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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사진=기사와 관련없음 |
광우병 파동으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한 가운데 경조사가 진행되는 예식장·장례식장 등에 원산지 표기가 미흡해 소비자들의 불신을 사고 있다.
일반음식점에 비해 많은 인파가 몰리는 특수업태인 탓에 원산지 표기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북적북적한' 웨딩홀-장례식장에 원산지 표기 '깨알'…돋보기로 봐야(?)
최근 오래 알고 지낸 지인의 결혼식을 참석한 A씨. 결혼식이 진행된 강남의 모웨딩홀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에 깔끔한 음식 등으로 예약잡기도 힘들다고 소문이 파다한 곳 이었다.
직접 둘러본 이 웨딩홀은 소문처럼 인테리어와 조명 등이 훌륭했다. 그러나 문제는 피로연장에서 불거졌다. 식사로 스테이크가 준비 됐지만 입구, 테이블 어느 곳에도 '원산지 표기'가 없었던 것.
A씨는 직원에게 쇠고기의 원산지를 문의해 "미국산"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원산지 표기를 찾을 수 없다"는 A씨의 지적에 이 직원은 입구 벽면 한 쪽을 가리켰다.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 작은 종이에 원산지가 '깨알'같이 쓰여있었다. 그나마도 인테리어용 커튼에 가려져 있어 안내 없이 찾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A씨의 항의에 웨딩홀 관계자는 "인테리어 등 미관을 망칠 수 있어 원산지 표기를 크게 비치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A씨는 "원산지를 표기하는 원래 목적이 소비자들의 알권리를 위함인데 주객이 전도됐다"며 "'눈가리고 아웅'식 원산지 표기는 있으나 마나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16일 농산물품질관리법에 따르면 소, 돼지, 닭고기, 쌀, 배추 등을 조리해 판매하는 식품접객업소, 집단급식소 등은 원산지 표기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원산지 표기 의무는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결정되면서 국민적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시행된 제도다.
특히 최근 들어 미국에서 6년만에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돼 불안감이 형성되면서 원산지 표기에 대한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는 상황.
그러나 일부 웨딩홀, 장례식장 등에서 원산지 표기가 미흡해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하고 있다. 원산지 표기의 글씨 크기 등에 대한 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아 '깨알'글씨 등으로 꼼수를 부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에 따르면 수입품목이나 가공식품의 경우 원산지 표기의 글씨 크기 등도 정해져 있다. 쇠고기의 경우 박스 뿐만 아니라 내부 비닐포장에도 원산지 표기를 해야한다. 과자류는 봉지의 앞면 하단에 12포인트 이상의 글씨 크기로 원산지를 표기해야 하는 식이다.
◆ 글씨크기 등 잘 보이도록 강화해야
그러나 일반음식점을 포함 웨딩홀, 장례식장 등에 게재하는 원산지 표기는 구체적인 크기 등이 정해져 있지 않다. 다만 테이블 위, 입구 등 볼 수 있는 곳에 표시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 전부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원산지 표기가 잘되고 있는지 최근에도 공지 없이 단속활동을 벌이고 있다"며 "모든 영업장을 전부 단속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단속활동을 벌이기는 하나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원산지 표기 강화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새 나왔다.
주부 최모씨는 "광우병 발병을 떠나 미국산 쇠고기를 섭취하는 것이 조심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남의 경조사에 가서 따지기도 쉽지 않고 표기가 눈에 띄게 표기된다면 더욱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원 이모씨는 "많은 사람이 몰리는 예식장, 장례식장 등은 특히 가공식품들처럼 원산지 표기의 크기를 키워 보기 쉽도록 표기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컨슈머타임스 김한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