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불통법'된 단통법 소비자는 속 터진다
상태바
[기자수첩] '불통법'된 단통법 소비자는 속 터진다
  • 한행우 기자 hnsh21@cstimes.com
  • 기사출고 2015년 04월 27일 07시 49분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컨슈머타임스 한행우 기자] 

K : 고객을 T : 털자 (KT)
S : 신명 나게 K : 고객을 T : 털자 (SK텔레콤)
L : 로또도 안 되는데 G : 고객을 U : 우리도 털자 + : 쟤들보다 더 (LG유플러스)

통신사 이름을 이용한 우스갯소리다. 벌써 한참 전 얘기다. 

'오래된 농담' 정도로 치부하면 곤란하다. 옛 위정자들이 속요(俗謠)나 잡가(雜歌)를 통해 민심을 파악했듯 이는 통신시장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를 가늠케 하는 일종의 '바로미터'인 셈이다. 

이 혼탁한 통신시장의 질서를 바로잡아보겠다고 정부가 칼을 뽑아 든 게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바로 '단통법'이다.

고가 요금제와 연계한 보조금 차등 지급을 금지하는 게 핵심이다. 통신사는 홈페이지에, 대리점과 판매점은 각 영업장에 단말기별 출고가와 보조금, 판매가 등을 투명하게 공시해야 한다.

가입유형, 나이, 가입지역 등에 따른 보조금 차별은 원천 금지된다. 가격 평등을 통한 통신비 하향 평준화가 목적이다.

소비자 반응은 영 딴판이다. 체감 통신비는 오히려 상승했다는 원성의 목소리가 높다. 여전히 '털리고 있다'는 불만이다. 정부가 야심 차게 칼을 뽑더니 썩은 무만 내리친 격이다.

관계당국은 가계통신비 지출 감소 효과가 있다는 입장이다. 수치만 보면 그럴 듯 하다.

미래부 자료에 따르면 단통법 시행 전인 지난해 7~9월 평균 가입요금은 4만5155원이다. 하지만 10월에는 3만9956원으로, 올해 3월(1~22일) 들어서는 3만6000원대까지 떨어졌다. 6만원대 이상 고가 요금제 가입자도 감소했다.

가계통신비도 내려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4분기 및 연간 가계동향'을 보면 지난해 4분기 월 가계통신비는 14만8422원으로 전분기 대비 1.8%, 전년 동기대비 4.1% 각각 줄었다.

지원금과 연계한 고가요금제 가입강요가 금지되면서 소비자의 합리적인 요금제 선택이 확산됐다는 것이 미래부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뒤집어 보면 단말기 할부금 증가에 따른 보수적 소비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에누리 없는 단말기 값을 치르느라 통신비를 아낀다는 말이다.

실제 기자도 요금제를 1단계 낮추고 데이터 사용을 자제하기로 했다. 근검절약형 소비자 양산이 단통법의 애초 목적이었나 싶을 정도다.

공시지원금 상한선을 상향 조정했지만 강제성을 두지 않아 통신사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도 못했다. 갤럭시S6의 쥐꼬리 보조금은 실소를 자아냈다. 

소비자가 가장 원하는 고스펙 스마트폰은 대부분 100만원 안팎이다. 과거에는 흥정에 밝고 발품 깨나 팔면 '단말기 공짜' 혜택을 누릴 수 있었지만 이제 최신폰은 '오르지 못할 나무'가 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구형 단말기가 확연히 저렴한 것도 아니다. 

보조금이 1주일 단위로 바뀌면서 구입시기에 따른 요금 격차도 여전하다. 소비자 차별을 없애겠다는 게 단통법의 근간이었는데 무엇하나 소비자가 속시원하다 느낄 수 있는 게 없다. 10만원대 안팎의 요금제에 주로 보조금이 집중되면서 고가요금제 가입 강요가 없어졌다는 정부 주장도 무색해졌다.

단통법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단말기 유통법은 사실상 시장에서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 정도 표현까지 나왔다면 단통법 전면 재검토에 대한 당위를 새삼 논하기도 입이 아플 정도다.

소비자, 통신사, 유통망 모두 "어렵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정부만 자화자찬이다. 칼을 뽑았으니 썩은 무라도 자르겠다는 '뚝심'이 실패를 인정하기 싫은 '아집'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