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김예령 기자 | 대웅제약의 보툴리놈 톡신(이하 보톡스) '나보타'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진출한 가운데 중동 시장 공략에 나선 국내 제약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사우디는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 중 경제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 높은 의료 수요와 소득 수준이 시장 성장을 이끄는 핵심 요인으로 분석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에스테틱 사업과 신약을 중심으로 사우디에서의 글로벌 경쟁력이 확대되고 있다.
먼저 대웅제약은 올해 1월 주력 제품인 나보타를 사우디에 정식 출시했다. 지난 2020년 아랍에미리트(UAE)에 출시한 지 5년 만에 중동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한 것이다.
나보타는 원액 제조 공정에서 불순물을 제거해 900kDa 복합체 중 98% 이상이 순수 톡신으로 구성된 고순도 제품이다. 특히 사우디 시장점유율 1위인 '애브비' 보톡스와 단백질 분자 크기가 동일해 더욱 주목을 받는다.
사우디는 보톡스 제품의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으로 꼽히는 만큼 나보타의 이번 성과는 현지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사우디 식품의약국(SFDA)으로부터 엄격한 품질 심사를 통과해야만 시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산 갈라다리 중동 피부과 전문의는 올해 1월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나보타 론칭 기념 심포지엄'에서 "나보타는 선진국에서 임상 시험결과와 품목 허가로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제품"이라며 "특히 정확도, 지속성, 환자 만족도 측면에서 우수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중동은 글로벌 보톡스 시장에서 다섯 번째로 크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중동 지역 뷰티 시장 규모는 389억7030만 달러로, 2년간 40% 이상 급성장했다.
신약 개발 분야에서도 국내 기업들의 중동 시장 경쟁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10월 사우디 제약사 '타북파마슈티컬스'(이하 타북)와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의 독점 라이선스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한미약품은 비뇨기 분야 및 항암 바이오신약 등 전문의약품을 중심으로 수출할 계획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현지 허가 획득 후 판매할 계획이며 정확한 제품명은 추후 공식 발표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HK이노엔 역시 타북과의 계약을 통해 중동 시장에 깃발을 꽂았다. HK이노엔은 지난해 4월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정'(성분명 테고프라잔)의 완제품 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사우디 시장을 공략했다.
케이캡은 대한민국 30호 신약이자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 계열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다. 2019년 출시 이후 전 세계 45개국에 진출했으며 중국, 필리핀, 멕시코 등 7개국에서 현지 판매 중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중동 시장 진출이 활발해지는 가운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중동 시장은 '할랄'이라는 문화 특수성이 있는 만큼 할랄 인증 제품 확대가 핵심 전략이 될 수 있다"며 "중동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사전에 충분한 시장 조사를 거쳐 인허가 절차를 철저히 준비하고, 맞춤형 전략을 수립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