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서울 종로구 식당가가 한산한 모습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연말 모임이 줄줄이 취소된 데 이어 지난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까지 발생하면서 골목상권이 꽁꽁 얼어붙었다.
내수 부진의 골이 깊어지는 흐름이다. 12·3 비상계엄의 여파로 연말 소비 심리마저 위축되면서 상품 소비, 서비스업 생산 등 내수 지표 전반에 냉기가 돌았다.
골목상권에 '연말 특수'가 사라지자 숙박·음식업 생산은 3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고꾸라졌다.
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재화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액 지수는 전월보다 0.6% 줄었다.
작년 9월(-0.3%)과 10월(-0.7%) 감소한 뒤 11월(0.0%) 보합을 나타냈으나 한 달 만에 다시 감소했다.
승용차(-9.1%) 등 내구재(-4.1%)가 큰 폭으로 감소했고, 오락·취미·경기용품 등 준내구재(-0.6%)도 판매가 줄었다.
전년 동월 대비로도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12월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소매판매액 지수는 1년 전과 비교하면 3.3% 줄었다. 작년 3월(-3.4%)부터 10개월 연속 감소했으며 감소 폭은 10월(-0.8%), 11월(-2.2%)보다 커졌다.
지난해 내내 내수 부진이 이어진 데다가 12월에 큰 폭 감소를 기록하면서 연간 소매판매액 지수는 2.2% 줄었다. 이는 신용카드 대란 사태가 있던 2003년(-3.2%) 이후 2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서비스 소비도 소비심리와 밀접한 업종을 중심으로 위축됐다.
지난해 12월 전체 서비스업 생산이 전월보다 1.7% 늘어났지만 숙박·음식점업은 3.1% 줄었다. 2022년 2월(-6.0%) 이후 최대 폭 감소다.
연말연시는 통상 송년회·신년회 등 각종 모임으로 외식 수요가 증가하지만 비상계엄 사태와 사회적 불안으로 음식점 예약 취소가 잇따랐다. 한국이 여행 위험 국가로 지정되면서 관광 수요가 줄어 숙박업체도 고전을 면치 못한 것으로 보인다.
연말 제주항공 참사 후 추모 분위기까지 더해져서 경기장, 골프장, 스키장, 테마파크 관련 업종이 포함된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도 6.9% 감소했다.
정치 불확실성으로 부동산 경기가 냉각되며 부동산업 생산 역시 2.5% 줄었다.
각종 실물지표가 악화하며 국내총생산(GDP)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기존 전망치(0.5%)보다 낮은 0.1%를 기록했다.
정치 불확실성이 소비 심리를 위축시켰고 건설경기가 예상보다 더 부진했던 것이 주요 배경으로 분석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