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곽민구 기자 | 취임 100일을 맞은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조직 개편을 통해 쇄신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본격적으로 중장기 계획 실현에 나서는 카카오는 인공지능(AI) 중심 신사업을 통해 성장에 집중한다.
정신아 대표는 지난달 11일 카카오 데이터 센터 안산 프레스 밋업 행사에서 "쇄신 과제를 기간에 따라 나누면 단기적으로는 구조를 바꾸는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프로세스와 문화까지 바꾸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지난 3월 말 정식 선임된 정 대표는 2분기를 '쇄신을 위한 토대를 마련한 시기'로 봤다.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쇄신 과정을 밝아나갈 계획이다.
그는 정식 선임 당시 첫 번째 키워드를 '쇄신'으로 꼽을 만큼 최근 카카오가 처한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변화를 택했다.
먼저 의사 결정 구조를 간소화했다. 기존 대표급 아래 '5단계'로 돼 있던 관리자 직급 체계를 성과 리더와 리더 '2단계'로 줄여 의사 결정 단계를 단축시켰다.
비핵심 사업을 정리해 내실도 다졌다. 국내 계열사를 전년 대비 19개 감소시키며 128개로 줄였다.
조직 개편의 중심은 AI가 차지했다. AI 연구·개발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을 통합하고 AI 전담 조직 '카나나' 신설했으며, '칼로 AI 프로필' 서비스를 출시 7개월 만에 종료하는 등 내부 조직 효율화에도 집중했다.
카카오브레인은 지난 2017년 분사 후 초거대 인공지능 언어 모델 '코지피티(KoGPT)'와 이미지 생성 모델 '칼로' 등을 선보였으나, 성공적인 서비스로 이어지지 못했다. 지난해 출시할 예정이었던 코지피티 2.0 출시는 무기한 연기되기도 했다. 카카오브레인은 지난해 752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카카오브레인 통합은 향후 중장기 계획을 위한 토대로 분석된다. 카카오는 경쟁 기업들에 비해 AI 기술이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래 산업이 AI를 중심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큰 만큼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치명타다.

정 대표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카카오 다운 AI'를 선보일 계획이다. 카카오는 올해 카카오에 맞는 AI 서비스를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그는 "AI 시대에는 먼저 치고 나가는 것이 꼭 위너는 아닐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언어 모델 싸움에서 사용자에게 의미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게임으로 넘어갔다. AI에 대한 성장 로드맵을 장기적으로 가져가면서 본질에 기반한 펀더멘털(기초 체력)을 키우는 데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AI 사업의 경우 윤곽이 나왔으나 문제는 주주 가치 제고다. 카카오의 주가는 5일 오후 4시를 기준으로 4만15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21년 16만원대를 형성했던 주가가 어느새 4만원대로 내려온 것이다.
지속되는 하락세에 주주들의 원성이 높았으나, 카카오는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잇따르며 주주 가치를 제고하는 데 지속적으로 실패했다.
정 대표도 사회적 신뢰 회복 및 주주 가치 제고를 이뤄내겠다고 피력했다. 그는 지난달 주주 서한을 통해 "재직 기간 중 매년 두 차례에 걸쳐 각 1억원 규모의 주식을 장내 매입할 예정"이라며 "매입한 카카오 주식은 대표이사 재직 기간에 매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단기적으로 책임 경영에 나서 주가 하락을 막아내겠다는 것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데 성공해야 주주 가치 제고에 성공할 수 있다는 시선이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AI 모델 트레이닝 비용이 집행되고 자사주를 활용한 교환 사채 발행 등 전략이 과거로 일부 회귀했다"며 "광고 성장 재개 및 비용 효율화에 힘입어 이익은 연간 우상향이 예상되나, 투자자 관심 환기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과 해외, AI에서 성과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네이버 등 경쟁사와 비교해 성장 동력이 아쉽다는 평가가 많았던 만큼 앞으로는 AI를 중심으로 미래 먹거리 싸움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며 "쇄신은 이를 위한 토대 닦기"라고 했다.