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비상계엄령에 한 시민이 편의점에서 라면을 대량으로 구매하고 있다.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news/photo/202412/622894_537750_4231.jpg)
컨슈머타임스=안솔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비상 계엄' 선포가 유통가를 들쑤셔놓고 있다.
지난 3일 밤 선포된 비상 계엄은 6시간여 만에 해제됐지만, 이튿날 오후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는 등 정국의 변화가 이어지고 있어 업계는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유통업계는 12월 성수기를 맞아 연말 특수를 노리고 있는 만큼,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의 여파가 물가 상승과 소비 심리 위축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당장 지난 밤 예상치 못한 계엄령 선포로 불안감을 느낀 소비자들은 생필품 사재기에 나섰다. 실제로 접근성이 좋은 편의점을 중심으로 라면과 생수 등 생필품 구매가 일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A 편의점의 경우, 지난 3일 밤 11시부터 자정까지 통조림 구매율이 직전일 대비 337.3%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봉지면 역시 253.8%로 껑충 뛰었다. 또 △생수 141.0% △즉석밥128.6% △건전지 40.6% △안전상비의약품 39.5% 등도 매출이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B 편의점도 마찬가지다. 생필품 카테고리 중 통조림 제품 매출이 75.9% 증가했으며, △햇반 38.2% △생수 37.4% △라면 28.1% △건전지 25.7% △식재료 23.8% △주류 15.2% △시리얼 14.1% △빵 12.5% 등 매출 오름세를 보였다.
이커머스 플랫폼의 경우 특이점을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밤 12시 이전 주문 시 로켓배송이 가능한 쿠팡의 경우, 계엄령 선포 이후 일시적으로 소비자들의 주문량이 상승하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온라인 플랫폼 보다는 당장 생필품을 구매할 수 있어 접근성이 좋은 편의점으로 소비자들의 발길이 몰린 것으로 보이며, 편의점의 경우 오프라인 구매가 익숙한 중장년층이 구매율을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같은 매출 신장은 계엄령 선포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비상 계엄의 여파가 4분기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불안정한 정국이 계속되면 '고환율'이 당장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환율 상승은 원자재 가격에도 영향을 미쳐 결과적으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계엄령이 선포된 이후 4일 새벽에는 원달러 환율이 1442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국회에서 계엄 해제요구안이 통과된 후 1410원대 후반까지 내려왔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비상 계엄에 탄핵 정국까지 사회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 물가 상승까지 더해질 경우,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는 더욱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의 보수화가 더욱 견고해지게되는 셈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정국 불안정으로 인해 환율이 상승하게 되면 수입 원재료 가격 상승, 물가 인상 등 연쇄작용이 일어나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소비심리가 더욱 움츠러들면서 절치부심해 4분기를 준비하던 유통기업은 물론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에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연말 특수를 노리고 대규모 할인 프로모션 등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에서 예기지 못한 사태가 터져 당혹스럽다"며 "정국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