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곽민구 기자 | 게임 이용 장애(게임 중독)를 놓고 질병 코드 분류 체계로 받아들일지 찬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찬성 측은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 마련을 위해 질병 코드를 등재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반대 측은 성급한 게임 이용 장애 질병 코드 등재로 산업계에 끼칠 피해와 게임 유저들에게 미칠 낙인 효과를 우려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유정·서영석·임광현·전진숙 의원실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WHO 게임 이용 장애 질병 코드 국내 도입 문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번 공청회는 게임 이용 장애 질병 코드의 한국 표준 질병 분류(KCD) 등재와 관련 정부 관계 부처와 찬·반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열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 국제 질병 분류 11차 개정(ICD-11)에서 게임 이용 장애를 정신·행동·신경 발달 장애 영역 하위 항목으로 분류하며 '6C51' 코드를 부여했다.
통계청은 민관 협의체의 논의와 의결을 존중해 내년 하반기에 예정된 KCD 10차 개정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찬성과 반대 양측 모두 첨예하게 대립했다. 먼저 찬성 측은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 마련을 위해 질병 코드를 등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상규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게임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 아니다. 너무 과하게 이용하는 것이 문제"라며 "문제 있는 사람의 경우 적절히 치료해 주는 안전장치가 있어야 게임 산업과 문화가 더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해국 카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디지털 미디어 세상에는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적절하게 제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중독 수준까지 갈 수 있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보루로 보건 의료 체계가 작동되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게임 이용 장애를 질병 코드로 등재하는 건 그중 한 가지 방법"이라고 밝혔다.
반대 측은 성급한 게임 이용 장애 질병 코드 등재로 산업계에 끼칠 피해와 게임 유저들에게 미칠 낙인 효과를 우려했다.
박건우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뇌신경센터장은 "게임은 여러 현실 속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며 "이를 질병으로 몰아가는 건 신중해야만 한다. 꼭 정의를 질병 단위로 해야만 모든 게 해결되는 건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상과 비정상의 차이가 가장 애매한 곳이 정신의학이다. 진단 기준이라는 것에 주관적 판단이 안 들어갈 수가 없다"며 "신중하게 도입하지 않는다면 사회적으로나 의학적으로 게임 이용 장애라는 병명이 오남용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조문석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과거 청소년 게임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셧다운제도 도입됐다가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폐지됐다"며 "학생들이 게임하느라 잠을 못 잔다는 게 셧다운제 도입 근거였으나, 실제로 학생들이 잠을 못 잔 건 게임이 아니라 긴 학습시간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의 입장도 다르다.
김연숙 보건복지부 정신건강관리과장은 "게임 이용 장애의 질병 코드 등재 여부가 아직 결정된 바는 없지만, 질병 코드 도입 여부와는 별개로 게임 이용 과다로 인해 일상적인 생활 등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있다면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이영민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장은 "질병 코드 도입 시 2년간 게임 산업에 8조8000억 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며 "게임 이용 장애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불충분한 반면 그로 인한 경제·사회적 파급효과는 상당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시 질병 코드 도입에는 충분한 논의와 연구를 통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