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대기업, '보릿고개 장기화'에 허리띠 졸라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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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대기업, '보릿고개 장기화'에 허리띠 졸라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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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김동현 기자 | 중국발 공급 과잉, 건설경기 침체에 더해 미국발 관세 부과가 공식화 되면서 철강업계의 보릿고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 철강 대기업들 역시 이러한 보릿고개 장기화에 대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양새다.

1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업계 1위 포스코는 공장 가동을 5년 래 최소 규모로 줄이면서 재고관리에 나섰다. 

포스코홀딩스에 따르면 철강 사업부문의 평균 공장 가동률은 △2019년 89.7% △2020년 88.3% △2021년 94.1% △2022년 84.1% △2023년 87.7% △2024년 86.6% 등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21년 외 지난 6년 간 가동률 90%를 하회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최근 5년 래 가장 낮은 공장 가동률을 기록했고, 올해는 더욱 줄어들 것이란 게 업계의 설명이다.

2022년 7월부터 그룹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포스코는 지난해 업황 부진으로 포항 제1제강공장과 1선재공장 등 두 곳을 폐쇄한 바 있다.

올해 역시 상황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산 저가 제품 공습 △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인한 내수 감소 △미국발 관세 부과가 본격화 등 대내외 악재가 겹쳐서다.

현대제철의 경우 비상경영을 선포하면서 임원진 급여 20% 삭감과 전직원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고강도 대책을 본격화 했다. 이 회사 역시 국내 철강업 침체로 인해 지난해 인천, 포항 등 공장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이번엔 인력감축까지 추진하면서 허리띠 졸라메기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역시 포항 2공장 가동을 축소하고 포항공장 기술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과 당진제철소 및 인천공장 전환배치를 신청 받고 있다.

현대제철은 중국산·일본산 제품의 공습 등으로 후판과 열연제품 반덤핑 제소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9월부터 이어진 노조와의 임금협상에 난항을 겪으며 파업이 이어지던 상황이었다.

업황 침체와 더불어 노조와의 협상마저 난항을 겪자 현대제철은 사상 처음으로 직장폐쇄를 선언하며 대치를 이어온 바 있다. 그럼에도 협상이 길어지자 더 이상 노조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세지를 전달한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국내의 업황이 좀처럼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노조와의 대치도 장기화되면서 현대제철은 아예 미국 현지에 공장을 건립할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관세 부과가 본격화 되면서, 생산기지를 현지 인센티브 제공 가능성이 있는 루이지애나와 조지아 등에 따로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제철은 같은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차·기아 완성차 공장 인근에 있는 텍사스, 루이지애나, 조지아주 등에 공장 설립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향후 현대차그룹이 현지 공장 준공식을 통해 현대제철 미국 생산기지 투자와 관련된 내용을 발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내를 대표하는 또다른 제철기업 동국제강도 3년 새 가장 낮은 공장가동률을 기록하며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 회사 역시 생산량을 대폭 줄이면서 재고관리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기존 철근보다 고부가가치인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GFRP)' 제품 개발을 통해 고부가가치 제품군 포트폴리오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철강 업황 둔화가 장기화하자 회사 차원의 자구책을 마련한 것이다.

유리섬유와 폴리머를 결합한 GFRP는 콘크리트 건축물이나 구조물을 보강하는 데 사용되는 제품이다. 이 제품은 생산 과정에서 고철, 석회석 등을 사용하지 않아 탄소 배출량이 적고 철근과 달리 내부식성(부식에 대한 저항성)이 강해 녹이 슬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업계에서는 철강 업계의 보릿고개가 장기화 되면서 기업들의 긴축이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국내 철강업계가 최근 중국산 후판에 대해 최대 38%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의 일괄적인 관세부과에 따라 가격경쟁력이 아닌 제품 경쟁력을 통한 정면돌파의 기회가 마련된 점은 향후 업황 회복을 기대하게 하는 요소라는 평가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몇 년 간 이어져 온 철강업계 침체가 올해 역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미국발 관세부과까지 더해지면서 삼중고를 겪는 상황"이라며 "국내 철강기업들의 긴축정책이 올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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