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강나연 기자 |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자동차, 철강·알루미늄 등 품목별 관세와 국가별 기본 관세 조치에 대응해 정부가 워싱턴에 협상단을 파견해 본격적인 통상 협상에 나섰다.
정부는 이번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을 중심으로 협상단을 구성해 워싱턴 DC를 방문할 예정이다.
정부는 자동차와 철강·알루미늄에 부과된 25% 품목별 관세와 90일간 유예된 상호관세(25%)를 인하하거나 유예하는 것을 협상의 일차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나 향후 국가별 협상과 무관하게 미국 행정부가 자동차, 철강·알루미늄 등 품목별 관세를 인하하거나 면제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기아 등 한국 기업은 물론, 북미 공급망을 활용하는 GM 등 미국 자동차 기업들도 제조 단계별로 관세가 누적되면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21일 '미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232조 관세 조치 주요 내용과 영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발표했다.
트럼프 2기는 1962년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자동차 및 부품에 관세를 부과했다.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는 지난 3일부터, 자동차부품 관세는 다음달 3일부터 발효된다.
이번 조치는 한국 기업의 대미 자동차·부품 수출에 직접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
지난해 미국의 대한국 자동차 수입액은 약 287억 달러로, 대세계 자동차 수입(2206억달러)의 13%를 차지했다.
미국의 대한국 자동차 부품 수입액은 약 135억 달러로, 전체(2125억 달러) 대비 6.4% 규모에 달했다.
한국의 대미 수출 비중도 높은 수준이다.
자동차는 49.1%, 자동차 부품은 36.5%, 리튬이온 배터리는 55.3%에 이른다.
미국이 한국 자동차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정부는 품목별 관세 인하를 핵심 협상 목표로 삼고 있다.
이번주 예정된 안덕근 산업부 장관의 방미 협상에서도 품목별 관세 인하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보고서에서 "상호관세와 달리 품목별 232조 관세 조치는 국가별 협상과 관계 없이 지속될 수 있다"며 "철강·알루미늄 관세 조치를 놓고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무역흑자를 내는 호주에 대해 '면제'를 고려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면제를 부여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자동차·자동차부품 품목 관세가 지속될 경우 피해는 한국 기업뿐만이 아니다.
GM 등 미국 자동차 기업도 부품부터 완성차까지 여러 국가를 오가는 복잡한 공급망을 가져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북미 3국(미국·캐나다·멕시코)의 자동차 공급망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엔진·변속기 등의 부품이 완성차로 최종 조립되기까지 평균 7∼8차례 국경을 오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국경을 통과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미국산 부품 비중에 대한 관세를 감면받더라도 기업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부담이 커질 수 있다.
CSIS는 "파워트레인을 미국 내에서 조립하더라도 주요 부품인 엔진, 변속기, 전기·전자부품을 수입한다면 관세를 적용받는다"며 "이렇게 조립된 제품을 멕시코에서 완성차로 최종 조립한 뒤 미국으로 수입하면 엔진 등 부품에 대해서는 이중으로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결과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자국 내 자동차 제조업 리쇼어링(미국으로의 생산시설 복귀)을 목표로 하지만, 복잡한 공급망과 누적 관세 구조는 오히려 그 목표를 저해할 수 있다"며 "최종 조립을 미국에서 진행하는 것이 지나치게 고비용 구조가 되기 때문에 자동차 관세는 업계 공급망에 충격을 주는 동시에, 소비자 가격 상승을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