금리를 올려 받습니다.

국민들이 기업 부실대출 부담을 많은 부분 부담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1%포인트 떨어지면 대출 이율이 1%포인트 낮아지는 게 아니라 0.48%포인트만 내려갑니다. 결과적으로 0.52%포인트 금리를 올린 게 되는겁니다. 그런 식으로 많은 이자 수익을 보이지 않게 더 거둬갔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문제는 ‘관치금융’…불공정한 고리 풀어야

Q. 물론 기업이 우리 경제를 이끄는 중요한 경제주체이긴 하지만 가계 역시 중요한데, 은행은 기업 편향적이다. 개선이 필요한 사안인데.

== 이는 기본적으로 관치금융의 문제입니다. 은행들이 부실 평가 기준이나 충당금 관련 기준을 조금만 강화하려 해도 보이지 않게 이를 저지하는 힘이 상당합니다. 정상 대출로 처리하게끔 강요해 왔다는 의혹이 충분히 드는 상황입니다.

기업 부실을 제 때 제대로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국민들이 피해보게 됩니다. 세금이나 이자 등 면에서 국민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이 없게 하려면 투명하게, 또 관치 금융이 없게 해야 합니다. 은행의 자율성을 높이고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금융권과 불공정하게 엮여 있는 정치적 고리들을 풀어내야 합니다.

◆ 조남희 대표는?

중앙대학교에서 국제경제를 공부하고 신한종합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한국금융연수원 강사, 신용카드사회공헌위원회 위원, 한국거래소 분쟁조정위원 등을 역임했다. 2012년부터 금융소비자원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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