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김유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새로운 관세 정책이 한국을 포함한 주요 무역 파트너 국가들의 수출 및 생산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K-뷰티·패션 산업도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세실업과 영원무역 등 ODM(제조자개발생산),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패션 제조 기업들은 중국, 베트남 등 주요 생산 거점으로 두고 있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한국 뷰티·패션 업계는 미 관세 부과의 여파에 대한 대응 전략 수립에 속속 나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오후 백악관에서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에 더해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대만 등 미국의 주요 무역상대국에는 기본관세 이상의 상호관세가 부과됐다.
국가별 관세율은 △중국 34% △베트남 46% △대만 32% △일본 24% △인도 26% △유럽연합(EU) 20% 등이 적용된다.
이번 조치로 K-뷰티·패션 업계는 미국 시장에 수출하는 제품에 대해 25% 이상의 관세를 부담해야 할 상황이다.
이에 패션업계는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로 인한 생산비 상승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특히 미국 등 해외 시장을 대상으로 의류를 제조해 수출하는 OEM·ODM 패션 제조기업들은 이번 관세 강화에 매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들 기업은 높은 관세율이 부과된 중국,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에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는데 중국, 베트남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는 미국 시장에서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국내 패션 대기업들이 미국으로 직접 수출하는 것보다 국내 사업에 집중하거나 미국 외 다른 국가에서 판매에 집중하고 있어 큰 타격을 입을 것 같지 않다"며 "다만 패션 제조기업의 경우 생산기지가 베트남, 중국 등이며 미국 수출이 크기 때문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최대 패션 ODM 기업 한세실업은 주요 대응 전략 중 하나로 생산 기지의 다변화를 꾀하고 있으며, 다양한 국가에 생산 거점을 확보해 관세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방안을 고심하는 등 여러 가지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
한세실업 관계자는 "동남아시아 뿐 아니라 중미 지역에도 생산 기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특히 10%로 낮은 관세 국가인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등지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지역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9월 인수한 미국 텍솔리니 섬유공장을 적극 활용해 트럼프 정부가 선호하는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Made in USA)' 물량을 늘리고 텍솔리니가 보유한 합성섬유개발 노하우를 활용해 액티브웨어와 같은 고단가 제품군 수주를 확대하는 등 다양한 전략을 펼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한국의 주요 뷰티 기업들도 모두 긴장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우선 매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되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적용 품목 및 세율의 조정 여지를 남겨둔 만큼 국내외 사업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며 대처해 나갈 계획임을 밝혔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현재 브랜드별로 수출가격 조정 시 발생할 수 있는 영향을 재무, 브랜드 매력도 등 여러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며 "앞으로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필요시 가격인상 또는 프로모션 비용 관리 등 추가적인 방안을 고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미국으로 수출하는 화장품에 관세가 부과되면 아무래도 매출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우선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글로벌 사업 리밸런싱 전략에 미국 관세 정책을 반영해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한국의 주요 패션 뷰티 기업들은 '생산 기지 다변화'와 '디지털 전환' 등을 통해 관세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의 제언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관세 정책 변화는 미국 소비자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 가격의 상승은 가격 민감도가 큰 소비자층을 형성하는 K-뷰티와 패션 산업에 큰 도전이 될 것"이라며 "따라서 기업들은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면서 품질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격 인상을 피하기 위해 비용 절감과 효율적인 생산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