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강나연 기자 |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충전 속도가 반토막이 나더라고요"
2021년식 '아이오닉5'을 운전하는 A씨는 최근 영하권 날씨 속에서 충전 속도가 평소보다 느려지는 것을 체감했다. 보통 시간당 80~90kW가 나오던 충전량이 50~60kW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충전 시간도 자연스럽게 길어졌다.
이 같은 불편을 줄이기 위해 일부 운전자들은 배터리 예열 기능 등을 활용해 충전 속도 저하에 대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겨울철 배터리 온도를 적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충전 효율을 높이는 필수라고 조언한다.
1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겨울철 충전 지연 문제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특성에서 비롯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기온이 낮아지면 내부 전해질의 흐름이 둔해지고 저항이 커진다. 이로 인해 충전 속도가 느려지고 1회 주행 가능 거리가 줄어든다. 따라서 겨울철 배터리 성능 저하를 막고 오래 쓰기 위해서는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온도 관리'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와 기아, 테슬라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가 충전소를 목적지로 설정하면 배터리를 미리 데워 충전효율을 높이는 '배터리 컨디셔닝(예열) 기능'을 대부분 적용했다. 여기에 더해 일부 모델은 주행 중에도 배터리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충전 속도와 주행거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도록 설계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겨울철에는 배터리 온도가 낮아 충전 속도가 느려지게 된다"라며 "배터리 컨디셔닝 기능을 활용하면 여름철과 완전히 같진 않더라도 충전 시간 단축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겨울철 전기차 충전 속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한파 등에 미리 대비하는 운행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배터리 컨디셔닝 기능을 활용하면 충전 시간을 줄일 수 있다.
A씨는 "충전소를 목적지로 설정해두면 배터리가 미리 데워져 지금은 불편함이 거의 없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특히 배터리 잔량이 일정 수준 이하일 때 자동으로 활성화되는 차량도 있어 차량 설정을 확인해 두면 겨울철 충전 시간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또한 충전 계획을 미리 세우는 습관도 도움이 된다. 장거리 운전 시 충전소 위치를 미리 확인하고 휴게소 등에서 휴식 시간을 활용해 충전을 하면 불편함을 덜 수 있다.
'테슬라 모델3 하이랜드 RWD' 운전자 B씨는 "장거리 이동 시 화장실이나 식사 시간을 충전과 맞춰두니까 불편함 없이 다닌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배터리 잔량을 여유 있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쉐보레 볼트EV' 운전자 C씨는 "심야 장거리 운행 중 배터리 잔량이 적을 때 충전 속도까지 안 나와서 불안했던 적이 있다"며 "겨울철엔 잔량이 20~30% 이하로 떨어지기 전에 미리 충전해두는 게 안전하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완속 충전'을 병행해 성능을 관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기아의 자료에 따르면 배터리 잔량이 20% 이하일 때 100%까지 완속 충전을 하면 배터리 충전 상태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C씨는 "급속 충전을 자주 하다 보니 배터리 상태가 걱정돼 요즘은 목적지에 완속 충전기가 있으면 일부러 찾아서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배터리 온도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전기차는 저온에서는 충전 속도가 느려질 수 있어 온도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겨울철 실내 주차는 배터리 온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어 충전 효율과 배터리 보호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