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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전화보험 ‘약관낭독’ 소비자는 지친다

조선혜 기자 jsh7847@cstimes.com 기사 출고: 2015년 01월 26일 오전 7시 46분
   
 

[컨슈머타임스 조선혜 기자] 시간적 여유가 없어 전화로 보험 가입이 가능한 A보험사로 문의 전화를 걸었다.

간단한 설명이 끝나고, 가입의사를 표하자 확인 작업이 시작됐다. 본인인증, 나이∙직업∙병력확인 등 기초적인 질문이 쏟아졌다. 간단한 줄만 알았던 녹취가 무려 10여분 넘게 이어졌다. 특히 병력확인에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승인을 기다려달라는 말을 끝으로 통화를 끝낸 텔러에게서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다시 연락이 왔다.

20여분이 소요될 것이라는 안내에 살짝 곤혹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이 진행했다. 텔러는 보험약관을 엄청난 속도로 읽어 내려갔다. 듣는 소비자가 해야 할 일은 “네”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글을 보며 읽어도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되지 않는 보험약관. 금융 담당 기자에게도 부담스러운 용어가 가득하다. 긴 시간만큼이나 당황스러운 건 ‘어려운’ 설명이었다.

15분쯤 지났을 무렵, 텔러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잔기침을 내뱉더니 잠시 물을 마셔도 되느냐고 물었다. 안쓰러운 마음에 괜찮으니 천천히 하시라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버거운 소비자만큼이나 판매자에게도 부담스러운 과정이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약관을 일일이 설명하고 소비자의 답변을 녹취하도록 금융감독원에서 규정한 것이라 어쩔 수 없다”며 “사실 100% 이해하고 대답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절차상의 한계를 인정했다.

‘탁상공론’으로 빚어진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최근 한 보험사에서는 청각장애인에게 전화가입 형태로 보험을 판매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대리인을 통해 설명하게 한 다음 가입자의 답변을 녹취하는 형태로 진행돼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상품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아 오해가 생겼고, 가입자는 불만을 토로했다. 비장애인인 소비자에게도 다소 버거운 가입 절차에 대한 ‘불완전판매’ 우려는 무리가 아니었다. 보험사는 억울함을 표할 뿐이었다.

가장 근원적인 문제는 어려운 보험약관 그 자체다.

지난 7일 보험개발원은 ‘보험약관 이해도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표현의 명확성과 간결성 등 기준으로 평가가 이뤄졌다. 농협∙삼성생명의 약관이 쉽게 쓰여졌고, 동부생명의 경우 가장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35개 보험사 중 단 2곳만이 ‘우수’ 등급을 받았다. 삼성∙동부화재 등은 종전 평가보다 더 낮은 점수를 받았다.

지속적인 평가나 규제 없이 보험사가 스스로 약관을 쉽게 쓰는 것을 기대하긴 어렵다. 소비자가 이해하기 힘들수록 재빠르고 복잡한 설명으로 ‘현혹시킬’ 여지가 남기 때문이다.

어려운 말을 쉽게 풀어 쓰는 것. 읽고, 듣는 사람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정보를 전달하는 데 있어 이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더불어, 전화상으로는 필요한 부분만 알기 쉽게 설명한 다음 추가적인 질문을 받거나 관련 서류를 전달하는 식으로 가입방식이 보완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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