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정지영기자] 마트 시식코너에서 새로 나온 음식을 맛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러나 유일하게 시식을 할 수 없는 식품이 있으니, 바로 쌀이다.
쌀은 직접 만져 보거나 먹을 수 없기 때문에 겉포장에 표기된 원산지나 품종을 믿을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요즘의 먹거리 파동 때문에 겉에 표기된 사항을 액면 그대로 다 믿기는 힘들다. 이렇게 제품에 대한 신뢰을 가질 수 없는 소비자들을 위해 지자체에서는 자체적으로 브랜드를 만들거나 예로부터 쌀 재배지로 유명했던 지방은 자신의 고장 네임을 쌀 브랜드명으로 제작하여 판매해 왔고 소비자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먹거리 파동으로 인해 이런 것조차 믿을 수 없게 된 현실 속에서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가 나와 흥미를 끌고 있다.
시중 판매 쌀 제품 표시 규정 위반, 엉뚱한 쌀 섞인 것 많아
한국소비자보호원 조사 결과 34개 브랜드 포장 쌀 제품 가운데 9개 대형유통업체에서 판매되고 있는 13개 제품(38.2%)은 쌀 품종의 순도가 80%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품종 이름'을 자신 있게 붙일 수 없는 '이것저것 섞은 쌀'이였던 것이다.
특히 쌀 품종의 순도가 50%가 채 안 되는 제품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롯데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일품 청결미(충남아산 인주미곡종합처리장)'의 경우, 표시된 '삼광' 품종의 벼는 하나도 들어있지 않고 엉뚱한 쌀로만 채워져 있었다.
최근 들어 대형 할인점을 중심으로 자사 브랜드를 내세운 이른바 PB(Private Brand)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그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는 전혀 높아지고 있지 않다.
이번 시험 대상에 포함된 '홈플러스 무농약 우렁이 쌀(경남 함양농협)' 제품도 품종 표시 규정을 위반했다.
보관ㆍ육묘ㆍ수매ㆍ건조ㆍ포장 과정에서 섞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이런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종자 보관 → 육묘 → 수확 → 수매 → 저장 → 가공 → 유통 → 판매' 단계 전반에 걸쳐 품질 관리 시스템이다.
즉 조사당시의 2007년 우리 정부의 종자 보급률은 42%에 불과했고 육묘장 보유 비율이 15%밖에 안 돼, 묘를 키우는 과정에서 다른 품종의 벼가 섞일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쌀을 수매하는 과정에서 생산자가 수입을 늘리기 위해 상대적으로 저가의 쌀을 섞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품질등급제와 양곡관리법의 개선을 통해 적극적인 문제해결에 나서야
엉뚱한 쌀이 마구 섞여 있는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현행 '품질등급제'를 개선해야 한다.
이에 농림부는 양곡관리법을 개정하여 2008년 2월부터 쌀 품질과 밥맛에 영향을 미치는 단백질 함량과 쌀알이 깨지지 않고 모양이 변형되지 않은 완전립의 비율, 품종의 순도(현행80%에서 90%도 상향)를 기준으로 쌀 품질을 평가하는 '품질등급제'를 실시하겠다고 고시했다.
그러나 실제로 품질 등급을 평가할 수 있는 공인검정기관이 없고, 여전히 의무 규정이 아닌 권장 기준에만 머물고 있어 실효성이 클지 의문이다.
(출처:한국소비자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