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여파'…애경 불매운동, 어디까지 가나
상태바
'제주항공 참사 여파'…애경 불매운동, 어디까지 가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컨슈머타임스=김유영 기자 | 애경그룹이 지난해 12월 29일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제주항공 모회사인 애경그룹에 대한 책임론이 부상하면서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과거 애경산업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다시 조명되는가 하면 '제주항공 항공권 무더기 환불' 등 사고 여파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17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국내에서 발생한 항공기 사고 가운데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낸 사고다. 참사 직후인 지난해 12월 30일에도 제주항공은 랜딩기어 관련 문제로 회항한 사건이 발생해서 논란을 더욱 키웠다. 

이를 감안하면 애경그룹이 참사의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일부에서 불매운동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애경그룹의 지주사인 AK홀딩스는 제주항공의 지분 50.37%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있다.

20년 전 일어난 가습기 살균제 사건도 주목받고 있다. 애경산업은 지난 2002년부터 2011년까지 유해 화학물질이 함유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해 98명에게 폐질환 등을 유발하고 이 중 12명을 사망하게 한 혐의로 2019년 기소된 바 있다. 

이 사건은 현재까지 재판 중인 사안이며, 1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2심은 유죄로 판결을 뒤집고 금고형이 선고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달 26일, 2심 판결에 법리 오해 등 잘못이 있다며 피고인들의 상고를 받아들여 2심 재판을 다시 하도록 사건을 돌려보냈다. 관련자들이 아직도 처벌 받지 않았다며 일부 온라인상에서는 불매운동이 타당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참사 여파는 장기화될 조짐이다. 애경그룹 입장에서는 지난 2019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최대 악재를 맞이한 셈이 됐다. 특히 '캐시카우'(현금창출원)였던 제주항공이 타격을 받고, 그룹 이미지 추락도 피할 수 없게 됐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왼쪽부터)와 채형석 애경 총괄부회장이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2층 유가족 대기실을 방문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왼쪽부터)와 채형석 애경 총괄부회장이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2층 유가족 대기실을 방문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은 사고 희생자들에게 애도와 공개 사과를 발표하며 사고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일주일간 국가애도기간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참사 직후 제주항공의 모기업인 애경그룹의 한 계열사에서 국가애도기간에 연말 행사를 열었기 때문이다. 노보텔은 지난해 12월 31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역에 있는 4성급 호텔인 '노보텔 앰배서더 수원' 2층 연회장에서 직원 30~40여 명이 모인 가운데 타운홀 행사를 열었다. 참사가 발생한 지 이틀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자 '경품 뽑기' 등 포상을 지급하는 행사였던 만큼 적절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노보텔은 애경그룹의 상장사 중 하나인 AK플라자가 호텔 체인인 아코르 사에 위탁해 운영하는 호텔로, 사실상 애경그룹의 또 다른 상장사인 제주항공과 한 집안 회사나 다름이 없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2080', '리큐', '트리오' 등 애경그룹이 보유한 브랜드와 제품들이 '불매리스트'로써 공유되고 있다. 특히 생활용품과 화장품 계열사인 애경산업이 거론되고 있다. 화장품, 헤어케어, 바디케어, 덴탈케어, 위생케어, 주방리빙 제품 등 그룹 브랜드 제품의 사진과 가격 정보 등이 담겨 있다. 

제주항공 항공권 티켓도 환불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실제로 무안국제공항에서 일어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약 24시간 동안 약 6만8000건의 제주항공 항공권 예약 무더기 취소가 진행됐다. 

이를 의식한 듯 애경그룹 오너가 3세이자 탈리다쿰 대표 채문선 씨는 브랜드 유튜브 채널을 최근 폐쇄했다. 채 대표는 지난해 9월경 유튜브 채널 'Talitha Koum 탈리다쿰'을 통해 '채문선의 달리다 꿈' 콘텐츠를 제작하며 활발히 활동해 왔다. 탈리다쿰은 채 대표가 지난 2022년 창업한 프리미엄 비건뷰티 브랜드다. 하지만 2일 기준 해당 채널은 사라지고 없는 상태다. 

특히 무안공항에 착륙하는 과정에서 외벽과 충돌해 179명의 사망자를 낸 만큼 제주항공이 향후 사고 조사 결과에 따라 업무 정지 등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이번 불매 운동에 대해 "사고 수습과 유가족 지원을 위해 그룹 차원에서 총력을 다하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