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안솔지 기자 | 2025년 을사년 새해도 '불확실성의 확대'와 '내수 침체 장기화'에 따른 경제 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가 총수들은 암울한 전망 속에서도 위기를 기회로 삼아 재도약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과감한 변화와 혁신을 통해 악재를 뚫고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유통업계는 어느 때보다 얼어붙은 분위기 속에 새해를 맞았다. 내수 침체 장기화로 소비심리까지 위축된 가운데 지난해 말 발생한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혼란스러운 시국이 지속되며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여기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국가애도기간'이 지정되면서 연말연시를 겨냥한 각종 행사와 이벤트가 모두 취소되는 등 내수 경기는 차갑게 가라앉고 있다.
이에 유통 빅4(롯데·신세계·현대·CJ) 수장들은 신년사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임직원들을 독려하고 나섰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기회를 창출해 본질적인 경쟁력을 갖춰야 복합적 불확실성의 시대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 공통적인 메시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속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핵심사업 경쟁력을 회복하자는 메시지를 내고 이를 위해 올 한 해 '강도 높은 쇄신'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신 회장은 "체질 개선을 통해 재도약의 토대를 다져야 한다"며 "재무전략을 선제적으로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재무건전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개개인의 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불필요한 업무나 효율성을 저해하는 사항들이 는지 돌아보고, 선도적 지위 회복을 위한 기반 조성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객은 우리의 존재 기반으로,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사업은 고객의 요구를 충족하는 사업이어야 한다"며 "사업 전반을 고객 관점에서 검토하고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끊임없이 모색하자"고 당부했다. 아울러 신 회장은 "신중하게 고민하되 실행력을 높여 사업을 구체화해 나가자"고 덧붙였다.
롯데는 지난해 말부터 '유동성 위기설'에 시달리고 있다. 신 회장이 재무건전성을 높여야 한다고 언급한 것 역시 이러한 논란의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시장의 기대를 충족할 것 △우리의 브랜드 가치를 제고할 것 등도 주문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본업 경쟁력 강화' 기조를 올해도 이어갈 방침이다.
정 회장은 "2025년은 우리의 본업에 대해 집요하게 고민하고 실행해야 한다"며 "고물가와 불경기 등으로 시장상황이 나쁘지만 이럴 때도 기업은 도전하고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본업이란 오늘의 신세계그룹을 있게 한 성장 엔진"이라며 엔진의 핵심 연료는 '1등 고객'"이라고 정의하면서 "1등 고객의 갈증에 먼저 반응하고 집요하게 실행하는 신세계 본연의 DNA를 실행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지금 우리는 몸을 사릴 이유가 없다"는 정 회장의 말에서는 절박함까지 묻어났다.
정 회장은 "조직과 사업에서 1등 고객이 어디로 향하는지 치열하게 읽고 실행해 달라"며 "신세계라는 브랜드가 고객의 자부심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절호의 기회를 만들 수도 있고, 시장에서 도태될 수도 있다"며 "위기 극복과 성장성 회복을 위해 '초격차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이러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두 가지 핵심 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글로벌 영토 확장을 통한 성장동력 확보를 적극 추진해달라"며 "국내 사업에서 내실을 다지며 글로벌 사업을 통해 본격적인 미래 성장의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각 사업에서의 잠재적인 기회를 최대한 발굴해 성장으로 연결시키기 바란다"며 "철저히 준비된 자세로 성장의 기회를 미리 포착하고 최대한 활용하라"고 당부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성장을 위해 △실천 △협력 △공감 등 세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정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성장은 실천에서 시작되고 다양한 협력으로 확장되며 서로의 공감으로 완성되듯이 우리가 서로를 믿고 도우면서 함께 변화의 파고에 맞서 힘차게 나아가자"고 말했다.
이어 "관습적으로 일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을 찾고 적용해 가면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새로운 시도는 익숙함을 버려야 하는 수고가 따르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갖게 하지만, 그러한 성장통의 과정을 겪어야만 성공이란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신규 사업의 속도감 있는 추진도 당부했다.
그는 "각 사 대표이사와 임원은 미래성장을 준비하는 것이 가장 큰 책무임을 다시한번 인식하고, 다양한 의견수렴과 신속한 판단을 바탕으로 신규 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며 "경영층의 적극적인 리밍이 있어야 전략 추진의 속도가 올라가고 멀게만 보였던 비전목표를 현실에서 마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