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이승구 기자 | 김광일 MBK파트너스(이하 MBK) 부회장이 18개 기업에서 기타비상무이사 등 주요 직책을 맡으며 겸직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이번엔 '경영관리 부실'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최근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A 카드사에서 과다한 겸직 등으로 내부통제 실패의 빌미를 제공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가 하면, 이사회 산하 윤리경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의료기기 제조사 B사에서는 전·현직 대표의 비위문제가 연이어 터지면서 '내부통제 실패 책임론'이 불거졌다.
여기에 김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는 유통기업 C사는 매출이 뒷걸음질치고 3년 연속 적자를 겪으면서 경영능력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A사에 대한 수시검사를 진행 중이다. 영업 상황 전반을 살피는 한편 내부통제 관련 검사도 실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A사가 기업에 빌려준 대출 원리금 연체와 관련해 충당금을 제대로 적립하지 않고 미수금 발생으로 잘못 회계 처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A사 이사회 일원인 MBK 김광일 부회장이 이사로서 경영감시에 소홀했을 뿐 아니라 선관주의(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부회장은 지난 2019년 10월 MBK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A사 지분 79.83%를 약 1조3810억원에 인수한 이래 기타비상무이사 직위를 유지해 왔다.
기타비상무이사는 사내이사, 사외이사 등 다른 등기임원과 마찬가지로 경영 실태를 감시하는 책임이 부여돼 있다. 2023년 6월 금융위와 금감원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이사회가 내부통제에 대한 최종적 책임을 갖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 부회장이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는 B사도 경영진의 비위로 물의를 빚었다. B사 전직 대표의 경우 작년 3월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등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아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가 검찰에 고발했다.
전직 대표는 회계부서로부터 내부보고를 받으며 영업이익 급등과 당기순이익 흑자전환이라는 호재성 미공개 중요정보를 인지했다. 이후 배우자와 지인 명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회사 주식을 매수해 거액의 매매차익을 챙겼다. 뿐만 아니라 주식 변동내역 및 지분소유상황 보고 의무, 단기매매차익반환 의무도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앞서 MBK는 2023년 1월 B사를 인수했고, 김 부회장은 같은 해 3월 주주총회에서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된 바 있다. 이후 2023년 10월에는 B사 이사회 산하 윤리경영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윤리경영위는 임직원 윤리교육, 부정행위 감독기능 강화를 통해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는데 초점을 맞춘 기구다. 윤리경영 정책 결정, 윤리규정 위반사항의 신고·접수 및 처리 등의사안을 심의하고 결의하는 권한을 지녔지만,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공시에 따르면 김 부회장이 위원장으로 취임한 2023년 10월 이후 2024년 상반기까지 9개월동안 윤리경영위 회의는 지난해 3월 한 차례 열리는데 그쳤다.
인수기업의 실적이 줄줄이 후퇴한 점도 김 부회장의 경영관리 역량 부재를 방증한다는 지적이다. A사의 지난해 1~3분기 연결기준 순이익은 1025억원으로 2023년 같은 기간 3664억원과 견줘 72%(2639억원) 줄었다. B사 또한 2024년 3분기 누적 순이익이 785억원으로 2023년 1~3분기 순이익 1664억원 대비 반토막 났다.
특히 김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유통기업 C사의 경영 실적은 더욱 심각하다.
C사는 지난 2015년 9월 MBK가 9월 7조2000억원에 인수한 이래 실적이 계속 하락하면서 인수 이전인 2014 회계연도(2014년 3월~2015년 2월)에 8조5682억원이었던 매출이 2023 회계연도(2023년 3월~2024년 2월)에는 6조9315억원으로 급감하면서 9년새 19.1%(1조6367억원) 감소했다.
또한 2021 회계연도부터 2023 회계연도까지 3년 연속 영업 적자를 겪으며 수익성도 악화일로를 걸었고, 자본총계는 작년 2월 말 2653억원으로 2015년 2월 말 2조2958억원 대비 88.4%(2조305억원) 급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MBK가 최근 추진하는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에 대한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김 부회장이 경영관리 부실과 경영역량 부족 등을 지적 받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기간산업인 고려아연을 제대로 경영할 수 있을지 업계의 의구심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