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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북유럽 ‘베끼기’ 패션업계 ‘아류’ 오명 못 벗는다

한행우 기자 hnsh21@cstimes.com 기사 출고: 2014년 09월 22일 오전 7시 36분
   
 

[컨슈머타임스 한행우 기자] ‘리버티 한복’.

영국 리버티사의 ‘플로랄 패턴’ 원단을 이용한 유럽풍 한복이다. 패션∙생활용품∙인테리어∙가구업계를 막론하고 국내 산업계에 불어 닥친 ‘북유럽 열풍’ 효과(?)다.

추석을 앞두고 한 대기업계열 대형마트에서는 아예 ‘북유럽 감성’을 내세운 아동용 한복을 판매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고유의 무늬나 장식대신 유럽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잔 꽃무늬 원단을 접목한 게 특징이다.

소비자 기호에 따른 결과라는, 즉 자연스러운 시장논리라는 업체들의 명분이다. 모방이 핵심인 ‘미투제품’을 만들어 매출액 상승을 꾀하려는 계산은 장부 속에 꽁꽁 감춰져 있다.

북유럽풍의 특징은 군더더기 없는 절제미와 실용성을 해치지 않는 디자인, 자연스러움 속에 녹아있는 유머 정도로 축약된다.

이 같은 특장점은 ‘우리것’ 안에서도 충분히 찾을 수 있다.

‘여백의 미’로 대변되는 우리 고유의 감성, 자연과의 조화를 가장 중요시 여겼던 선조들의 정신, 화려함 보다는 단정함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게 바로 ‘한국의 멋’이 아닌가.

북유럽의 ‘심플함’이 아닌 우리 안의 ‘정갈함’에서도 충분히 영감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기업은 소비자의 취향을 따라가기도 해야 하지만 트렌드를 창조하고 선도하는 역할도 잊어서는 안 된다.

패션계의 SPA브랜드 경쟁이 그렇다. 글로벌 SPA열풍을 막아서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하지만 잘되는 업종을 우르르 쫓아가는 모습에서 일견 위태로움이 느껴진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지금 SPA가 잘된다고 해서 막대한 투자를 통해 브랜드를 론칭하는데 어느 날 이 열풍이 사라진 ‘그 다음’에 대한 준비가 어느 정도 돼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우려를 내비치기도 했다.

모든 유행은 흘러가고 사라지기 마련이다. ‘북유럽풍’에 목매는 패션업체들에게 이 트렌드의 ‘다음’을 내다보고 준비하고 있는지 묻고 싶어진다. 만약 이 다음이 ‘서아프리카풍’이라면 또다시 이를 쫓아가고 표방하기만 할 것인지도 궁금하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하지만 거기에도 몇 가지 단서는 필요하다.

바로 ‘고민의 흔적’이다. 철저한 자기 검열, 검토, 단순 모방의 수준을 넘어서기 위한 고뇌, 이미 형성된 인기에 무임승차하려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반성까지.

왜 소비자들이 북유럽 스타일을 선호하는지, ‘우리 것’ 안에서 대안을 찾을 수는 없는지 치열하게 더 생각하고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디자인 사대주의’, ‘패션 아류’라는 오명을 벗고자 하는 최소한의 의지가 남아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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