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강나연 기자 | 미국 공화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변경을 발의한 가운데 국내 배터리 업계에서는 "실보다는 '득'이 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법안이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의 미국 진출 장벽을 높이는 조항이 포함된 만큼 K-배터리의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하원 세입위원회 공화당 의원들이 12일(현지시간) 공개한 세제 법안 초안에는 배터리 제조사에 세금 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45X) 부분에서 중국 등을 타깃으로 한 해외우려기관(FEOC) 규정이 적용됐다.
이번 법안은 지분 구조로 판단하던 기존 FEOC 기준이 아닌 정부의 지배 수준을 기준으로 금지외국단체(PFE)를 새롭게 정의했다. 중국 정부의 통제 수준이 강한 지정외국단체(SFE)의 경우 법 개정 이듬해부터, 상대적으로 통제수준이 약한 외국영향단체(FIE)는 2년 유예기간 적용 후 직접적인 보조금 수급을 금지하도록 했다.
또한 △FEOC로부터 부품과 광물, 설계 등을 직접 공급받는 경우 △배당금과 이자, 로열티, 보증금 등의 자금을 일정 비율 이상 FEOC에 지급하는 경우 △FEOC와의 라이선스 가치가 100만달러를 초과하는 경우에도 보조금 수혜 대상에 제외된다. 사시리상 중국 업체의 보조금 수령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는 포드와 테슬라 등이 중국 CATL 등과 추진하며 IRA 우회라는 비판을 받았던 라이선스 형태의 배터리 사업 모델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사실상 미국 내 완성차 제조사(OEM)들과 중국 업체들의 협력을 막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미국 진출은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국 부품과 광물의 의존도를 낮추고 중국 기업과의 기술 라이선스 제휴를 재검토하는 등의 공급망 '탈중국' 기조가 강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배터리 산업이 한국과 중국의 양강 경쟁 구도인 점을 고려했을 때 이번 조치는 K-배터리 업체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중국을 포함한 우려 국가에 제재가 강화되면 미국 현지 생산 역량을 갖추고 공급망 다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한국 배터리 기업의 경쟁력은 보다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AMPC의 '완전 폐지' 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법안에 따르면 배터리 셀과 모듈에 대한 생산 보조금 액수는 현행 수준으로 유지됐고, 종료 시점은 2032년에서 2031년으로 1년 단축됐다.
현행 법에서도 생산 보조금은 2030년부터 일몰이 적용돼 2032년에는 25%만 지급되기로 설계됐기 때문에 실제로 업계가 받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현금 유입이 필요한 올해부터 2028년까지의 보조금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도 긍정적이라는 분위기다.
일각에서 즉시 폐지할 것으로 예상했던 제3자 판매 방식 조건도 2년간 유지돼 2027년까지 혜택이 지속될 전망이다.
김현수 연구원은 "AMPC의 경우 폐지시 리스크가 컸으나 대부분 조항이 유지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이번 법안은 초안이므로 향후 협상을 통한 양보를 고려해 가장 공격적인 기조가 담겨있을 텐데도 AMPC 조정 내용이 1년 단축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IRA에 따른 세액공제로 경제적 혜택을 보는 'IRA 수혜주'의 연방 상하원 의원 대부분이 공화당 소속인 만큼 의회에서 이 법안이 통과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법안은 변동 가능성이 크고 상·하원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발의안대로 통과되더라도 K-배터리 입장에서는 '위기 속에서도 기회는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