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김하은 기자 | 금융위원회가 오는 7월 시행되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구체안'을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금융권 전반에서 긴장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특히 수년 전부터 실적 부진과 연체율 상승 탓에 수익성과 건전성이 모두 감소한 카드업계의 경우 스트레스 DSR 3단계 규제 대상에 포함될 시 부담감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스트레스 DSR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선반영해 대출 심사 시 실제보다 높은 금리를 기준으로 대출 한도를 산출하는 제도다.
앞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7일 "스트레스 DSR 3단계는 예정대로 7월 1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DSR 3단계에선 카드사는 물론, 저축은행과 캐피탈 등 금융 전 업권에 1.5%의 가산금리가 일괄 적용될 전망이다. 금융위는 이달 중 관련 세부 방안을 협의,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 이후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은행 대출 장벽에 막힌 차주들이 카드론과 리볼빙 등 카드사로 몰리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카드사들은 겉잡을 수 없는 연체율 상승과 함께 대손충당금이 확대될 위기에 놓일 수 있다.
카드업계는 업황 둔화로 이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올 1분기 삼성·신한·KB국민·현대·하나·우리 등 6개 카드사의 순이익은 5536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6550억원 대비 15.5% 감소했다.
카드업계의 이같은 실적 둔화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대손 비용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카드사 6곳의 올해 1분기 1조6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절반 가까이 급증했다.
실제 국민카드의 1분기 대손충당금은 2847억원으로 전년비 46.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한카드 대손충당금은 2557억원으로 전년비 13.8% 늘었으며, 현대카드의 대손충당금도 12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6% 확대됐다.
카드사들은 수수료 수익만으론 실적 회복을 기대할 수 없게 되자 카드론과 리볼빙 등 이자수익 의존도를 높였으나, 연체율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가져왔다.
실제 연체율은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나카드는 1분기 기준 2.15%로, 2014년 말 이후 최고 수준에 이르며 가장 높은 연체율을 나타냈다. 이밖에 우리카드 1.87%, KB국민카드 1.61%, 신한카드 1.61%, 현대카드 1.21% 등 1분기 각 카드사의 연체율이 모두 악화됐다.
이같은 연체율 상승은 결국 대손충당금 확대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했다.
카드론 잔액도 빠르게 증가했다. 2024년 2월 기준 카드론 잔액은 42조9888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관건은 3단계 스트레스 DSR 대상에 카드론과 현금서비스의 적용 유무다. 만약 3단계 DSR에 카드사가 포함될 경우 단기적으론 카드론 수요가 줄어들 수 있으나, 가계대출 허들이 높아진 데 따른 풍선효과로 중·저신용자 유입이 늘면서 건전성 악화를 면치 못할 수 있다.
여기에 급전 창구로 여겨지는 카드론마저 대출 장벽에 부딪힌다면 취약 차주들이 불법 사금융 등 사각지대로 내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론 수요가 줄면 카드사 입장에선 당장 연체율은 감소하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2금융에서도 대출을 받지 못하는 차주들이 대부업 등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면서 "금융기관과 대출차주 간 상호 보완적인 당국 차원에서의 정책금융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